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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스텔라 Aug 27. 2018

#4 엄마는 만날 괜찮대!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밀레의 그림을 보면 전원의 풍경이 행복으로 다가온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농촌의 풍경은 그만큼 낭만적이다. 다희 씨의 고향인 태백의 풍경도 그랬다.


  다희 씨와 함께 태백의 시골집을 찾았다. 도로 옆 다리를 건너자 바로 다희 씨의 집이었다. 사방으로 넓은 밭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중간에 집이 우뚝 서 있어서 마치 그림 같았다. 마당에 묶여 있던 누런 개가 우리를 보고 사료 그릇이 뒤집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왔다 갔다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평소 무뚝뚝한 다희 씨는 시골집에 들어서도 반갑게 맞이하는 어머니에게 눈인사 외에는 말 한마디 없었다. 언제나 가슴에 담고 사는 시골집이지만 함께 살지 못하는 현실이 마음 아파서였는지도 모른다.

  다희 씨 어머니는 급히 집 뒷마당으로 가더니 닭장에서 달걀을 가지고 왔다.

  “다희야, 달걀 삶아 먹고 있어라.”라는 말을 남긴 채 어머니는 어디론가 가셨다. 다희 씨는 냄비에 물을 부어 달걀을 삶았다. 마트에서 파는 달걀보다 훨씬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때까지도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디 가셨을까?


  삶은 달걀을 다 먹은 우리는 어머니를 찾으러 밖으로 나왔다. 집 주변에도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다희 씨와 농촌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걸어가니 돌다리 넘어 건너편 개울가에서 허리를 숙여 나물을 뜯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한 달 전 다리 수술을 했다고 들었는데 걱정이 앞섰다.

  “어머니, 저희들은 이제 강릉으로 돌아가야 해요.”  


  우리는 어머니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외쳤다. 그 소리를 들은 어머니는 급히 나물을 챙겨 들었다. 절룩거리는 빠른 걸음으로 돌다리를 건너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셨다. 우리는 놀라서 달려갔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아 안심했지만 이마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병원에 갈까요?”

  “괜찮아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묻는 말에 다희 씨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이때 다희 씨가 어머니 앞으로 다가서더니 한마디 외쳤다.

  “엄마는 만날 괜찮대!”

  이날 다희 씨가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건넨 한마디였다. 마음속으로는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것을 알고서 내 마음이 ‘쿵’ 했다.


  흐트러진 나물을 주워 담은 어머니는 흙 묻은 손을 털어 낼 새 없이 검정 봉지에 나물을 담아 딸 손에 쥐여 주었다. 다희 씨를 대신해서 내가 물었다.

  “어머니, 이건 어떻게 무쳐 먹어야 해요?”

  “어수리 나물인데 뜨거운 물에 데쳐서 된장 넣고 무치면 돼요.”

  손으로 나물을 무치는 시늉을 보이는 어머니에게서 직접 무친 어수리 나물을 우리에게 먹이고 싶다는 마음이 전해졌다. 다희 씨가 들고 있는 나물 봉지를 보니 고마움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딸에게 주려고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저 먼 개울까지 가셨구나’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어수리 나물을 고이 싸 들고 강릉으로 돌아오니 늦은 저녁이 되었다. 배가 고픈 우리는 서둘러 어수리 나물을 무쳤다. 하얀 쌀밥 위에 나물을 말아 올리고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어수리 나물의 독특한 향이 입맛을 돋우었다. 달큰하면서도 쌉쌀한 맛…. 담백하면서도 고소했다.


  어수리 나물을 맛있게 먹고 우리는 편지를 썼다.

  “어머니 건강하세요. 내년에도 어머니께서 뜯어주신 어수리 나물을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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