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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림 Dec 24. 2021

코로나로 엄마 직장이 폐업했다

26살, 내가 사장님이 되려는 이유

생각해보니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지 딱 반년쯤 되었다. 처음 사장님이 되고자 마음먹었던 날에 또렷하게 기억나는 몇 가지가 있다.



2021 2, 정숙이 15년째 다니던 직장이 코로나로 매출이 감소하자 갑자기 문을 닫았다. 50 가까이 직원이 있던 공장이었는데, 정말 한순간에 문을 닫았다. 계획 없이 백수가  50 중년 여성이 당장   있는  집에서 티비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정숙은 전라북도 익산시에, 그의 딸은 서울시에 살고 있다.


'다시 취업할 수 있을까?'

'엄마 아직 돈 벌 수 있는데..'


정숙은 한 달에 한 번씩 간헐적으로 집에 오는 딸에게 매번 같은 고민을 토로했다. 집에서 티비를 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앞으로 일을 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점점 더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대학원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대학원생이었다. 학생. 돈을 벌지 않고 공부를 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니 나는 내가 용돈 줄 테니 맘 편히 쉬라고 하지도, 걱정 말라며 으름장을 놓을 수도 없었다. 옆에서 같이 걱정을 나눌 뿐이었다.

 


엄마의 재취업

정숙이 취업에 성공했다. 전에 다니던 직장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최저시급을 주지 않았다. 정숙에게 이야기를 전달받고 나는 생각했다.


'아니, 2021년에 아직도 그런 곳이 있어?'


있다. 내가 모르는,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아직도 열악한 노동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여전히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고,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사는 세상이었다.

2021년 기준 최저시급은 8,720원이다. 정숙이 재취업한 곳의 시급은 8,000원이었다.


'8,500원 준다고 하면 다닐까?'

'8,300원만 줘도 괜찮을 텐데.'


나는 자꾸 100원, 200원 단위로 자신과 합의를 하려는 정숙의 고민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나는 정숙이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든 상황을 누구에게 화내야 하는지 한참을 생각했다.


'망할 놈의 코로나. 아니, 누가 요즘 최저시급도 안 줘. 사장님이 나쁜 놈이네. 아니, 근데 나는 왜 돈을 벌지 않고 있을까?' 생각의 꼬리가 물리고 물려 결국 나에게 돌아왔다. 이대론 안될 것 같았다.


여기까지가 내가 익산에 가서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날의 기억이다.






원래는 취업을 하려고 했다. 서울에 적당히 많은 월급을 주는, 적당한 규모의 회사에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석사까지 공부했으니까. 남들보다 조금 더 공부했으니 유망한 회사에 충분히 들어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간간이 한강의 여유를 만끽하며, 좋아하는 운동과 영화를 보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려고 했다. 무엇이든 나만을 위해 시간을 쓰겠다는 의지였다. 나의 세계를 구축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자꾸 엄마가 눈에 밟혔다. 이건 그를 책임져야겠다는 오지랖도, 내 인생을 미뤄두는 희생도 아닌 우리의 세계를 정비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사장님이 돼서 엄마를 채용할게"

조금 느끼하지만 이게 내가 익산에 내려가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가까운 미래엔 정숙을 피고용인으로 고용할 것이다. 순수한 노동을 하며 정당한 대가를 받는 삶을 선물해주고 싶다.


나의 다짐이 누군가에겐 그저 효녀 타이틀로 비칠까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정숙은 내가 살아온 만큼 엄마의 삶을 살았다. 그중 여러 순간은 울음과 염려의 시간을 보내고, 가끔 찾아오는 행복의 기억으로 나를 환대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확실한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한데 나 혼자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시도를 계속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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