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사람들도 한국인 못지않게 술 좋아하네
오키나와의 모아이(계모임)가 연달아 있던 지난주.
오키나와 사람들도 정말 술을 잘 먹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시간들.
오키나와의 계모임인 모아이(模合、モアイ).
동갑내기 요카츠(与勝; 우루마시의 동부지역의 반도) 출신의 오키나와 친구들과 하는 모아이와 오키나와시의 플라자 하우스에서 하는 이치모쿠카이(一木会; 매달 첫 번째 목요일에 모이는 비니지스관련) 모아이가 연달아 있던 지난주, 이틀 걸러 술을 밤늦게 까지 마셨더니 주말과 다음 월요일까지 여파가 미쳐 정신이 없었다. 오키나와 사람들과 한국인들과 비슷한 점이 있다면 역시 술을 정말 좋아하고 잘 먹는다는 것일 것이다. 모아이라는 것을 만들어 어떻게 해서든 술 한잔 할 기회를 만들어 함께 모이는 것을 보면.
보통 모아이는 멤버들과 일정 금액을 정해 돈을 일정기간 계속 적립하는 형태와 돈을 모아 한 사람에게 그 돈을 몰아주는 형태 그리고 그 둘이 섞인 모아이 형태가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1만 2천 엔을 매달 내면 1만 엔은 모아이 여덟 명의 멤버 중 한 명에게 몰아주고 천 엔은 적립하고 나머지 천 엔은 복권(宝くじ)에 투자를 하는 형태의 요카츠 모아이와 한 달에 1만 3천 엔을 지불하면 1만에는 14명의 멤버 중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나머지 3천 엔은 술과 안주값으로 지불을 하는 형태의 이치모쿠카이 모아이에 참가를 하고 있다. 매달 지불하는 비용이 적지는 않지만 돈을 타는 모아이라서 급전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오키나와 사람들과 보통 모이게 되면 생맥주 한잔으로 시작을 해서 오키나와의 아와모리를 주로 마시게 되는데, 컵에 얼음을 넣고 아와모리 술을 넣은 뒤 물을 넣어 희석해서 마시다 보면 말 그대로 술에 물탄 듯 물에 술 탄 듯 취하게 된다. 한국과 같이 1차에서 끝나는 법이 없는 오키나와의 술자리. 2차, 3차로 장소를 옮겨서 술잔을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음날의 숙취를 맞이하게 되는 건 분명한 사실. 그나마 주말에는 쉴 수도 있지만 평일 모아이의 술자리는 부담이 가는 게 사실이다.
특이한 것은 모아이 문화가 일본에서 오키나와에서만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네 품앗이 계와 비슷한 것이 일본 본토에서도 있었다고 하지만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고 주위에 나이챠(内地人)라고 오키나와 사람들이 부르는 일본 본토 출신들에게 물어봐도 모아이와 같은 것은 오키나와에서 처음 알았다고 한다. 한국의 계모임과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닐까. 왠지 궁금해진다.
모아이의 장부 관리를 하는 간사들에게는 모아이 수첩이 있고 그 모아이 수첩에는 매달 누가 돈을 내고 누가 돈을 탔는지 기록을 하며 적립금이라도 있을 경우 그 적립금을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매달 모임 장소를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 주워진다. 사실 이 간사 역할을 하는 분들이 매달 장부가 든 가방을 들고 모아이에 참석하는 것을 보면 돈 수금하러 온 사람 같이 느껴진다.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있어 모아이는 급전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또는 멤버들의 공통적인 목적(여행, 구매 등)을 위한 서로 상부상조하는 의미가 있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친목을 위해 모여 술 한잔 하며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공동체 모임의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그나마 나의 경우 한 달에 두 번 밖에 없지만 지인 중에는 한 달에 열 번 가까운 모아이에 참가를 하고 있는 분도 있을 정도로 오키나와에서는 너무나도 흔한 문화이다. 오키나와에 살아가면서 모아이 하나쯤을 참가를 해 인맥을 넓혀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최근 이업종(異業種) 모아이라고 해서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비즈니스적인 인맥과 정보를 모으는 모임도 늘고 있어 활용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