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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Nov 06. 2019

영화) 니나 내나

이해 할 수 있다는 위안

 이동은 감독의 세 번째 가족 이야기 '니나 내나'

어느 날 집 나간 엄마에게서 편지가 왔다.


 보고 싶다고 삐뚤빼뚤하게 써진 그 편지를 보고 어이가 없다가도 내심 마음이 쓰이는 첫째 미정과 둘째 경환은 편지를 따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막내 재윤과 미정의 딸 규림까지 네 사람이 모두 소풍과 같은 여행길에 오른다.

 영화는 미정을 따라간다. 자신은 세상에 가족뿐이다 라는 말이 입에 붙은 이 누나는 동생들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딸에게는 아빠의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


 미정은 일찍 세상을 떠난 수완이 마음에 걸려 내림굿이라도 받아 좋은 곳으로 보내주려 하지만 무당은 그런 미정을 되레 포기시키고는 이렇게 말한다.


 ‘차라리 엄마였으면 몰라...’


 미정은 엄마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재윤은 너무도 쉽게 미정을 향해


 “누나가 엄마라도 되나?”하고 말해버린다.


 그럼 미정은 말을 얼버무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미정이 있기에 경환과 재윤은 엄마의 부재를 크게 느끼지 않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런 사람이 없던 미정은 엄마의 편지에 가장 화를 내면서도 내심 궁금해한다. 엄마의 자리. 내가 엄마가 되어서도 알 수 없던 엄마의 마음을.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인물들이 이어지는 방법이었다.


 영화는 투박하게 여러 이야기를 그려간다. 아버지와 소년, 엄마를 찾아가는 남매, 출산이 임박한 경환이네, 돈타령을 하는 규림, 연애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재윤. 이들은 같이 있어도 그리 조화롭지 않고 같은 곳을 향해 가도 함께 있는 듯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인물들은 서로가 겪는 부재의 고통을 받아들이면서 화해가 이루어진다. 모두가 말하지 않은 채로 이겨내지 못했던 수완의 부재. 서로에게서 자신과 같은 상처를 발견하며 데면데면하던 남매는 다시 가족이 된다. 오랜 시간이 비워진 엄마의 시간마저 마지막 남은 엄마의 김치로 씹어 삼킨다.


 영화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 어딘가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투박한 느낌도 들었고 미정이 엄마를 부르며 우는 모습은 따라 슬펐지만 미정이 잃은 것이 엄마인지 수완인지 돈인지 잘 느껴지지 않아 장면 자체가 아까웠다. 개인적으로는 미정이 버릇처럼 말하는 ‘나는 우리 가족뿐이다’라는 말이 오히려 가족을 답답하게 가두는 말 같아 불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말하는 가족의 모습은 좋았다.

 규림이 아빠에 대한 환상을 벗어던지며 미정은 아빠의 역할을 대신할 필요 없이 오롯이 엄마로, 엄마에 대한 원망을 벗어던지며 오롯이 누나로, 딸로 자리를 찾아간다.


 무작정 자신의 비밀을 터놓은 재윤을 향해 왜 부러 말을 꺼냈느냐는 경환의 걱정과 왜 이제 말하느냐는 미정의 타박에.


 부러 말하지 않아도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만 열어주면 언제든 안아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야 말로 진짜 가족이 아닐까.


 사는 거 다 달라 보여도. 니나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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