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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라 와인 Dec 06. 2017

시간을 요리하는 이탈리아

당신의 D.O.P 적인 삶을 위하여!  

재료가 좋아서 그런지 이탈리아 요리는 아무거나 만들어도 다 맛있는 거 같아. 


무엇이 이탈리아의 맛을 결정하는 걸까, 

이곳의 토양과 이탈리아의 태양, 이탈리아의 바람과 공기가 이탈리아의 맛을 결정한다고 하자면, 그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는 것들을 소개한다. 

이탈리아의 태양과 바람, 공기를 가지고 있고,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재료들을 소개한다. :) 


Parmigiano-Reggiano

'American italian'의 영향으로 우리에게는 파마산 치즈로 더 익숙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는 에밀리아 로마나 지방을 중심으로 파르마, 볼로냐 그리고 요즘 굉장히 유명해진 모데나 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는 온전히 시간을 담고 있고, 그 시간에 따라서 치즈의 등급이 결정된다. 


최소한 12개월

최소한 12개월이 되어야만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로써의 '자격'을 갖출 수 있다. 12개월이 되었다고 해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가 '되었다'라고 말할 수 없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은 '컨소시엄'에서 결정하게 되는데, 이들은 치즈 공장을 방문하여 숙성 개월별로 분리되어 있는 그 공장의 모든 치즈를 다 검사하고, 검사가 합격된 치즈 만이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가 될 수 있다. 



치즈를 결정하는 방법 - 치즈의 소리

자, 그럼 컨소시엄 사람들이 치즈공장을 와서 어떻게 치즈가 잘 숙성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 

이들은 치즈의 소리를 듣고 치즈의 합격을 결정하게 된다. 

작은 망치로 동그란 드럼 모양의 치즈의 모든 면과 모든 면적을 두드리면서 그 소리의 일관성을 확인한다. 


숙성된 치즈에게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의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치즈의 소리 이다. 



그렇게 결정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는 개월에 따라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 


12개월
- 가장 최소한의 기간을 가지고 있는 치즈 이다. 
향기: 약한 향기, 치즈 특유의 냄새가 나지만 비교적 부드럽다. 
식감: 쫄깃한 식감 
맛: 강하지 않은 마일드한 맛이다.

36개월
- 가장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숙성 기준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치즈이다. 
향기: 진한 향기, 치즈 특유의 소금 냄새와 숙성 냄새가 강하게 난다.
식감: 단단하다.
맛: 12개월보다 강하다. 힘이 있는 맛이다.

60개월
- 60개월짜리 치즈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시장에서는 힘든 일이고, 공장을 방문하여 구할 수 있다.
향기: 강할 것 같지만, 강한 치즈의 향기를 넘어서서 숙성의 향기가 난다.
식감: 단단하다, 하지만 돌 같지는 않고 36개월과 비슷하다.  
맛: 굉장히 고약한 맛이 날 것 같지만, 오히려 조용한 맛이 난다. 숙성의 정점을 지난 후의 차분한 맛이 느껴진다. 


이렇게 해서 치즈가 만들어지고, 컨소시엄은 치즈에 도장을 찍게 된다. 

치즈의 겉면에는 이 치즈의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 그리고 위의 숫자는 이 치즈를 만든 공장의 번호이다. 콘소시엄은 치즈의 합격의 경우, 도장을 찍게 딘다. 


이렇게 만든 치즈를 이탈리아 사람들을 많은 요리에 사용하고, 요리에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와인과 함께 

깍둑썰기 해서 먹기도 한다. 또한 라비올리에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와 다른 치즈들을 섞어서 속을 채워 치즈의 맛을 강하고 풍부하게 즐기기도 한다. 


Basamic 

보통 발사믹 식초라고 말하는 발사믹은 식초가 아니다. 이것은 식초와는 완전 다른 것이다.  

발사믹은 포도즙으로 만드는 것이고, 그것은 그 포토 즙을 오랜 시간 동안 숙성시켜서 만든다. 그 포도즙을 어떤 포토를 사용하고 어떤 레시피를 사용하느냐는 그것을 만드는 가족에 달려있다. 

발사믹은 모데나 지방과 레지오 에밀리아 지방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며, 적어도 12년이 있어야 발사믹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자격을 갖춘 발사믹은 '컨소시엄'의 합격을 받아야 발사믹이 되어 시판된다. 


