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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Jun 11. 2019

아리스토텔레스를 읽는다는 것은

클래식 클라우드  아리스토텔레스 x 조대호


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가면 우리는 아직도 많은 것들을 넓게 그리고 새롭게 볼 수 있다. 우리는 그의 눈을 통해 내 안의 자연과 내 밖의 자연을 그리고 그 자연들이 사회나 역사적 조건에 따라 어떻게 달리 현실화되는지를 놀라움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눈을 연다는 뜻이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배운다는 의미다. 수 많은 이론들에 현혹되는 우리에게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관찰하고 또 관찰하라!'


라파엘로의 아테네학당

이 책의 첫장에 나오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몇 년 전 바티칸투어를 하며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키는 스승과 땅을 향해 손바닥을 펼친 제자의 모습에서 두 사람의 철학적인 견해가 얼마나 반대되는지를 잘보여준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던 듯도 하다. 하지만 오래된 상자 속을 헤집어 겨우겨우 찾아낸 먼지투성이 사진처럼 흐릿한 기억일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철학도 나에게는 바티칸의 아테네 학당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것들이었다. 


이 책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철학을 모두 이해하진 못했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미지의 존재같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좀 더 인간적으로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이다.그 이유는 아마도 뛰어난 철학자라는 모습 뒤에 그 동안 알지 못했던, 평생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이자 관찰자로서의 삶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철학적 변증술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관찰과 기록이었다. 가을 저녁, 철새들이 무리 지어 날아가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해초가 밀려와 검은 빛을 띠는 호숫가를 거닐 때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리스 문화의 중심지 아테네로부터 멀어진 데서 오는 적막감과 외로움이었을까. 정치적 갈등과 논쟁에서 벗어난 해방감과 자연 관찰에서 오는 순전한 만족감이었을까? 


이 책은 여행서와 철학서 그 중간의 어디쯤에 위치하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자신만의 철학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여행서와 철학서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 그리스를 가본 적은 없지만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그리스행 티켓을 끊게 되는 날이 온다면 비행기 안에서 이 책을 다시 꺼내보지 않을까 싶다. 


아리스토텔레스 X 조대호 / 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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