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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Jan 06. 2023

1월 4일과 5일 : 귀연둥이를 만난 날

아침은 냉장고털이. 아보카도 반개, 요거트 한 개, 소시지 조금, 토마토 한 개, 샐러드, 치즈 조금. 든든하고 맛있는 식사였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자주 해 먹어야지. 요거트를 샐러드로 쓰면 먹기도 편하고 맛도 좋다.




갑자기 분위기 쌩얼? 이날 구독자님들 만난다고 나름 화장을 한 것이었는데 캘거리 시민 느낌 난다는 이야기 들었고요~




저녁 약속은 6시였기 때문에 오전에 동물원을 갔다. 별점이 어마어마하게 높길래 가본 것이었는데 겨울이라 황량하다. 근데 그게 뭔가 허접한 느낌이라서 더 편안했다.




미어캣은 진짜... 사람 아니냐. 어떻게 저런 표정을 갖고 있을까. 아이큐가 140쯤은 되는 이목구비.




그리고 하마 등장. 왜 새삼 신기했나 싶었는데 내가 살면서 하마를 처음 본 것이었다. 검색해보니 한국에 하마 있는 동물원이 몇 없다. 하마는 옥자랑 정말 똑같이 생겼다.




얼룩말은 신비롭고 예쁘다. 근데 두 마리가 계속 싸우면서 발길질을 하는 것이었다.(추측하기로는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수컷과 도망치는 암컷 느낌)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른들만 충격. 외국인들이 옆에서 'What's going on?' 연신 연발.



점심은 동물원에서 간단히. 치즈 도그랑 감자튀김, 그리고 콜라였다. 생각보다 실한 맛. CGV에서 파는 핫도그가 그립다. 한국 가면 아바타 보면서 꼭 먹을 것이다. 흑흑.





점심 먹고 시간이 남아서 카페에 갔다. 귀연둥이가 추천해주신 곳 리스트에 있었던 곳인데 고층 뷰가 있다고 해서 기대되어 찾아감. 페어몬트 호텔에 가니까 친절하게 맞은편 건물이란다. 그 건물에 들어가서 여기 어떻게 가냐니까 나눈 대화.


- 오~ 여길 가는 방법은 정말 쉬워! 너 돈 있니?

- 어머, 이럴 줄 알고 나 돈 가져왔어!

- 그럼 완벽해! 21층이야.


?????




와우...





캘거리는 늘 날이 맑아서 좋다. 수도도 있고 책상도 넓어서 작업하기 딱 좋은 카페였다. 근데 캐나다는 영업시간이 늘 짧음. 5시에 닫는다.





옆을 보면 이런 느낌. 종로 위워크 카페버전 같다.





자화상을 그렸다. 런던 드럭 스토어 앞에서 찍은 사진.





아름다운 카페를 추천해준 귀연둥이 사랑합니다. 여기는 너무 좋아서 다음날 또 갔다. 좋은 건 두 번씩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건물 뒤에 파티고니아도 있다. 근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갈 때마다 살 물건이 없음. 파는 건 많다.




캘거리 타워. 솔직히 못생겼다. 그래서 귀엽고 좋다.




꽤나 유명한 동상이라고 한다. 동판에 적힌 글귀가 좋고 슬펐다. 잘 보면 모자가 무과수 모자랑 똑같음.





다들 스케이트를 탄다. 크기가 작고 귀엽고 뱅글뱅글 돌고 넘어지기도 하고 손도 잡고. 그 모든 풍경이 정다웠다.





약속장소와 가까우면서 동시에 내가 무척 가보고 싶었던 캐나다 도서관. 나중에 알고 보니 캘거리의 자랑이라고 한다. 무슨무슨 건축상 받았을 상인데, 내가 정말 곳곳의 건축물 가봤지만 그중에서도 단연코 압도적이다.





꼭 사람의 눈을 닮은 듯한 천장. 빛이 쏟아져 내려온다. 그리고 곡선과 원목. 개방성.





해리포터 같다. 이렇게 큰 체스도 둘 수 있다.





책장이 높지 않고, 층마다 많이 배치되어 있다. 훨씬 시원해 보인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 잘 되어있다. 통유리라 실시간으로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게 이 공간을 밝게 만들면서도 보는 이의 기분을 좋게 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를 포용하는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독서를 했다. 이번 여행에서 이북을 제일 많이 읽은 것 같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봐도 봐도 흥미로운 책이다. 나도 그렇게 글을 쓰고 싶다.




저녁은 카디날레로 예약. 이탈리아 음식점이라고 하니 메뉴가 다양할 것 같아서 골랐다. 과연 나는 맛집 고르기의 달인인 것일까? 이 가게도 성공!




다섯 귀연둥이와 함께 모였다. 10년, 7년, 2년, 6개월, 105일, 한 달. 우리가 캘거리에 머문 시간! 다양한 사연을 가진 분들이면서도 서로 초면에 대화가 잘 통했다.




맛있어서 두 접시 먹음. 백종원 선생님에게 배운 비법이다. 맛있으면 또 시키기.




과연 티라미수 맛집이었다. 파스타도 전부 맛있고, 깔라마리도 맛있다. 귀연둥이에게 좋은 식사를 대접할 수 있어서 기뻤다.




앗, 간호사 귀연둥이님 어둡게 나왔어. 그래도 사랑의 마음으로 자세히 보면 볼 수 있다. 한분 한분 소중한 사람들.




