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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스텔라 Aug 20. 2018

#3 생애 첫 봉사활동

"또 올 거죠? 다음에 만나요."

  도시인의 생활은 바쁘고 여유가 없다. 개인의 취미 생활이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와중에도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의 희생과 봉사정신은 삭막한 사회에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오늘은 TV를 보는 다희 씨의 눈빛이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TV에는 배식 봉사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애지람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인데 집중해서 보고 있는 모습이 의아했다.     

  “다희 씨, 저 사람들 멋있지 않아요?”

  “멋있네요.”

   작은 목소리로 수줍게 대답했다.     

  “다희 씨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어요.”

  “선생님하고 같이 해 보고 싶어요.”

  “정말요? 어떤 봉사 활동해 보고 싶어요?”

  “지금은 생각이 안 나지만…….”     


  봉사 활동에 관심이 있고 실천해 보고 싶다는 말에 조금은 놀랐다. 어떤 봉사 활동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알아보기로 했다. 다희 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으로 무엇이 있을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작은 도움이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알려주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다희 씨와 나는 봉사 활동의 결심을 굳히고 강릉시 종합봉사센터를 방문했다. 봉사 활동 설명이 끝나고 다희 씨가 평소 뇌전증 약을 먹는다고 알려드렸다. 그러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결식 어르신의 식사 배식 봉사를 소개해 주셨다. 다희 씨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봉사 날짜를 받은 우리는 1365 자원봉사 포털에 등록하기로 했다. 다양한 활동을 안내받고 봉사 활동 시간도 스스로 체크하기로 했다. 다희 씨는 웬만한 한글은 쓸 수 있고 예전에 삼육재활원에서 컴퓨터를 배웠기에 느리지만 타자도 혼자 칠 수 있었다.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려는데 다희 씨가 벌떡 일어났다.     

  “다희 씨 어디 가려고요?”

  “수첩 가져올게요.”     

  예전에 다양한 사이트에 가입했던 홈페이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수첩에 있다고 했다. 새삼 다희 씨의 꼼꼼함에 놀랐다. 그녀의 진지한 모습이 멋져 보였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가입을 했다. 그리고 잊어버리지 않게 수첩에 적었다. 자신의 이름으로 가입된 것을 확인하고선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해했다. 시간 날 때 홈페이지에 들어와 새로운 정보를 찾아보고 열심히 활동하기를 응원한다고 하자 쑥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다희 씨는 수첩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옷장 서랍 깊숙이 넣어둔다.


  며칠 뒤 다희 씨는 생애 첫 봉사 활동에 나섰다. 안내를 받아 강릉시종합봉사센터 옆 건물 지하로 내려갔다. 고소한 음식 냄새가 진동했다. 아주머니들이 큰 프라이팬에 제육볶음을 하고 계셨다. 인상 좋은 아저씨도 만나 인사도 나누었다. 다희 씨에게 먼저 다가와 집은 어딘지, 이름은 뭔지 물으셨다. 다희 씨가 쑥스러운지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그 아저씨를 보고 천천히 대답했다. 아저씨는 퇴직하시고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신다고 했다. 다희 씨가 처음 봉사활동을 하러 온 사연을 듣고서는 악수를 청하며 격려하셨다.     


  우리는 비닐을 접시에 씌우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아저씨는 다희 씨에게 그릇을 싸는 법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노란색 플라스틱 통에 그릇을 담아 1층까지 올라갔다. 대기해 있는 트럭에 그릇을 싣고 수저와 국자, 밥, 국, 반찬도 모두 실었다.

  봉사자와 함께 차를 타고 공원으로 갔다. 가지런하게 식탁을 정리하고 식사를 준비하자 어르신들이 한분두분오시기 시작했다. 몸이 불편하신 분도 많이 보였다. 나는 식판에 음식을 담았다. 어르신 앞에 따뜻한 밥과 반찬, 국을 놓아주는 다희 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우리는 뒷정리를 돕고 설거지를 하고 봉사활동을 마무리했다.


  아저씨가 다희 씨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다희 씨, 오늘 어땠어요?”

  “괜찮았어요.”

  “오늘 멋있었어요.”

  아저씨의 칭찬에 다희 씨가 웃었다.

  “또 올 거죠? 다음에 만나요.”

  “네! 안녕히 계세요.”

  다희 씨가 해맑게 인사했다.


  집으로 가는 길, 다희 씨와 손을 잡고 걸었다.

  “오늘 힘들지 않았어요?”

  “힘들지만 기분이 괜찮았어요.”

  “오! 정말요?”

  “오늘 했던 거 또 하고 싶어요.”     

  다희 씨는 생애 처음 봉사의 즐거움을 느낀 것이다.


  이제 다희 씨가 누군가를 위해 봉사를 한다. 땀 흘리며 보람도 느낀다.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르신들의 식사를 챙겨드릴 수 있다며 좋아한다. 평소 무뚝뚝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봉사할 때만큼은 사람들과 어색함 없이 대화한다. 앞으로도 아름다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주어지면 좋겠다. 다른 사람을 돕는 과정에서 느끼는 풍부한 감정도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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