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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Han Jul 05. 2023

스파클링 와인의 용도

일하는 자, 마셔라

우리 집에서 스파클링 와인은 산지 또는 가격에 따라 두 가지 용도로 구분된다. 프랑스 상파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샴페인'은 철저히 기념일이나 파티 등에 쓰인다. 높은 가격대 때문에 웬만해서는 두 병 이상을 한 번에 열지 않고, 대개 그날 자리를 여는 식전주로 마신다. 그 외 크레망, 까바, 스푸만테 같은 스파클링 와인은 가볍게 반주로 곁들이거나 노동주로 쓰인다.

그렇다. 우리 부부는 일할 때 노동주를 자주 곁들인다. 노트북 펴고 키보드 두드리며 홀짝인다. 독주는 금세 취하기 때문에 피하고, 맥주는 아내가 좋아하지 않는다. 밖에서는 칵테일도 마시지만, 집에서 일할 때는 스파클링 와인만 한 게 없다. 향미가 좋고, 버블 덕분에 입 안에 도는 느낌도 상쾌하다. 아마 더운 동네에 살기 때문에 청량감 좋은 음료를 더 선호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집어 든 노동주는 보통 한 병에 15달러 안팎이다. 가끔 10달러도 안 하는 와인을 사기도 하는데, 나쁘지는 않지만 몇 달러 더 비싼 와인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수많은 스파클링 와인들을 마셔보고 우리가 고른 원픽은 '라 마르카 프로세코'. 수년이 지난 후 알게 되었는데, 미국 내 스파클링 부문 판매 1위를 찍은 적도 있다고 한다. 뭐, 입맛 다 비슷한 거지.

집 근처에 있던 마트나 차를 타고 20분 정도 달려 코스트코에서 한 병씩 사 오는데, 갈 때마다 가격이 다르다. 그래서, 나중에 억울해하지 않으려면 구매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마침 세일이라도 하면 몇 병 쟁여놓아야 한다. 집에 스파클링이 넉넉하게 있으면, 노동주로 마시는 양도 비례해 는다는 걸 알지만, 다른 사람이 여러 병 집어 가는 걸 보면 마음이 조급해진단 말이지.

아마, 우리 부부에게서 노동주라는 존재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빈도가 좀 준 것 같지만, 업무의 효율을 높여주고, '일'이라는 대상의 무게를 가볍게 해 주고, 기분을 조금 더 흥겹게 만들어 주니까. 차라리, 합리적인 가격대의 와인을 찾은 게 다행이고, 이따금 세일하는 마트가 고마울 따름이다. '라 마르카'가 아니었으면 우리 집 가계비가 더 늘어났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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