바로 옆에 있는 카지노도 들어갔다. 다행히 이날은 여권이 있었음. 다들 웃는 거 왜 이렇게 예쁘냐고.




기쁨의 캘거리 타워샷. 캐내디언 귀연둥이는 무척 스윗하여 나갈 때 오래 문을 잡아준다. 그리고 차로 집까지 마중도 해주셨다. 번개 할까 말까 고민 많았는데 정말로 잘한 선택이었다. 내가 오히려 더 많이 에너지 얻어갈 수 있었다. 귀연둥이는 늘 사랑입니다, 힝.





선물도 준비해 주셨다. 한미포스트에 짐 보내자마자 남은 공간에 여러분의 사랑이 가득 자리함. 손글씨 편지부터, 나를 생각한 연필과 종이까지 이건 한국에서만 느꼈던 사랑인데 그 사랑이 캘거리에도 있다니! 정말 소중한 삶이다.




지금 이 모포를 덮고 일기를 적고 있다. 내가 가져온 담요는 가볍기만 하고 그다지 안 따뜻한데 이 모포는 확실하게 따뜻하면서도 가볍다. 양말도 너무 귀엽고 편함. 한국에 10개 사가고 싶은 재질인데 그래도 한 개만 갖고 있어야 더 소중할 것 같아서. 마침 마실 차가 다 떨어졌는데 카모마일을 주셔서 기뻤다. 내가 엄청 좋아하는 차예요, 흑흑.



캘거리 스타벅스 센스 무엇이야, 엉엉... 그리고 유튜브 커뮤니티에 올린 쿼카 이연도 직접 그려주셨다. 여기가 한국인지 캐나다인지 헷갈린다. 귀연둥이는 전 세계적으로 다정한 사람들인가요? 한 분 한분 더 깊게 이야기 나누고 싶었던 점이 유일하게 아쉽다.




1월 5일.

캘거리 마지막 날이자 캐나다 마지막 날이다. 과수를 통해 쿠키를 전달주신 귀연둥이가 디엠을 주셔서 같이 피자를 먹기로 했다. 사실 피자 먹고 돌아와 숙소에서 영상 편집하면서 여행을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우선 닉의 피자가게를 둘러보자. 정겹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으면 맛집이라는 뜻이니 기억해 두자.




가볍게 식전빵과 시저샐러드가 나온다. 저 빵이 슴슴해 보이는데 맛있음. 캐나다 노맛 바게트, 식빵을 겪었던 터라 새삼 감동이었다.




?! 오늘도 선물을 준비해온 귀연둥이. 당신들 정말 못 말려... 비행기에서 먹으면 딱 좋을 쿠키와 레이크 루이스 유리컵이 들어있었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컵 못 사 와서 한 맺힌 거 어찌 아시고... 꺼이꺼이.




그림 유튜버 하면 좋은 점. 구독자 분들이 대부분 금손이라 그림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케첩맛 레이와 귀연둥이, 티라미수, 캘거리 타워, 킴스 카츠, 하마까지. 디테일이 하나하나 소중하다. 잘 보면 정색한 미어캣도 있다.




메뉴를 고민 중인 우리에게 반반 메뉴도 가능하다고 설명. 여기에서 일하는 분들은 전부 미인이고 장발의 포니테일이고 친절하다. 스테이크도 맛있었다. 작고 소중한 fillet.




잘 보면 약국에서 뭔가를 또 샀음을 알 수 있다. 치약과 멜라토닌, 그리고 작은 케첩 레이 감자칩을 샀다. 나와 똑같은 비니를 가져와주신 귀연둥이. 트윈룩을 입고 어제 다녀온 그 카페에 갑니다.




주문하기 전에 한국어를 했는데 일하시는 분이 한국분이세요? 해서 놀라버림. 엄청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우리는 카페인에 약해서 콤부차를 시켰는데



노맛이었다~! 그게 웃겨서 그림 그려봄.




MEC도 좋아하니까 두 번째 방문. 어쩐지 스키고글 사면 스키 탈 수 있을 것 같아서 샀다. 난 보드 말고 스키를 타보고 싶어.




44리터짜리 등산 가방도 샀다. 색깔이 마음에 든다. 그레고리라는 브랜드. 평생 수선이 된다고 한다. 제가 과연 가방 고장 날 만큼 사용을 할까요? 해보겠습니다!




야경 명소가 있다고 하여 함께 걸었다. 하루 종일 이야기했는데도 끊이지 않았다. 94년생이라 하여 세정이 생각이 났다. 친했던 동생.



찐 로컬만 알 수 있는 뷰 포인트. 캘거리 타워 안 가고, 멀리서 캘거리 타워까지 함께 볼 수 있다.




10년 지기 아님. 황정민 우정여행 아님. 백패킹 아님. 만취상태 아님. 귀연둥이는 조승우를 담당하기로 했다.




어쩜 저희는 크기도 비슷합니까?




살금살금 도둑처럼 캘거리 도서관에 들어가는 나. 마침 닫기 15분 전이었는데 잘 도착했다.




도서관이 전반적으로 평온하고 인심 좋은 느낌. 프린트도 할 수 있다. 한국의 도서관은 뭔가 딱딱해. 더 포근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라게

지상철을 타기 위해 걷는 길마저 아름다운 밤이었다니. 효진 님과의 추억이 소중하다. 캘거리에서 귀연둥이의 사랑을 듬뿍 안고 내일은 미국으로 향한다. 뉴저지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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