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상황에 차치된 당신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우리가 몰랐던 것도 아니고
영화 속의 사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꼬집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모든 문제가 여자라는 점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김지영이 엄마이기에 겪는 일이 아닌 딸이기에, 아내이기에 겪는 일이 아니다.
82년생 김지영은 자라온 가정이 불우한 것도 아니었고 대단한 재능이 좌절된 인물도 아니고 남편이, 아이가 그녀를 특출 나게 괴로운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처럼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김지영은 여자이고 그래서 당연시되는 역할과 품행이 정해져 있다.
김지영이 시들고 어두워져도 누구나 하는 일 누구나 겪는 일이기 때문에 그 일은 대단하지 않고 스스로도 참으면 되겠거니, 이러다 괜찮아지겠거니 하는 일들을 견디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이런 일들에 익숙해져야 하고 스스로를 함부로 취급하고 주눅 들게 해오면서도 너무도 무뎌져 있다는 것이 마음 아팠다.
신파적인 자극이 없고 앞으로 어떻게 해라. 이것이 옳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우리가 둘 뿐이라고 단정 짓는 성별을 보다 명확하게 가르려고 분투하지 않고
상대의 성별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이 영화를 노려보게 만들었을지는 모르지만
그저 김지영이 '억압된 가정'에서 벗어나지 않고
'잃었던 꿈'을 되찾지 않고도
햇살이 가득한 집에 살 수 있었으면, 더 이상 노을을 보고 심장이 내려앉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