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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레바퀴 Dec 10. 2017

지속 가능한 차문화

- 차 깊이 알기 2

1. 사라져 간 차문화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차의 종류는 기실 굉장히 다양하다. 크게 분류해 보더라도 떡차, 전차, 향차, 녹차, 황차, 가루차 등이 역사 속에서 등장하고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시대를 넘어 융성했던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차문화는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기껏해야 잎을 졸여 고약으로나 쓰곤 했다. 성장에 적합한 지역 조건과 수많은 야생차 군락지가 있었음에도 좀처럼 문화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소수의 마니아만이 음다하며 근근히 그 존재만을  알리는 데 불과했던 것이다.
 차 문화가 우리나라에서 발전하지 못했던 까닭으로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는 차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식생활이 아니었다. 또한 물이 좋아서 굳이 차를 우려 마시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조선시대의 경우,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국가적 사상이 바뀌면서 문화까지 버림받았던 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생산자를 천시하는 신분 차별로 인해 차문화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신념만으로 생산을 지속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버거웠다.
 차 문화가 그리 주목받지 못한 정황은 1760년 중국 표류선이 전라도 지방에 닿아 차를 전파했을 때를 보면 더욱 정확히 알 수 있다. 무려 10톤 이상을 퍼뜨렸고, 귀족부터 서민까지 저마다 차맛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다 먹은 후에 다시 차를 만들 생각도 않고 곁의 차나무를 쳐버리거나 불쏘시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여러 문헌에서 발견된다.


상허 이태준의 옛 가옥이 찻집 및 차문화 교육장으로 변모했다 - 성북동 수연산방 차실


2. 차문화가 발전하기 위한 조건들
 차 문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 주된 식음료로 차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리고 녹차, 황차 뿐 아니라 산지의 특성과 제다 방법의 차이를 바탕으로 여러 종류의 차를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중국은 청차만 하더라도 무이암차, 철관음, 봉황단종 등 많은 종류로 다변화하여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보이차는 어떤가? 생차 숙차의 구별은 물론이고, 병배했는지, 몇 년 산인지, 어느 지역 찻잎으로 어떻게 제다했는지에 따라 가격과 품질, 기호성이 모두 다르지 않은가? 예로부터 중국의 차나무와 질적으로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은 우리 차나무잎을 활용하여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소비자에게는 미각의 호사를, 생산자에게는 수익의 활로를, 그리고 차도구 생산자에게는 더욱 다양한 도구 및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차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찻자리 구성 또한 고민해야 한다 - 익산 이일여중 '사이다' 다실 찻자리


3. 차인의 눈물겨운 노력들
 장흥 평화다원 전차, 한밭제다 홍잭살, 매월당 야생차 등 많은 곳들이 이러한 차문화를 지속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었다. 평화다원은 '돈차', '청태전'이라고도 불렸던 전통 차를 잇고 있는데, 이제는 장흥 지역 차원에서 이를 살려가기 위해 많은 다원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한밭제다는 전통 차 제다 뿐 아니라, 국내 천지운차창과 협약을 맺어 우리 녹차를 세계에 알리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야생차를 고집하는 매월당은 사라진 떡차 형태를 현대에 맞게 복원하겠다는 열정 하나로 열심히 차를 덖고 있었다. 떫은 맛을 잡아내는 열처리 기술, 그만의 주물솥, 떡차 긴압 후 보관과 숙성, 우리식 후발효차를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해 여름에도 구슬땀을 흘린다. 뿐만 아니라 어린 순에서 나오는 솜털과, 가향처리 후 나오는 분을 철저히 제거하여 위생적이고 목넘김이 깔끔한 차를 만드는 데 온 정성을 쏟고 있었다. 실제로 3년 이상 숙성된 보련암차는 후발효차 중 가장 최상으로 치는 야생 고차수 보이생차 맛에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고, 회감 및 부드러움에서는 그 어느 차보다도 뛰어났다.
 매월당 오동섭 차인은 차의 찬 성질과 떫은 맛을 다스려 속앓이 없는 차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한다. 또한 우린 차를 사발에서 격불하여 거품이 이는 유차 형태로 마심으로써 더욱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또 줄기와 펴진 잎까지 모두 넣어 차를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풍미를 구현할 수 있고, 건조한 곳에서 옹기에 보관하므로 세월이 갈수록 깔끔하게 숙성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내포성이 강해 5번 이상 우려도 원래의 맛을 잃지 않는다.


매월당에서는 고려시대 차를 단차로 재현하여 옹기에 담아 보관한다. - 남원 매월당 고려단차
오설록에서는 재배차부터 야생차까지 다양한 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제주에 있는 오설록 다원(국내 최대)

4. 다양한 우리 차가 사랑 받기까지
 위에서 예로 든 곳 외에도, 가야시대 때부터 이어온 김해 장군차라든지 우리나라 최대 차밭을 자랑하는 오설록의 차 연구, 숙성 황차인 함평 나비황차, 백학제다의 만송포 개발 등 우리 고유의 차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차인들이 열정을 쏟고 있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서조차 '차' 하면 중국차를 떠올리고, '다도' 하면 일본 예법을 숭앙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기존의 외세 의존적인 차문화를 우리의 독자적인 문화로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차 생산자의 노력만으로 이러한 차문화가 융성할 수는 없다. 올곧고 다양한 차가 만들어짐과 동시에, 이를 일상에서 향유하는 소비자층이 탄탄하게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차 생활이 접점을 찾고, 이것이 문화로 승화됨으로써 우리나라의 차문화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물론, 아직 차 시장이 폭넓게 형성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차 거래 규모가 크지 않기에 국가의 적절한 지원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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