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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외로운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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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Dec 29. 2021

Florida trip(2021 winter)

어릴 시절의 나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던가. 
기억이 희미하다. 



미국에 온 지 만 5개월이 다 되어간다. 서툰 영어와 부족한 전공지식으로 부딪치기엔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고 단단했다. 또한 어린아이들과 아내가 잘 지낼 수 있도록 아늑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끝없이 쏟아지는 과제와 프로젝트,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Mid-term and Final Exam.

차라리 일할 때가 나았다고 수 없이 되뇌었다. 결국 시간은 더디게도 흘러, 마침내 학기가 끝났다. 미국에만 가면 해결될 것 같았던 영어도 아직 반푼이다. 강의에서도 무엇을 배웠던가 싶다. 다음 학기는 더 나아지겠지.


아이들과 나의 방학을 맞이하여, 우리 가족은 다시 한번 로드트립을 떠났다. 이번에는 산이 아닌 바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 팀원과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불화는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말도 한마디 하지 않은 관계가 되었다. 중간에 낀 다른 팀원만 힘들었으리라. 당시 우리는 어떤 것을 위해 그토록 힘들었던가. 벌써 가물가물하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먼저 그 사람을 양보하고, 배려했다면 어땠을까? 학점이 바뀌었을 려나. 기억은 벌써 희미한데, 감정은 남았는지 아직 사람은 밉다.



Florida! 텍사스만큼이나 거대한 주, 플로리다. 플로리다에서 우리의 최종 목적지이자 목표는 올랜도였다. 한국 유치원에 적응을 마친 첫째와 둘째를 미국으로 데려가기 위해선 꿈과 희망의 '디즈니 월드'라는 유혹이 필요했다. 미국에 와서도 틈만 나면 디즈니를 입에 달고 있던 아이들. 고민 끝에 이번 겨울에 다녀오기로 했다.


텍사스에서 플로리다까지는 자동차로 14시간 30분! 중간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을 고려하면 약 20시간 이상 소요된다. 유치원생 꼬맹이들이 버틸 리 만무하다. 그래서 중간 경유지로 Pensacola에서 묵게 되었다. 텍사스 College Station에서 이곳까지는 차량 운행만 8시간 30분 소요되며, 우리는 휴식시간 포함하여 약 12시간이 걸렸다. (06:10 AM / 06:15 PM) 



날씨 요정이 도운 것인지 12월 28일임에도 현지 기온은 화씨 80도(섭씨 28도)를 보인다. 수영과 모래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다. 펜사콜라에는 여러 비치가 있다. 그중에는 단연코 Main인 Pensacola Beach가 제일 유명하다. 하지만, 유명한 만큼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보다 조용하면서도 깨끗한 해변을 찾았다. 



먼저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도움으로 Langdon Beach에 갈 수 있었다.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이곳이 미국 국립공원(Fort Pickens) 영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지난 여행에서 구입했던 국립공원 연간 패스가 있었기 때문에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유료 해변이라서 그런 지 이 넓은 해변에 다섯 가족이 백 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날씨가 얼마나 따뜻했던지 4시간 동안이나 바다 수영을 하고, 모래 놀이를 했음에도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저녁식사로는 Crabs라는 해변 레스토랑에서 대게와 킹크랩을 먹게 되었다. 식료품이 저렴한 미국이라 싱싱한 해산물도 싸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한국보다 비쌌다. 하지만, 아메리칸 스타일로 게살을 버터 녹인 소스에 찍어 먹거나 소시지와 함께 먹는다는 것은 색달랐다. 그리고 식당 분위기가 일반 수산물 식당 같지 않게, 정말 힙했다. 킹크랩과 대게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맛있다. 4인 가족 기준 팁 포함 200달러 정도 예산을 세우면 되겠다.



식사를 마친 후, Kilwins Pensacola Beach라는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하나 당 6달러라는 무서운 가격에 맞게 맛은 좋았다. 호텔에 돌아오니, 피곤했는지 아이들은 삼십 분도 채 되지 않고,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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