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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띠귿 Nov 08. 2020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건배

디자인 전공 후배들과의 멘토링, 그것의 회고

'회사에 다니는 선배님은 무엇을 어떻게 왜 하고 있을까.'


대학생 시절, 내 전공에 대한 고민, 회사를 취업하기 위한 단초라도 얻을 수 있을까 취업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면 누구보다 빠르게 찾아가 모조리 담아내겠다는 일념으로 치열하게 받아 적고 질문했던 나였는데.


아직도 한참이나 부족하고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내 작업물이 찝찝하고 고민되는 꼬꼬마이지만 어쩌다 보니 이번엔 내가 졸업생 선배로서 복수 전공 중 하나였던 디자인 전공의 후배들을 멘토링 하는 행사에 멘토로서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UI 설계부터 프론트 개발까지 범위를 다루고 있는'으로 멘토링 포지션을 잡았고 이 주제로 이런저런 생각은 많았다. 하지만 후배님들의 관심사가 UX만 있는 것도 아니고 UX 내에서도 각자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했기 때문에 내 썰만 주구장창 풀어 후배님들에게 '지루한 TMI 선배'라는 인상과 함께 진땀 나는 테이블로 전락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후배님들에게 내 경험을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그건 내 인생의 맥락상 결과물일 테고, 나 스스로도 앞으로의 경험에 따라 충분히 생각 방향도 달라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X와 개발 사이에서 한참을 헤매었던, 지금도 우거진 정글을 헤집고 다니는 느낌으로 좌충우돌하며 느낀 것들을 같은 위치를 생각하는 후배님들이 조금이라도 정갈하고 평평한 고속도로로 가도록 이야기했고, 해주고 싶었던 것들을 다시 한번 회고해본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 UX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거야말로 내가 함부로 범주를 정할 수 없는 큰 문제이지만 내 경험은 그랬다. 처음 UX를 접하고 시작할 때 어도비의 한국인 UX 디자이너의 인터뷰를 보고 처음 알았고 사용자가 어떻게 느끼는지 찾아내는 디자이너라는 게 공학적이고 논리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되어 시작했다. 이후 학교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낼 때 UX 리서치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배웠고 그런 일을 하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보통 UX 디자이너 채용공고를 찾아보면 UI 설계가 대부분이었기에 괴리감에 괴로웠다.


아주 큰 규모의 제조업 회사나 미래전략부서 등에서의 UX라면 사용자가 스스로도 모르는 느낌, 경험을 관찰, 개념화 및 명시화해서 그것으로부터 인사이트를 뽑는 UX 기획이 있을 것이다. 한편 IT회사에서 UX 디자이너는 보통 기획이 나오면 그것에 맞춰 화면 단위의 사용성 테스트를 하고 UI 설계를 주로 많이 한다. 그런데 시장에서 UX 디자이너를 뽑는 회사 중 그런 거대 제조기반 회사는 사람의 손가락으로도 충분히 세고 남으며 UX부서가 수익에 절대적인 우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에 뽑는 인력도 많지 않다. 그러므로 UX 디자이너로 일을 구한다면 IT 기반 스타트업이나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고 대부분 화면단의 UI 리서치, 설계, GUI 디자인을 많이 한다. 종종 UX명칭을 달고 융합적인 역할을 하는 포지션도 있다. 대표적으로 UX researcher는 다른 팀으로부터 어떤 부분의 사용자 조사를 요청받거나 먼저 이슈를 찾아내 그것에 대해서 관찰, 인터뷰 등의 다양한 조사 기법을 활용해 인사이트를 뽑아내고 정리한다. UX Engineer는 보통 UI 설계나 GUI 디자인부터 화면을 딱 만들고 인터랙션을 하는 퍼블리싱 단계를 하는 경우나 프로토타입을 코딩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UX에 경쟁력이 있도록 HTML/CSS를 해보려고요

