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smos Jun 28. 2023

산후 6개월, 후회되는 것들

모유수유에 대해 미리 알지 못한 것, 산후조리원에 간 것

임신일기와 산후조리일기를 작성하고 벌써 6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우리 아기는 8킬로의 건강한 6개월 아기가 되었고, 나 역시도 체력과 먹성이 임신 전으로 돌아갔다. 브런치에 육아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은,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없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나도 잘하지 못하고 있는데, 부끄러운 기록을 굳이 남들 보라고...?

그래도 이렇게 기록으로서 남기는 것은 나와 똑같은 실수, 후회를 하지 않길 바라는 미래의 산모들, 엄마아빠들을 위함이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후회감이 조금이라도 덜해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1. 모유수유에 대해 미리 알지 못한 것

나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열심히 공부했었다. 꾸준히 기록해 온 임신일기를 돌아봐도 그러하고, 임신일기를 기록하면서 임산부라면 꼭 알아야 할 내용들, 더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에 대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찾아보고, 기록했었다.

그러나 왜 육아에 대해서는 미리 공부하지 않았던 건지,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육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자신감이 없어서일까. 계속 미루고 있던 육아 공부를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이제 곧 집에 돌아가서 아기를 돌봐야 하니까. 내 눈앞에 닥쳤으니까...


특히 미리 공부하지 못해 아쉬웠던 건 모유수유에 대한 부분이었다. 내가 모유수유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냐면, 분만 이후 3일째쯤이었던가, 가슴이 엄청 아픈데, 이게 말로만 듣던 젖몸살인가? 싶었다. 엄청 아프긴 한데, 이게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대처 방법도 전혀 몰랐던 것이다. 당연히, 이미 아기는 분유를 3일째 먹고 있었고, 모유수유의 골든타임은 지나간 지 오래였다.

가슴이 아프니, 일단 모르는 상태에서 물어볼 건 조리원밖에 없었다. 병원 연계 조리원에서는 병원으로 유방마사지를 보내주었고, 이후 마사지사의 조언에 따라 유축을 해보기 시작했다. 모유수유를 향한 길은 점점 더 꼬여가기 시작한 것이다.


애초에 모유수유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던 나는 일단 이 고통을 해결하고 싶었다. 해결하려면 유축을 해야 한다고 하니, 3시간마다 병원 수유실로 갔다. 막상 노오란 초유를 보니, 아기에게 더 주고 싶었다. 양을 늘리려면 새벽에도 유축해야 한다기에 내가 있던 병실은 7층인데, 수유실이 있는 4층으로 3시간마다 오갔다. 

꽤 고달팠다. 아직 몸은 회복이 덜 됐고, 출산 후 온몸에 땀은 비 오듯 흐르고,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눈 좀 붙이려고 하면 유축을 위해 맞춰둔 알람이 울려댔기 때문이다.

적고 소중한 나의 모유...


점입가경으로, 유축한 모유량이 남들보다 너무 적었다. 또 한 가지의 패착인데, 남들과 유축량을 비교했었다. 수유실에서 유축하는 다른 엄마들에 비해 양이 너무 적었고, 3시간마다 유축하는데도, 기저부 마사지를 열심히 하고 물을 많이 마셔봐도 내가 제일 양이 적어 보였다. 괜한 자책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수유량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수를 하는 건데, 내가 다니는 병원은 모자동실도 시켜주지 않고, 직수할 수 있게 도와주지도 않아서(해보겠다고 했는데 수유콜이 오지도 않았다.) 엄마들과 나란히 앉아서 유축을 하는 것(이 또한 웃픈 광경이다)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5분씩 양쪽 가슴 번갈아 가면서 3번씩, 다른 엄마들은 젖병을 7부까지 채우는데도, 나는 많아야 30ml 정도, 밥숟가락 2스푼이 전부였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직수 한번 시도해보지 않고 유축만 하다 조리원을 나오며 단유가 되었다.

수유패드가 없으면, 몇 시간 만에 이렇게 된다. 


분유수유가 나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완분으로 수유하고 있지만 아기는 잘 크고 있고, 병치레도 없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모유가 분유보다 좋다. 아, 딱 한 가지 분유수유가 더 좋은 점은, 분업이 된다는 거다. 남편이나 친정엄마, 이모님이 나 대신 수유를 해 줄 수 있다 정도. (근데 이 마저도 완모라면 가끔 유축모유를 남이 먹여주면 되는 거라...)

분유수유를 하면 젖병도 닦아야 하고, 젖병 소독도 해야 하고, 물도 매번 끓여두어야 하고, 분유도 타야 하며, 분유값도 꽤 들고, 그런데 생각보다 버려지는 분유가 많아 아깝고... 분유수유가 더 번거롭고 피곤하다.


내가 모유수유에 관심이 있든 없든 간에, 반드시 사전에 공부는 해두길 바란다. 나도 모유수유에 정말 관심이 없었지만, 막상 내 몸에서 젖이 나오니 호르몬 때문일지, 출산 후 생긴 모성애 때문일지 몰라도, 모유를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모유량이 적어서 병원에서부터 조리원까지 너무 속상했고, 이렇게 단유를 하게 되는 건가 싶었을 땐 너무 아쉬웠다. 

