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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띠귿 Feb 26. 2023

여는 글, 랩탑과 배낭이면 어디서든 잘 살게 하는 하루

기록해 보기로 합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면 모험을 떠나는 반지원정대의 모습은 아주 단출하다. 특히 주인공 프로도와 샘은 최종 목적지인 모르도르에 도달하는 순간엔 다 낡은 옷 한 벌과 반지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한 프로도의 내면에는 세상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경험과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와 도전정신, 어디서든 살아 낼 수 있는 생존 능력을 갖췄다. 그 모습이 내 눈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무엇이든 나오는 만능 주머니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한편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도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 전 세계 어디든지 궁금했고 경험해보고 싶었고 어디서든 바로 나의 가치를 펼치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흘러 어느새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랩탑과 꼭 필요한 물건들을 담고 세상 어디를 돌아다니며 머물 곳에 자리했다고 치자. 그럴 때 전혀 염려되지 않고 당장 나의 무언가를 할 것이 있으면서 그 장소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풍성하게 누리는 사람이 되는 목표를 두고 필요한 능력들을 키워 나간다고 하면 매일을 더 흥미롭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그런 모습이 현실이 되어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랩탑 하나와 배낭 하나면 어디서든 잘 살 수 있기 위해선 어떤 요소들을 갖추면 좋을까?

먼저 그러기 위한 전제조건을 생각해 보자.

첫 번째는 장소를 옮겨 다니는 행위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박웅현 작가는 책 ‘여덟 단어’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행지에서 랜드마크만 찾아가서 보지 말고 내키면 동네 카페에서 동네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도 하고 벼룩시장에서 구경도 하면서 거기 사는 사람처럼 여행하는 거야. 그게 더 멋져. 그리고 생활은 여행처럼 해. 이 도시를 네가 3일만 있다가 떠날 곳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갔다가 다신 안 돌아온다고 생각해 봐.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서 3일밖에 못 머물기 때문이야. 마음의 문제야. 그러니까 생활할 대 여행처럼 해. ”여행을 생활처럼 하고 생활을 여행처럼 해봐.”

단순히 그곳에 명소를 둘러보고 맛있는 음식 즐기다 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 어디에 있든 거기서 살던 사람처럼 생활하고 나를 나로서 가치 있게 하기 위해 일이 주는 소속감을 필요조건으로 선택했다. 일에 대해서 사람마다 각자의 가치관을 갖고 있지만 내게 있어 일이란 어쩌면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을 쓰기도 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나로서 존재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요소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조건으로 어딜 가든 의식주에 대한 기본적인 염려는 최대한 없어야 한다. 독립을 해서 혼자 산 세월이 어느새 꽤 되면서 느낀 점은 정말 숨만 쉬고 가만히 있어도 돈이 나간다는 것이었다. 어디에 머무른다 하더라도 아주 기본적인 활동을 책임질 재화에 대해서부터 염려가 바로 생긴다면 그 무엇도 시도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건강한 재정관리가 필수이다. 단순하게 돈이 많아야 하는 게 아니라 돈에 대한 건강한 가치관이 가장 먼저 뒷받침되어야 하고 돈이 돈을 불러올 수 있는 투자와 꾸준한 현금흐름, 그리고 갖고 있는 자산의 적절한 활용법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 번째 조건으로는 풍성한 삶을 사는 지혜를 갖추는 것이다. 아직 인생을 논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식견을 가지고 있고 생의 끝에 서서 돌아볼 때 후회가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느냐만 그동안 주변에 많은 앞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았을 때, 스스로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지혜와 습관을 갖고 꾸준히 열린 사고로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어딜 가더라도 내 사고의 울타리 안에서 살게 되기에 다들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완전 다른 세계에서 살게 된다는 결론에 닿았다.


이 전제조건을 바탕으로 전문성, 자본, 언어, 풍성한 삶이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를 정해봤다.

전문성(Professionality) : 랩탑만 가지고 세상 어디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내가 하는 일을 기반으로 했을 때 IT 업계, 그리고 개발자로서 큰 이점을 갖고 있다. 세상 어디서든 자리 잡은 그 자리에서 서비스를 통해 세상에 가치를 전할 수 있는 개발자로서 시작해 성장하며 점차 내 업에 대해서 고민하고 발전시켜 가는 하루를 담아볼 생각이다.


자본(Asset) : 개인마다 여러 가지 투자 전략들이 있지만 주요 전략으로 현재까지 조금씩 꾸준히 공부해 온 퀀트를 잡았다. 투자의 대가들을 보면 전부 다 잘하지 않았고 각자의 강점들이 있었다. 나는 퀀트를 만나고서 사람의 여러 가지 행동편향성에서 그나마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으며 다양하게 학습하고 공식을 만들어 보완해 가는 작업에서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재미가 있다고 느꼈다. 퀀트를 기반으로 성장해 가면서 앞으로 배낭과 랩탑만 들고 어디든지 다닐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투자와 재정관리는 무엇일까 연구하고 갖춰나가는 하루들을 기록할 것이다.


언어(Language) :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활동은 그 언어를 쓰는 지역의 사람과 문화를 깊게 들여다보겠다 결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새로운 언어를 모른다면 다양한 문화과 사람들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닫아버리는 선택이기도 하다. 어디를 가더라도 그곳을 더 깊게 들어가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닫은 채 공간의 이동만 하고 동일한 의식주 생활과 세계관이 된다면 의미가 많이 반감되지 않을까? 일단은 세상 어디에 자리를 잡아도 일하는데 쓰이고 생활하는데 가장 유용한 영어를 꾸준하게 관심 두고 활용하고 고민하는 하루를 적어 내려 가 볼까 한다. 그러다 보면 후에 관심이 생기는 언어와 문화들을 경험해 보는 하루들도 점차 생겨날 기대가 된다.


풍성한 삶(Abudance) : 이 카테고리는 약간 특별하고 짬뽕의 느낌도 있으면서 어쩌면 가장 기대되는 파트이기도 하다. 세상 어딜 가든지 그곳에서 풍성한 하루를 보낼 줄 알기 위해서 놀 때는 잘 놀 줄 알고 어떤 것은 내가 정말 푹 빠지기도 하고 삶에 설렘과 행복을 누리게 해주는 다양한 활동과 만남을 찾아가는 과정을 고민해 보고 탐구해 보는 하루를 써볼 것이다.






    첫 회사를 나올 당시 처음으로 내 돈으로 200만 원 정도 하는 당시 막 나온 버전의 맥북을 과감하게 샀다.  따끈한 신상의 맥북을 조심스레 열어보며 100만 원이 안 되는 hp 랩탑으로 졸업할 때까지 버티면서 다녔던 학생시절이 떠오르면서 뭔가 스스로 이 만큼 해낸 내 모습에 뿌듯하기도 하면서 이 맥북은 감가상각되는 사치품이 아니고 200만 원 주고 샀지만 나에게 2000만 원, 2억 원의 수익으로 돌려줄 레버리지 도구가 되리라 주문을 걸었다. 어느 날 문득 나의 바쁜 일상을 담고 있는 맥북 화면 속만 들여다보던 중 그 사각 틀을 넘어 맥북 자체로 시선을 옮길 때면 그때의 주문이 떠오르면서 단출한 나그네의 겉모습 속에 세계와 소통하고 가치를 전달하는 그림을 그려보게 된다. 이런 하루 저런 하루를 쌓아가고 그 흔적들을 적어 내려갔을 때 이 페이지들이 모여서 만든 서사 한 편의 주인공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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