 보통 디자이너는 제품, 시각, 모션, UX 다 다르고 각자의 역량이 너무 다르다. 그런데 코딩 배우면 그냥 다 척척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개발에서도 분야가 천차만별이다. 웹, 앱 , 게임, 클라우드, AI, 보안, IoT 등 각 분야에서 각자의 기술 스택이 정말 다르고 각 분야의 깊이도 끝없이 깊다. 화면 구현만 딱 놓고 봐도 웹은 html/css/js로 주로 하지만 앱은 java/kotlin/swift 등으로 주로 개발하고 내비게이션이나 공장 등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exe 파일로 컴퓨터에 설치해서 쓰는 프로그램 같은 경우 C++/QT 등으로 화면을 만든다. 그리고 게임이나 VR/AR은 C++/C#으로 그리고 이 언어 기반의 유니티나 언리얼 엔진 등으로 화면을 구현하곤 한다. 

그런데 UX 디자인하면서 코딩한다고 하면 흔히 접하는 게 HTML/CSS/JS인 이유는 초기 프로그래밍 사고를 익히기에 ("비교적") 그나마 장벽이 낮은 편이며 시장에 많은 경우 소비자와 만나는 서비스가 웹/앱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접하는 개발자가 주로 웹/앱 개발자 일 것이다. 그리고 웹 서비스 작게 만들면 언제 어디서든 아주 가볍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UX를 하면서 개발을 이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같이" 하고 싶다면 물론 웹 서비스 만들기에 입문한 뒤 프로그래밍 자체에 흥미를 느껴서 계속 공부를 해나가면 되겠지만 앞서 IT, 개발의 세계가 어떻게 구성이 되어있는지, 나는 거기서 어떤 영역에서 UX와 시너지를 내고 싶은 건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매일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UX를 하면서 개발도 같이 하고 싶어서 웹 개발 공부를 하고 있다면 제품 디자이너가 모션그래픽도 강점을 갖기 위해서 사진 수업을 듣는 느낌이랄까... 분명 도움은 분명 되는데... 한참을 돌아가지 않을까....



UX와 코딩을 둘 다 잘하면 회사에서도 초특급 인재가 되겠죠?

내가 어떤 규모의 회사를 가느냐에 따라 매우 달라질 것이다. 정말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 간다면 일당백을 해야 하니 UX와 개발 둘 다 엄청나게 능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화면을 그리고 만들 수 있어도 대환영을 받을 것이다. 적은 비용에서 어떻게든 일단 화면이 나오고 작동하면 살 길은 들어선 거니까. 또한 개발을 할 줄 안다면 개발자들과 소통하고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엄청난 메리트를 갖는다. 하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각자의 파트에서 처리해야 할 깊이가 깊어지기 시작하고 좋은 회사일수록 둘 중 하나를 잘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둘 다 잘하는 것을 어필하기 원한다면 둘 중 하나는 하나를 잘하는 사람과 견줄만한 정도는 되어야 나머지 하나가 빛을 발하게 된다.


UX만 봐도 리서치, UI 설계와 GUI 디자인을 둘 다 잘하기 위해서 들여야 할 노력이 오조 오억 개.

개발을 잘하기 위해서 들여야 할 노력이 오조 오억 개.

그렇다면

합해서 "십조십억 개"를 경쟁력 있게 하기로 결심을 했을 땐 둘 중 하나를 회사에서 업무로 계속하고 퇴근 후 그것에 대한 역량 개발을 하는 동료가 쉴 때에 난 두 번째 역량을 쌓아야 하는 코피 터지는 헬게이트가 펼쳐진다.  

물론 디자인을 하다가 퍼블리싱을 하고 어쩌다 보니 리액트를 하기도 하고, 반대로 웹 프론트 개발을 하다가 우리 회사에 디자이너가 없어서.....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는 것들을 닦아내며 업무를 하다 보니 둘 다 해내는 사람들도 꽤나 있긴 하다. 하지만 신입으로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개발자, 디자이너와 소통 천재, 그런 것 이전에 내 영역을 잘한다는 걸 먼저 보여주어야 하며 어느 순간 두 개를 동등하게 잘하기보다는 주케와 부케의 비중이 꽤나 차이가 나는 느낌으로 일을 하는 나를 마주할 때가 많을 것이다. 



