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문을 두드리며
비건 지향적 삶을 함께 시작하고 글 쓰는 일을 함께하는 아내와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그 질문에 쉽게 답할 수는 없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섣불리 우리를 틀 안에 가두지 않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존중하는 것, 나와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 남을 바꾸기보다 나부터 잘하는 것, 언제나 친절함을 잃지 않는 것, 기꺼이 마음을 쪼개어 어둡고 낮은 곳에 자리한 사람들을 돕는 것, 오늘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내일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는 것. 우리가 노력하고 싶은 가치들이다.
자, 나를 비건이라고 구분된 장바구니에 담지 말고 제철 과일과 채소를 장바구니에 풍성하게 담아보자. 이론과 정의보다 일상에서 마음을 느긋하게 열고 ‘비건 지향적 삶’에 한 걸음 내 디뎌보자. 우리가 짐작하고 추측하는 것보다 비건 지향적 삶은 더 넓고 깊다. 당장 과일부터 제철 과일의 정확한 타임라인을 알게 되었다. 아마 평생 몰랐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제철과 제철이 아닌 과일의 맛 차이도 알게 되었다. 먹는 즐거움이 큰 당신이라면 맛을 즐기는 더 깊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선택이 공장 동물의 많은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 배출 절감에도 동참하게 된다. 이토록 보잘것없는 우주의 먼지 같은 내가 이 세상에 쓰레기만 더하며 살다가 도움이 된다는 것에 마음이 뜨거워진다. 자본을 위해 만들어진 신화와 관습에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인 삶의 경험은 새로운 문이다. ‘비건 지향적 삶’은 충분히 즐겁고 설레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