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유럽지역 첫 출장지는 비엔나였다. 한국과는 8시간 시차가 있는 지역이라 보통은 새벽 2~3시경이면 눈이 떠지고 꼬르륵~ 허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아침밥은 3~4시간을 더 뒤척뒤척해야 만날 수 있어서 늘 더 간절하고 또 맛있었다.
“어? 여기 빵은 좀 다르네”
평소 뭔가를 까다롭게 따지는 입맛도 아니지만, 비엔나의 검은 빵은 새롭게 눈에 들어왔었다. 처음에는 검은 빵을 쉽게 집어 접시에 담지 못했었는데 한번 맛보게 되니 언제 그랬나 싶게 막국수나 흑맥주처럼 새로운 검은 맛으로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 빵의 색이 검정이었던 이유는 재료가 호밀(rye)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빵에 붙여진 이름도 볼콘 브롯(vollkorn brot) = 통호밀빵이다. 빵 겉표면의 해바라기씨는 참께처럼 요리의 마침표 같은 오래 기억에 남은 고소~한 뒷맛도 선물했었다.
보통 빵은 사람들의 일상의 삶과 그 일상의 삶 속의 지혜를 담고 있다. 호밀로 만드는 검은 빵 볼콘 브롯은 보통은 위도 40도 이상의 우리나라보다 대체로 훨씬 더 북쪽에 위치한 나라 사람들의 빵이다. 버터나 딸기잼 말고도 꿀이나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식당이 함께 제공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호밀빵과 그런 달달한 스프레드類가 잘 맞기 때문이라고 한다
검은 빵이 가진 질감과 영양소외에 달달한 스프레드가 해가 유난히 짧고 부족한 북쪽의 긴 겨울을 견디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직전년도에 우연히 비엔나를 다시 다녀왔었다. 이번에는 출장이 아닌 맘편하게 떠난 여행이었음에도 역시 아침에 식당문이 열리기까지 3~4시간을 뒤척여서 검은 빵 볼콘 브롯을 다시 만났다. 호밀과 해바라기씨가 어울어진 고소함은 그대로 였고 달달한 스프레드를 더하니 역시 변함없이 든든했다. 반가웠다.
그런데, 비엔나와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에서 최근에 전쟁이 터졌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2백만 명에 가까운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을 두고 이웃나라로 피난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전쟁은 아이들과 평범한 가족들에게 일상에서 한끼 식사와 물한모금이 편안할 수 없는 힘겨운 상황을 만든다.
안타까운 마음이 정말 크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하루 속히 일상을 빨리 되찾을 수 있도록 보내는 응원과 지지에 참여해야겠다. 오늘 '평온한 일상의 빵 한쪽이 행복'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