꼭 미리 공부해 두자.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당신도 어쩌면 갑자기 완모 욕심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미역국 제발 멈춰.. 아침, 저녁, 야식이 전부 미역국이었다. (병원, 조리원 모두)


2. 산후조리원

내가 다닌 산부인과는 자연분만하는 경우 2박 3일 입원이었다. 나는 출혈로 인해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고, 촉진제가 들어갈 때 이미 자궁문이 많이 열려있던 상태라 초산이지만 하루 만에, 비교적 빠르게 분만할 수 있었다.

분만 당일 그리고 다음날까지도 컨디션이 너무 안 좋고 힘들었지만 마지막 날 즈음엔 꽤 많이 회복된 상태였다. 이후 바로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희한하게도 조리원이 만실이라 병원에서 나흘을 더 기다려야 했다. 산부인과에서 6박 7일 입원을 한 것이다.


모자동실도 못하게 하니 아기를 7일 만에 안아보게 된 것도 억울한데, 기대했던 조리원은 생각보다 육아에 대해 그렇게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조리원에서 한다는 수업들을 대체로 거의 다 들어봤지만, 업체 연계라 내 정보를 팔아서 사은품 따위를 얻어오는 것이 대부분이고(이후 원치 않는 전화까지 받아야 하는 건 덤. 심지어 집에 찾아오기도 했음.), 조리원 입소 시 줬던 '신생아 돌보기' 책자에 있는 내용을 다시 읊어주는 것 정도가 교육의 전부였다. 조리원을 나올 때도 인수인계처럼 해주는 내용은 아이가 대강 얼마나 먹어요(수유량), 큰 이상이 없어요(나가서 아파도 우리 책임 아니에요), 정도.


조리원 동기를 만드는 데도 실패했다. 사실 실패라기보다는, 내가 별로 조리원 동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도 있었다. 처음엔 '나도 조동을 좀 만들어 볼까'하는 마음에 수유실에서 수유를 하는데, 이미 친해진 어떤 엄마들끼리 "아들 낳아준다는 병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기함하고는 다신 수유실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엄마들이 조리원에 가는 이유 중 하나인 산후마사지도 개인적으로는 별로였다. 조리원에 가기 전부터 나는 마사지에 많은 환상을 갖고, 매일 받아야지! 하는 마음에 들떠있었다. 마사지를 받아야 붓기가 싹 빠진다나. 

야근이 많은 회사를 다니던 때, 마사지샵을 정말 자주 다녔었는데, (물론 물가가 그때보다 올랐지만) 거기보다 가격은 두 배 이상 비쌌고, 붓기가 정말 이것 때문에 빠지는지는 별로. 잘 모르겠다. 물론 시원하긴 했다! 내 인생 전무후무할 최단기간 최다 마사지! 좋긴 한데, 그 값을 하는지는 잘...


태지도 아직 다 벗겨지지 않은 이때, 조금 더 안아볼걸. 조금 더 기록해 둘걸...

우리 아기의 신생아기는 매우 짧다. 생후 4주. 나는 병원과 조리원의 여차저차한 사유로 집에 거의 20일 만에 들어가게 됐고, 신생아기의 아기와 보낸 시간은 너무 짧았다. 신생아기에는 아기가 거의 잠만 잔다. 사실 별로 어려울 게 없다. 먹고 싸는 것만 잘 돌봐주면 거의 끝인데, 그 소중한, 아까운 시간을 같이 못 보낸 게 너무 아쉽다. 6개월이 된 지금, 가끔씩 그때의 사진첩을 돌려보며 영상이라도 더 찍어둘 걸, 생각한다.


둘째를 출산한다면, 산후조리원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투자한 돈과 시간대비, 조리원에서 그만한 가치를 하는 무언가를 얻지 못했고, 남들이 생각하는 장점이 나에겐 그다지 장점으로 다가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째랑 2주 이상 떨어져 있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갓 태어난 둘째랑 조리원에서 계속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최고의 산후조리는 누워만 있지 말고, 몸을 가능한 많이 움직이고, 주치의와의 상담 하에 가벼운 운동부터 빨리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애초에 나는 임신기 동안 체중이 별로 늘지 않아서 인지, 산후조리원을 나오면서 임신 전 체중으로 돌아갔고, 체력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 건 출산 6주 후 (임신 전부터, 임신 때에도 꾸준히 해오던 운동)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했을 때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는 나를 보며 기겁했던 우리 엄마는 아이스크림까지 퍼먹던 산후 2주 된 나에게 미쳤다고 했지만 산후 6개월 된 현재, 나는 아주 괜찮다. 꾸준히 운동하고 있고, 별로 아픈 곳도 없다.


물론 산후조리원이 좋았고, 추천한다는 의견이 틀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고 싶었고, 이런 사람도 있다 하고 넘어가주길 바란다. 반박 시 당신 말이 다 맞음!

- '산후 9개월, 후회되는 것들'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 [산후조리일기] '순산'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