시간과 가족의 사랑을 담는다. 

발사믹은 포도즙으로 만들어진다. 포도즙을 나무로 된 통에 담고 숙성시키고, 숙성된 포도즙의 30%를 다른 나무통에 담는다. 이때의 나무통은 전년의 나무와는 다른 나무로 만든다. 이런 방식으로 몇 년 동안 계속하면 결국 한병의 발사믹이 완성된다. 한병의 발사믹이 완성되는 동안 포도즙은 계속 다른 나무통에서 숙성되기 때문에 나무의 향기와 시간까지도 담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발사믹은 요리에 잔뜩 넣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요리에 아주 작은 한 방울 두 방울을 떨어 뜨린 후에 즐긴다. 그 자체만으로도 향기가 강하기 때문에 한두 방울이면 충분하다. 

아이스크림에 한 방울 떨어 뜨려 먹으면 아이스크림의 풍미는 지치면서 발사믹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발사믹의 경우, 원래 판매 목적으로 만들기보다는 가족의 선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딸이 태어나는 시점부터 포도즙을 만들고 그것을 오크나무통에 담았다가, 내년이 되면 다시 체리나무통에 담고, 그렇게 계속하다가 딸이 시집갈 때, 한병의 발사믹 식초를 선물하는 것이다. 

발사믹은 이탈리아의 가족을 중시하는 마음과 시간을 함께 담고 있다. 그래서 더욱 적은 양만 유통되고 있고, 가격도 비싸다. 


D.O.P - what you eat is who you are 

이렇게 만들어진 치즈와 발사믹은 모두 D.O.P라는 라벨을 달고 출시된다.

D.O.P: Denominazione d'Origine Protetta 
공정뿐만 아니라 재료까지고 그 지역에서 나온 제품에 대하여 D.O.P 를 부여한다. 흔히 음식점에서 볼 수 있는 I.G.P (Indicazione Geografica Protetta, 공정은 그 지역의 공정이지만 재료가 꼭 그 지역일 필요는 없다.)와는 차이가 있으며, 그 지역의 재료로 그 지역의 공정을 가지고 있는 제품을 의미한다.  

공장 투어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바로 D.O.P라는 말이었다. D.O.P는 그만큼 '진짜'를 의미하는 말이다. 진짜를 가지고 있느냐 라는 관점에서 투어 가이드와 공장 사람들은 D.O.P 를 사용하였다. 


토불이 身土不二

사람과 흙은 나뉘지 않는다, 자신이 태어난 지역에서 나온 음식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는 말이다. 결국 음식이 사람을 만들어 나가고 있고, 내가 결정하는 음식이 결국 나이다. 


한 끼의 식사를 하기 위하여 얼마나 순수한 공정으로 순수한 재료로 만들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집중하다 보면 하루 종일 부엌에 박혀있게 된다. 삼분이면 전자레인지에서 띵동 하고 만들어질 햇반 대신에 쌀을 씻고 압력밥솥에 담고 기다리는 시간은 그래도 한 시간은 걸린다. 삼분이면 띵동 하고 만들어질 라자냐 대신에 라구를 만들고 베샤멜소스를 만드는대는 적어도 이틀이 필요하다. 여기에 만약에 직접 파스타를 만들 경우는 그 음식의 퀄리티는 당연히 올라가게 된다. 


한 끼의 식사는 하루의 나를 만들고, 한 끼의 식사를 함께 하는 사람들은 하루의 나를 말해준다. 

결국 D.O.P 와 身土不二 라는 말은 모두 진짜를 지향하는 식문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은 티브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삼시 세 끼에 들이는 정성은 이서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료를 확인하고 살살살 손질하고 냄비를 불위에 얹히고 간단하게 된장찌개를 만드는 것도 D.O.P 적인 식사이다. 


당신이 얼마나 바쁘고 정신없는지 나도 알고 있다, 부랴부랴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잠이 덜 깬 몸을 지하철에 넣은 다음에 사무실까지 바쁘게 또각 거리며 걸어가는 동안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고, 잠을 깰 커피만 간절하게 생각나는 시간을 지나면, 어느새 사무실에 앉아서 정신없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당신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회사 욕을 백개 정도 할 수 있는 그날이 당신의 오늘이길 바란다. 


당신의, 그리고 나의 D.O.P 적인 식사를 위하여 

Sal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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