UX와 개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어떻게 커리어를 만들어갈까

꼬꼬마인 나로서도 이건 정말 어려운 수수께끼다. 가끔은 차라리 스핑크스가 잡아먹어버렷(?)하고 그냥 놔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항상 고민하는 지점이지만 그동안 고민하며 듣고 보고 했던 마른행주 지식들에서 물을 짜내 보자면... UX에서의 어떤 역량을 강점으로 가져가고 싶은지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화면을 구현하는데 정말 관심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UX 리서치 및 기획 쪽에 역량 강화를 하고 싶은가. 

화면을 구현하는 UI 쪽에 관심이 있다면 GUI 디자인 훈련과 화면 구현을 위한 개발을 공부하고 UI/GUI + 프론트엔드 개발 조합의 테크트리를 가져가는 식의 전략을 짜고 UX엔지니어, 프론트엔드 개발자 등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UX 리서치와 기획에 역량을 쌓고 싶다면 데이터 사이언스나 데이터 분석 쪽 코딩 역량을 더하기 위해서 파이썬이나 R, SQL 등을 데이터 분석 쪽의 코딩 테크트리를 조합해서 전략을 짜며 정성적, 정량적 데이터를 결합한 분석을 하는 UX 리서처, 데이터 분석가 쪽으로 방향을 잡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다시 말해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이나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화면 구현에 있는지, 기획에 있는지 계속 고민하고 찾아내 가야 할 문제이다. 스스로 학생 때는 프로젝트나 수업에서, 취업을 했다면 업무를 하면서 내가 자연스럽게 맡았던 역할이 무엇이었나, 잘 해냈고 해 볼 만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따져보면 점점 각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고 나면 두 번째로 비중을 잘 조절해야 한다. 내 메인 강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메인 스킬을 키우는 시간과 노력을 얼마나 부케에 투자해야 할지 판단을 내려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UX, 개발 두루두루 하고 있지만 둘 중 하나에서 뾰족한 엣지가 있는 것 같진 않지만 기획하고 분석하고 그것을 문서화하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강점이 있는 두루두루 두루미들에게 PM은 어떨까.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사용자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덕트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야 할지 어떤 기능을 추가해야 할지 기획하고 디자이너와 개발자와 계속 소통하면서 그 프로덕트나 기능이 시장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조율, 관리 그리고 유지/보수하는 역할에 두루미가 아주 쓰임새가 많지 않을까.



글을 마치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회사에서 성과를 충분히 내고 있는 걸까, 연차가 쌓이면 어떤 경쟁력을 가져야 할까 매일 같이 고민하고 때론 왜 이렇게 개발을 못하지? UX는 잘하나? 하는 생각에 지쳐서 아예 다른 길로 가버릴까 하기도 하는 내가 어쩌다 멘토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뱉는 말들마다 반짝 거리는 눈망울과 뭔가 하나라도 적어내려는 손길로 듣는 후배들을 보며 내 단어 하나하나에 무게감을 느끼고 그만큼 내 오늘에 주어진 것들에서 내가 뱉은 말들이 그저 이불 킥이 아닌 신뢰로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한편으로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필요한 말들을 한 듯하다. 


UX와 개발 사이에서 유니콘이 되고자 포부를 품고 달리다가 이도 저도 아닌가 하며 좌절하기도 하고 그래도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 우리 두루미들. 하나를 아주 잘하는 것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두 개를 꾸준하게 공부하고 준비를 하다 보면 각 분야에서 칼을 꺼낼만한 기회가 오기 마련이고 연차가 쌓이다 보면 둘 다 수준급에 오르는 날이 오지 않을까. 머리가 복잡하다면 오늘 내게 당장 주어진 것들에 100% 뽕을 뽑는다라는 마인드로 하나씩 집중해서 만들어가 보자. 그러면 길은 반드시 있고 언젠가 매력적인 두루미가 되리라.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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