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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호 Sep 08. 2021

“배고파, 우리 피자 먹으러가자”

“배고파, 우리 피자 먹으러 가자” 내가 잘 가는 피자가게에 그녀를 데리고 가서 생맥주와 ‘앤초비’ 피자를 시켰다. 나는 그리 배가 고프지 않아 열두 조각 가운데 네 개만 먹고 나머지는 미도리가 전부 먹어 치웠다.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배고파, 우리 피자 먹으러 가자” 이탈리아 첫 여행 때 로마의 한 피자집에서 나도 앤초비 피자를 시켰다. 그때 그 맛의 경험은 정말 강렬했다. 정작은 앤초비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그저 코즈모폴리턴인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앤초비가 궁금해서였다. 그때는 이탈리아産이면 뭐든 고급품으로 인식했던지라 앤초비도 구찌(Gucci)와 프라다(Prada)와 다 비슷한 급인 줄 알았다.


앤초비는 그저 ‘절인 멸치’였다. 그 앤초비는 바다에 위치한 도시 나폴리의 보통사람들의 가성비 있는 한 끼를 구성하는 식재료였다. 빵 위에 생선류를 올려 먹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오~~ 랜 전통, 그 안에서 앤초비도 나폴리 피자의 도우에 올려지게 된 것이다. 사면이 바다인 시칠리 피자의 앤초비도 같은 맥락일 듯하다. 


피자는 원래 일터의 서민들을 위한 음식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피자 도우에 한 줌의 토마토와 치즈 그리고 앤초비를 올려 고온*의 화덕에서 뚝딱 구워내 일터의 시민들이 한 끼 식사나 새참으로 즐겼던 간편 음식이 앤초비 피자의 시작점이었던 것이다. 

*420도 C~530도 C


전문가들은 우리가 매일 허기를 달래기 위해 내리는 결정이 대게는 주거나 생활터전의 10킬로미터 이내의 작은 반경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앤초비 피자도 나폴리 사람들의 ‘음식 반경’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먹거리인 셈이다.


우리의 음식 반경 안에는 아무래도 멸치보다는 명란이 더 가까이 있는 듯하다. 명란은 식재료서의 트리플 AAA* 조건을 다 갖췄다. 게다가 명란은 단·짠과 감칠맛 5가지 기본 맛 중에 3가지나 가졌다. 재료가 지닌 맛 그 자체만으로도 인기가 없을 수 없다. 그 맛을 그동안은 갓 지은 흰 밥 위에 올려 즐기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명란 파스타와 명란 바게트로 영토가 넓혀졌다. 그러던 중 최근에 명란 피자가 등장했다. 우와~~ 대박이다.

*accessible(동해産), affordable(가성비甲), available(로켓 배송/새벽 배송 아니어도)

대전 성심당 명란 피자.. 명란과 에멘탈 치즈가 250도 C에서 만나 단짠의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가벼운 한 끼로도 좋지만 수제 맥주나 와인 한잔 혼술 페어링으로도 딱이다

명란 피자의 맛, 역시 매우 강렬하다. 명란이 에멘탈 치즈와 어울어져 250도 내외의 熱을 만나니 100도의 영역대에서 만나왔던 맛과는 또 다른 새로운 차원의 단·짠과 감칠맛이다. 그 첫입 한입을 맛보는 순간 다시 오래 전의 이탈리아 첫 여행 때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 녀석들, 요즘 다 뭐하고 지낼지?” 


그리고 비록 非酒類이지만 앤초비 피자와 페어링이 좋다는 화이트 와인들과 수제 맥주들도 생각났다. 코즈모폴리턴인 하루키가 명란 피자를 맛보게 된다면, 그의 새 작품 속 어딘가에 명란 피자와 맥주 얘기를 꼭 넣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 작품 속 배경이라면 100%다. 


“배고파, 우리 명란 피자 먹으러 가자” &%$#@ &%$#@ &%$#@ &%$#@ &%$#@ &%$#@ &%$#@&%$#@ &%$#@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벙커 라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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