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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 아빠를 위한 현실적  육아휴직 조언

"잠깐 차 한 잔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최근 교류가 많지 않았던 타 부서 선배가 갠톡으로 말을 걸어왔다.

갑작스러운 만남 요청에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부담 없이 너른 커피숍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내 선배는 인적이 드문 외딴곳으로 굳이 장소를 변경해달라고 했다.


"육아휴직 쓸 때 어땠어?"

인사도 하기 전, 선배의 질문이 날아들었다.


'쓸 때 어땠어'와 '쓰고 어땠어'의 행간.


행간을 읽어낸 순간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육아휴직은 현실 직장인에게 있어 실재하지만 사용하기 쉽지 않다. 10년이 넘은 직장생활, 크던 작던 보직을 갖고 있는 무리들, 선택의 기로에 선 경계인.  특히 40대  경력개발에 대해 고민과 현실적 제한을 갖고 있는 '영 포티(X세대 직장인)' 남성의 고민이 짙게 느껴졌다.  


육아휴직이란?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신청, 사용하는 휴직을 말합니다.  


가장 큰 고민은 '휴직을 다녀온 후 나의 자리'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영 포티는 MZ세대와 베이비부머 사이에 '낀세대'다.

요즘 많은 회사에서 MZ세대를 위한 수평적 기회 제공과 연공서열 폐지를 언급함으로써 젊은 인재 모집에 애쓰고 있다. X세대는 열심히 맡은 바 일에 충실하며  현재를 버텨내 왔다. 과한 욕심은 조직력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 조직의 결정과 순리에 맞춰 순차적 기회를 보고 있었다. X세대들은 게으르거나 무능해서 기다린 것이 아니라, 단지 조직의 순리를 키는 것이라고 배워졌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시대는 젊은 리더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얘기하기 시작했다.  여성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역설하고, 베이비부머들의 이른 은퇴를 걱정할  누구도 경력개발의 어려움에 부딪힌 X세대 남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눈치다.  이미 잡은 물고기에게 추가 혜택을 주지 않는 통신사의 혜택처럼...


그렇다 보니,  회사가 준비해둔 육아휴직 제도의 사용자 테두리에 40대 남성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안타깝게도 적어도 지금까지는 X세대 남성의 육아휴직은 경력 중단의 의미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결정에 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육아휴직은 아이와의 관계에 있어 큰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은 틀림없다. 초3 정도면 품을 떠나 친구와의 깊은 유대감으로 10년을 살아가기 전, 아이가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이다.  


불확실한 사회에서의 지위와 맞바꿀 수 없는 자녀와의 소중한 시간. 용기를 내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육아휴직급여 신청 조건 : 지급대상
1.  사업주로부터 30일 이상 육아휴직을 부여받아야 합니다.
단 근로기간이 6개월이 되지 않을 경우 사업주는 이를 거부할 수 있으니 유의
2. 피보험 단위기간이 180일 이상 되어야 합니다.
위 두 가지 조건만 충족한다면 일단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급여도 꼼꼼히 알아보고 챙겨야 한다. 

돈을 벌어오는 것이 주기능인 '40대 회사원'이라면 이건 생각보다 큰 고민이다. 육아휴직은 현실이다. 휴직 급여 신청이 가능하지만, 얼마를 벌고 있든지 그 이하를 받게 될 것이다. 정부가 공을 들여 준비한 육아휴직제도는 정말 잘 되어있지만, 사회 초년병을 타게팅한 현실화된 금액들은 요즘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비용과의 이격은 엄청나다. 또한 육아휴직자를 꼭 맞벌이로 한정하는 오류 역시 담고 있다. 외벌이 부부는, 싱글대디, 싱글맘은, 미혼모는 해당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일정기간 소득이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현실적인 타격이다. 통장에 찍힌 잔고를 보면 한숨이 늘어갈 수밖에 없다.


지급액
육아휴직 시작일부터  3개월까지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80(상한액 150, 하한액 70) 지급받을  있고,
4개월째부터 육아휴직 종료일까지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상한액 120, 하한액 70) 지급받을  있습니다.


정리하면 3개월은 월급의 80% 혹은 150만 원 / 4개월부터는 월급의  50% 혹은 120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단서조항에 있다.


단, 여기서 육아휴직급여의 일부 25% 직장복귀 6개월 후에 일괄 지급됩니다.


즉, 월급이 200만 원 이상인 경우, 육아휴직급여 수령액은 150만 원이며 이중 25%는 직장복귀 6개월 후 지급되므로 실수령액은 112만 5천 원이란 뜻이다.

대충 육아휴직 급여 금액을 150만 원으로 알고 있다가 수령금액을 확인하고 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에 놀라게 된다. 다만 2022년부터 1~12개월 모두 통상임금의 80%(금액 150만 원) 지급으로 확대 지급으로 변경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지출을 월 113만 원보다는 많이 잡고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면 지출이라는 숙제는 생각보다 간단히 해결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고, 꼼꼼하게 자금 활용계획을 세워야 한다. 수입 계획과 함께 지출 계획을 면밀히 해둘 필요가 있다. 

 



커리어 관리에 대한 용기, 현실적 경제상황을 체크했다면 이제 '자유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회사를 중심에 놓고 인생을 살아온 X세대 남성에게 술이나 골프 같은 사회와 일원화된 취미 생활 외에 자신을 위해 시간을 소요해본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특히 일과 육아를 병행해왔다면 자신의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 

어쩌면 너무 기본적이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위한 루틴을 정하고, 계획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자녀의 등하교/등하원 시간을 기본값으로, 개인 개발 시간과 의외로 남자의 손이 필요했던 집안을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유의미하다. 개인적으로는 집안 정리와 함께 당근을 하면서 비워내는 삶의 즐거움과 소소하지만 수입의 기쁨을 경험하기도 했다. :)


육아휴직은 자녀와의 시간을 같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지만, 결국 '나라는 존재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제 기뻐하는지'를 알아가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대학생 때, 사회초년생일 때는 하루에도 숱하게 자문했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은 덮어둔 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가 비슷하거나 똑같다는 자만으로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둔 것은 아닌가 돌아볼 수 있었다. 


세상의 통념과 시선에 대한 부끄럼, 가족과 조직 안에서의 위치에서의 불안함, 나를 소홀히 방치했던 스스로도 몰랐던 자기혐오를 걷어내면 '육아휴직'은 X세대 남성에게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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