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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레바퀴 Dec 10. 2017

녹차 마시는 법 2

- 차 마시기 팁 3

 한 손아귀 안에 쏘옥 들어오는 진주요의 백자차호에는 언제나 같은 차가 담겨 있습니다. 한 해의 여름을 넘기지 않고 이내 비워지지만, 다음 해 봄이 되어 다시금 차가 입주할 때까지 그 자리는 한결같이  주인을 기다립니다. 새봄의 녹차를 기다립니다. 

 오늘 마실 하동 녹차는 올해 봄이 다소 일러 4월 19일에 채엽을 했다 합니다. 보통 우리나라의 우전 녹차는 싹이 채 자라질 않아서 4월 20일 전에 하지 못하는데, 따뜻한 날씨 덕에 이름 그대로 곡우 전에 딴 '우전'이 되었습니다. 비벼진 잎을 보니, 세심하게 유념하였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유념이 꼼꼼하면 첫 잔의 은은함이 탁월합니다. 맛을 내어야 하는 음식이, 맛을 적당히 숨김으로써 오히려 그 진미를 드러냅니다. 오늘은 절제미를 갖춘 녹차를 마십니다. 그래서 이에 걸맞게  특별한 다화를 준비했습니다.   

다화를 놓으니, 찻자리 분위기가 한결 산뜻하다.

 오년 동안 키우고 있는 미니장미입니다. 겨울을 나도록 내버려 두었더니, 이제는 단단하게 여물어, 봄 가을로 향이 짙은 꽃을 선 보입니다. 그 중 두 송이를 손가락 두 마디 만한 화병에 꽂아서 다락당으로 들였습니다. 봉오리로 맺혀 있는 두 송이는 며칠 후 오실 손님을 위해 남겨두고요. 이 앙증맞은 다화를 녹차 전용 차호와 찻잔 곁에 두니, 오늘의 찻자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참으로 정결하게 만든 녹차 - 고연산방

 이 차는 야생차가 아닙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야방차입니다. 그럼에도 다락당에 입주한 녹차 중 수위에 놓는 까닭은, 제다한 이의 정결함과 열정 때문입니다. 채엽 날짜 별로 차를 변별하고, 잎과 싹의 크기를 일정하게 맞춥니다. 제다 시에는 위조가 아닌 탄방으로, 이후 저온으로 살청합니다. 그에 맞추어 용정차 제다법 중 청과와 휘과를 도입하였습니다. 최근에 만든 녹차는 용정차만큼은 아니지만 약간 납작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물 온도를 85도로 맞추고, 30초 우린 후 따라서 마십니다. 첫 잔이 정말 맛있습니다. 아주 작은 싹 위주로 만든 녹차는 순하고 부드러우나, 밀키한 맛에 호불호가 갈립니다. 또한 너무 커버린 잎으로 만든 녹차는 거칠고 씁니다. - 물론 다 자란 잎으로 만드는 중국의 태평후괴는 정말 맛있지요. 품종과 제다법이 다르기에 우리나라의 녹차와 단순 비교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겠습니다. - 이 녹차는 모든 엽저 길이를 2.5cm로 맞추고, 일아일엽과 일아이엽만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래서 맛이 매년 일정할 뿐더러, 차에 담긴 다양한 맛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습니다. 

부서지거나 산화된 잎도 보이지 않고, 크기가 거의 균일하다.

 만드신 분 말씀이, 언젠가 주변 정리를 위해 차나무 몇 주를 포크레인으로 파본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 미터를 파도 뿌리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차나무의 직근성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관목형 차나무가 그토록 깊이 뿌리를 내리려면, 수많은 세월에 걸쳐 척박한 자연을 극복해야했을 것입니다. 제 앞에 담겨 있는 조그마한 잎과 싹에서 깊은 땅 속 뿌리의 절실함을 느꼈다면, 지나친 감상일까요.

 이 차도 어느새 몇 줌 남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정직한 차, 옹골진 차를 마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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