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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라 와인 Apr 14. 2023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가벼운 와인이라고 물은 아닙니다.

요즘 여러 업장들과 미팅하고 시음하다 보면 듣는 이야기가 있다.


레드와인 어렵더라고요.
가볍고 마시기 쉬운 물 같은 와인 있을까요?


가볍고 마시기 쉬운 와인은 정말 뭘 말하는 걸까?


최근 시장에서 많이 보이는 와인들 특히나 레드와인에서 느껴지는 맛은 가볍고 마시기 쉬운 느낌의 레드 와인이다. 조금 더 편안한 자리에서 특별한 음식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바디가 얇고, 타닌감이 적으면서도 과실미가 있는 와인들이 많이 보인다.

이런 와인 트렌드 속에서 나도 최근 정말 물 같은 와인을 마신적이 있다. 다시 말해 무(無) 맛의 와인을 마신적이 있다. 분명 코에서는 솔방울향이나 마른 버섯의 향, 심지어 동물스러운 느낌도 났었지만 맛에서 탄닌도, 바디의 느낌도 심지어 산미도 느끼기 어려웠다. 그때 사람들이 말한 물처럼 마시는 와인이 이거구나 싶으면서 나는 돈이 아깝다고 느꼈다.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 주류시장의 움직임은 논알코올음료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해외에서는 MZ세대에 대한 식문화 트렌드로 2018년부터 저알콜 주류, 논알코올음료와 같이 알코올이 적고 대신 음료와 같은 느낌을 말하는 트렌드가 잡혔었다.

건강한 삶을 원하는 시대의 트렌드라는 것이 시대의 설명이었고, 그래서인지 오히려 내추럴 와인의 비교적 낮은 알코올함량이 관심을 끌게 된 요인도 있었다.


그렇지만 와인은 포도로 만든 술

다시 말해 포도로 만든 주스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포도는 아마도 청포도, 캠밸포도, 머루, 샤인머스캣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 포도들은 우리가 요리에 사용하기도 하고 먹기도 하는 포도들이다.

그러면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어떤 맛이 날까?

내가 먹어봤던 토스카나 지역의 양조 포도는 신 맛이 느껴졌고 뜹뜨름함도 느껴졌다. 바로 우리가 마시는 와인들은 그러한 양조용 포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럼 그런 포도로 만든 와인의 맛은 어떨까?

맞다, 포도의 맛을 가지고 있으면서 신맛과 뜹뜨름함이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맛의 요소, 질감의 요소들이 균형을 갖게 되었을 때, 우리는 잘 만들어진 와인이라고 말한다.


혓바닥을 쪼여주는 탄닌감과 입에 군침을 돌게 하는 산미, 포도가 가지고 있는 과일의 풍미와 바디감 모두가 우리가 마시는 와인이라는 술을 구성하는 맛과 질감들이다. 이것이 와인에 대하여 다른 주류와 차별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이다.


탄닌에 대하여 쪼끔 감이 잡히나요?


어떤 날은 바디가 약한 와인이,

어떤 날은 탄닌감이 적은 와인이 생각나고 마시고 싶은 건 당연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질감과 풍미라고 해서 편견을 가지고 마음을 닫지는 않길 바란다.


와인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어디에서 자라났는지, 누가 자기를 키웠는지, 어떤 ㅁ날에 자랐는지, 얼마나 열심히 일 년을 버텨 지금 우리의 한잔으로 왔는지,

와인은 끊임없이 설명해주고 싶어 한다.

그런 와인에게 조금 더 그 새로운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여유로움을 주는 와인생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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