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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코는 왜 Jul 02. 2019

사랑도 여행도 인생도 심플하게

#브런치 무비 패스, 2019년 6월 25일

사랑도 여행도 인생도 군더더기 없이!
영화 곳곳에 스며든 이케아의 실용주의 철학 



이케아를 닮은 영화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마치 모르고 본다면 당연히 이케아 홍보 영화 정도가 될 거라 생각할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랬다. 말이 나온 김에 이케아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케아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그리고 본인이 직접 조립해야 한다는 DIY 시스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름에 이케아가 들어가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주인공이 그토록 가고 싶던 브랜드이기 때문일까, 영화는 이케아를 많이 닮아 있다. 깔끔하고 빠른 스토리 전개, 부자가 되기 위해 자신의 삶을 DIY 하는 주인공, 그리고 자칫 놓치기 쉬운 웃음의 요소들까지 알뜰하게 챙겨갔다.


아직 개봉이 안 된 영화니까 아주 간단하게만 내용을 설명하자면, 인도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우연히 본 이케아 카탈로그로 인해 이케아 매장에 가는 것을 평생소원으로 삼는다. 언젠가 아버지를 찾아 파리로 같이 가자던 어머니가 죽고 난 후 주인공은 100유로짜리 위조지폐만 들고 파리로 향하게 되는데 그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이케아 매장! 그곳에서 한 여자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녀와 다음날 데이트하기로 약속하고 이케아 매장의 옷장에서 잠든 순간, 이케아 옷장은 그를 영국으로 데려가고 마는데, 그 이후로 시작된 그의 파란만장한 여행기,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 영화의 줄거리다.


영화는 그 속에서 가난, 난민, 인종 차별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주제가 그것에 매몰되지 않게 희망과 황당한 상상력을 첨가해 균형을 맞춘다. 다만 파텔만 믿고 유럽 여행을 갔다간 큰 코 다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인생은 살다 보면 우연과 우연의 연속일 뿐



우리는 모든 상황을 우리가 판단하고 결정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간다고 믿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부분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시작과 결과일 뿐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우리의 인식 범위를 넘어가 버린다. 예를 들어 친구를 만나러 가서 밥을 먹는다고 했을 때,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밖에 나가는 것과 밥을 먹는 행동일 것이다. 만약 여기서 주변 상황과 다른 개인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다면 그 과정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이고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일까.


영화는 이런 삶의 연속성 아래에서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인한 우연성을 적극 활용한다. 주인공 파텔은 파리에서 우연히 런던에 가고 우연히 바르셀로나 공항에 머물며 우연히 로마에 갔다가 예전에 우연히 만났던 현자의 말을 떠올리며 쓴 글로 돈을 벌고 우연히 리비아에 가게 된다. 이 우연성의 여행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은 없으나 이걸 듣고 보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결국 우리 삶에서의 자그마한 희망이 아닐까 싶다.


우연한 삶 속에서도 필연적으로 들어가 있는 희망의 메시지, 가볍고 유쾌하고 심플하게 풀어내긴 했지만 그 나름대로 동화나 상상력이 깃든 공상 소설을 읽는 것 같아 보는 내내 마음이 편했다. 물론 영화관을 나온 뒤에 바로 인생을 저렇게 순탄하지 않음을 깨달았지만.


시작과 끝, 결국 돌아오기 위한 여행 



여행은 결국 돌아오기 위해 가는 거라고 했던가. 파텔의 여행은 시작도 인도 끝도 인도다. 위에서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시작과 결과뿐이라고 했다. 그 시작과 끝이 같다는 건 이 여행의 목적이 궁핍한 생활에서의 탈출이 아니라 엄청난 경험을 쌓는 것에서 비롯됨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경험이 향하는 곳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회귀하는 산란기의 연어처럼 돌아온 파텔은 자신의 고향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으로 살아간다. 사실 이 특별난 여행의 이야기도 소년원에 들어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다 들은 아이들에게 파텔은 제안을 하나 하는데 소년원에 갈 것인지, 자신이 가르치는 학교에 매일 출석할 것인지를 묻는다. 아이들은 당연히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준 파텔의 학교에 나가겠다고 하고 이야기는 마무리되는데,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간수가 파텔에게 살짝 물어본다. 


Q. "모두 사실입니까?"


A. "중요한 부분은요."


이 모든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혹시 또 모른다. 정말로 이케아 카탈로그를 보며 펼친 상상의 나래가 이 모든 이야기의 진실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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