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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름 Aug 12. 2024

서른이 되어서 하는 진로 고민

그래서 마음을 다 잡기 위한 노력

나는 부단히도 움직이지만 여전히 멈춰있는 듯 하다. 

대학 졸업 이후, 진로와 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보지 않은 대가는 혹독했다. 

대학 재학 시절에도 표면적으로는 참 바쁘게 보낸 듯 하지만 내 대가리는 꽃밭이었다. 


나는 대학교 때부터 방송국 드라마 PD를 진로로 정했었다. 드라마 PD를 진로로 정한 이유는, 고등학교 시절 친한 친구의 꿈이 드라마PD라고 했기 때문이다. 친구의 꿈을 듣는 순간, 뭔가 멋져보였고, 어! 나도 드라마 엄청 좋아하는데! 나도 드라마 PD하고 싶어! 가 되었고 이윽고 내 꿈은 드라마PD가 되었다. 그리고 대학 시절 교내 방송국 활동을 하고, 작은 방송국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오롯이 드라마PD 하나만을 생각했었다. 


마치 고민 없이 답을 내리는 수학 공식처럼, 내 꿈도 그렇게 답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 답이 틀렸다고 느꼈을때도 다른 답을 쓸 생각을 안 했었다. 수학 문제에서 정답은 정해져있고, 그 외의 것들은 모두 오답인 것처럼 나는 이미 정답을 적었고, 그 외의 다른 답을 고민하는 건 오답을 향해 가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꿈은 수학 문제처럼 풀어야 하는 것이 아님을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서른이 되어서야 깨달아 또 다시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 요즘 같은 백세 시대 늦게 깨달은 게 왜 문제가 되냐하면, 내 주변 사람들 때문이다. 사회에서 정해놓은 삶의 이정표에서 조금이라도 늦어버리면, 그 이정표에 맞게 살아가길 바라는 가족들의 기대, 그 이정표에 맞게 살아가는 친구들 틈 속에 나는 너무나 외로워진다. 때때로는 슬프고 서러워진다. 빨리 속도를 되찾기 위해, 나는 부단히 노력하지만 경제적 보상없는 노력, 늘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탓에 여전히 멈춰있는 듯 하다. 


만약 나와 같은 친구를 만난다면, 그 친구가 이런 고민을 내게 토로한다면 나는 뭐라고 말해줄까? 너무 한심하고, 불쌍하다고 할까? 아니, 나는 너무나 멋지다라고 말해 줄 것 같다. 너 자신을 찾기 위해 계속 외로운 싸움을 하고, 회사에서는 쌓을 수 없는 내공을 쌓고 있기에 너는 남들보다 더 깊어지고 있고, 남들과는 다르게 특별하다 라고 말해줄 것이다. 너의 인생은 회사와 직업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그런 측면에서 너는 삶을 더 잘 꾸리고 가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의 지위는 멈춰있지만 인간으로서 나는 멈춰있지 않고, 지위를 상승시키기 위한 노력의 보상은 아직 없지만 노력은 사라지지 않고 축적되고 있다. 회사에서 탈락했다고 해서 내 인생 자체가 탈락한 것은 아니고, 무수한 탈락과 불합격과 무관하게 나는 내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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