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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키 Jun 28. 2023

눈에 맞으신다면

나는 주로 바로 잠들기 아까울 때 또는 심심할 때(사실은 일하기 싫을 때) 왓챠를 둘러보곤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둘러보다 '귀에 맞으신다면'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재미없으면 스킵해야지 하고서 가볍게 시청하다가 어느덧 정주행 해버렸다. 평소에 나는 음식을 주제로 한 영화, 드라마, 책을 좋아하고 라디오도 좋아하기에 내가 좋아하는 이 두 가지를 합한 드라마라면 나에게 딱 맞을 것 같았다.

드라마 내용은, 체인점 음식을 좋아하는 주인공이 퇴근길에 '체인식'을 사서 집에 간다. 팟캐스트(아이폰용 라디오 같은 프로그램)에 올릴 녹음을 하며 '이 음식 정말 맛있어! 체인점에 이 음식 말고 다른 맛있는 메뉴도 엄청 많아!' 하며 음식을 설명하고 주인공과 관련된 추억도 말한다.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들이 재밌다. 

드라마를 보면서 귀여운 주인공이 팟캐스트 진행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나도 팟캐스트 즐겨 듣는데, 나도 팟캐스트 진행하고 싶단 생각 예전부터 했는데! 하며 나의 목소리가 라디오에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망상까지 해본다.

주인공은 일본에서 쉽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체인점 식당을 소개한다. 나는 체인점보다는 숨어있는 맛집, 웨이팅 맛집, 핫한 맛집을 좋아한다. 스스로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식가로 체인점은 천편일률적에 맛없다고 생각해 왔다. 어떤 사람과 식당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체인점이야말로 인증된 맛집 아니야? 맛있으니까 여러 개 지점을 내는 거고 그만큼 보장이 있다는 거지'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도 일리가 있네? 싶었다. 


드라마 초반에 마음을 빼앗긴 대사가 있었다. (번역투의 대사를 그대로 옮긴 거라 어색한 점 양해부탁)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입밖에 오랫동안 꺼내지 않으면 '좋아하는 마음'이 죽어 버린답니다. 감동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마음이 뭔가가 좋다고 느끼는 감정조차 없애 버린다는 거죠. 뭔가를 좋아하는 그 감정을 말로써 남들에게 전하지 않으면 마음이 무뎌져 버린대요.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입밖에 오랫동안 꺼내지 않으면 감동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마음이 뭔가가 좋다고 느끼는 감정조차 없애 버린다는 거죠. 이런 말 하면 좀 무섭겠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죽어 버린답니다.'


주인공은 회사에서 우물쭈물 어리버리에 자기주장이 약한 사람으로 나온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말할 때는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면서 자신감 있게 말한다. 출퇴근에 팟캐스트를 즐겨 들으며 좋아하는 체인식을 사서 집에서 혼밥 또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먹는 것이 주인공의 낙이다. 좋아하는 것(체인식)에 대해 많이 말하고자 팟캐스트를 시작한 주인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함을 느낀다. 청춘 성장드라마 같은 밝고 명랑한 주인공을 보며 간단하게 밥친구로 보면서 보기에도 좋다.

나는 주변에서 영혼 없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 편이다. 하지만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주제(주로 그림과 디저트)에 대해 말할 땐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고 영혼이 생겼다는 말을 듣는다.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데 간혹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재밌다. 그래서 주인공을 보며 장면마다 공감을 많이 하며 본 드라마이다.

스스로 돌아볼 때 나는 에너지가 약하고 기가 엄청 약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을 만나고 사람 앞에 서면 금세 기가 빨리고 에너지가 빠진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것보다 그냥 조용히 자기 공부하고 소수의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한 사람이다. 그래도 외향, 내향적인 면이 반반 있어서 어떨 땐 나서서 활발? 해질 때도 있지만 극히 적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몸속 기와 에너지가 쏙쏙 빼앗겨 늘 정서적 탈진 상태에 있는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인생이 순삭 되는 느낌이다. 최근 일을 적게 하고 최대한 사람 상대 안 하고 조용히 개인 공부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면 전혀 다른 내가 되어가고 있는 기분이 든다. 지나치게 에너지와 열정이 많은 사람들을 보면 새삼 깨달으면서도 내 인생 방향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나에게 어울리는 새로운 일이나 활동은 무엇일까. 친한 사람이나 가족 외엔 그 어떤 새로운 관계도 맺기 귀찮아하고 사람을 안 보면 안 볼수록 마음과 몸이 채워지는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전에 일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 mbti가 주로 ESTJ이거나 ENFJ가 주로 나왔다면 지금은 가끔 심심해서 하다 보면 INFJ ISFJ가 주로 나온다. 전보다 내향과 감정적이 더 늘어난 것이다. 나도 팟캐스트를 해볼까?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지만 마이크도 사야 하고, 녹음할 방음이 되는 공간도 빌려야 하고 이래저래 고민에 실행력과 행동력이 0 인 나는 또 상상만 하다가 포기를 한다. 추진력이 없는 내 성향이 아쉽긴 하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많이 말하기보다 주로 브런치에서 나의 고민과 불안을 주저리 쓰긴 하지만, 그냥저냥 때우는 식사가 아닌 매끼마다의 생각 그리고 감정을 긍정적으로 풀고 싶다.

나랑 팟캐스트를 같이 할 사람이나.. 내가 팟캐스트 하면 들어주시려나요? 눈에 맞으신다면 브런치를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꾸벅(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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