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용어] 부채에 관하여
회계나 재무제표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익’ 때문입니다. 법인격인 기업을 만들고, 자본을 투자하며, 공장을 짓는 모든 행위와 노력은 “돈을 벌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돈 벌기 위해 사들인 자산의 가치를 구분하거나 손익계산서를 통해 비용과 이익을 계산하는 건 이해가 쉽습니다. 또한 멋져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남한테 빚을 지는 ‘부채’에 관심을 조금만 주시면….
“아~ 부채가 재무제표에서는 대단한 거네”
느끼시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그래서 부채가 가진 의미를 좀 다르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재무제표에서 부채항목은 왜 빚을 지는 건가요? 어디서 그리고 얼마나 지고 있나요? 근데 지금 회사가 빚을 지는 게 적절한가요?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답하고 있습니다.
자본과 부채의 비율로 계산해 내는 부채비율은 가장 기본적인 재무건전성 지표입니다.
내 돈과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할 때, 어디선가 빌려온 남의 돈이 몇 배가 되는지 확인합니다.
부채비율 200%라는 건 자본이 100만 원일 때 부채가 200만 원으로 자산을 사온 경우를 뜻합니다.
자산 300 = 부채 200 + 자본 100
요런 회계등식이 위험하다는 건 사실 좀 손익과 다른 재무상황을 고려한 뒤 나온 판단이어야 합니다. 부채비율 200% 상황이 위험하다는 건 회사가 경영성과가 잘 나질 않는다면, 돈을 빌려준 채권자 200만 원의 주인들이 회사에 달려올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입니다.
“야~ 너 장사 잘 안된다면서… 내 돈부터 갚아”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회사는 곤란해집니다. 투자도 여의치가 않고, 채권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하면, 자금경색 즉 조달이 힘들어집니다. 게다가 당장 돌려줄 현금이 없다면 거래처에 줄 대금이 지연되고, 회사 신용도가 바닥으로 깔리게 되죠.
또한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고금리 시대에 더 치명적인 은행이자입니다.
부채의 크기만큼 따박따박 나가야 할 이자가 영업이익 보다 크다면, 대내외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
이자보상비율 < 1 …. 좀비기업 등 실질도 안 좋지만 평판까지 깎아 먹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사업가에게 은행이자는 사업기회를 증폭시킬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습니다.
은행이자 = 부채가 좋은 점일 수 있습니다. 사업 아이템이 성공한다고 하면 이자만 내고 그 사업의 어떤 규모를 키우는데 남의 돈 부채를 끌어온다는 거, 즉 레버리지 효과를 최대한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점이 부채의 좋은 점입니다.
투자의 성패가 확실히 보장된다면 굳이 투자자, 지분 희석을 막고, 자금을 융통하는 차입금, 사채를 선호합니다. 만기일까지 이자만 주는 걸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부채가 활용되는 거죠. 낮은 이자율에 장기간 빌릴 수 있다면 모든 기업가들은 부채를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거시적으로 봐도 자본주의 사회 자체가 부채를 통해 급속히 성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은행이 생기고, 금융시장이 발전하게 된 이유는 대규모 차입금이 필요한 기업가가 등장한 후입니다. 금융이 뒷받침이 되어야 산업발전,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빌딩, 지하철 어느 것 하나 자본으로만 지어진 게 없습니다. 금융이 없는 개발이 불가능하고, 규모를 키우는데 부채를 활용할 수 있는 경제시스템이 바로 자본주의입니다. – 부채 이야기하다 어디로 세는지 쩝-
어떠한 산업이든 어떠한 업종이든 그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 회사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 가장 빠르게 투자금을 모으는 방법은 남의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성공과 발전은 부채 위에서 이뤄졌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공에 눈이 멀어 과한 빚을 진다면 부채가 온화한 미소로 ‘이자’만 요청하다 돌변해 숨겨진 폭력성을 드러냅니다.
이런 부채의 양면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본다면 재무제표 상의 부채 숫자가 달리 보이어야 합니다. 회사가 부채를 얼마나 갖고 있고,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 구분 이상의 시선을 가져야 합니다.
부채의 크기와 유동성의 위기와 함께 부채로 회사가 무엇을 했는지 관점에서 파악해야 합니다. 부채가 늘어날 때는 재무상태표의 자산이 무엇이 증가했는지 함께 봐야 합니다. 단지 기존 부채를 대환하기 위한 자금조달인지, 빌려 온 돈이 우량 자산과 확실한 사업을 위한 투자금이라면 ‘빚’이 회사의 빛이 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회사의 리스크를 체크할 때는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보다 갚아야 할 부채가 앞서면, 앞으로 더 빌리려는 행위나 상황 자체가 회사에게 리스크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는 유동비율이라 불리는 지표를 통해 유동성의 위기에 시그널을 줄 수 있도록 재무제표 숫자로 보여줍니다.
재무상태표의 부채 관련 항목은 모두 다 “지금 우리 회사가 갚아야 할 부채 리스트가 지금 이렇습니다”라는 표면적인 가지수를 나타내지만, 숫자 이면의 ‘회사의 다급함’ 또는 반대로 ‘회사의 자신감’을 읽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단지 빚 = 부채라는 숫자를 재무제표가 보여주는 것만 아니란 점을 잘 드러내는 부채가 있습니다. 부채 중 회계적으로 재무제표의 속성을 잘 나타내는 바로 <충당부채>입니다. 회계용어 중에 <충당>은 “모자란 걸 갚는다”는 개념어로 여러 군데 붙어 다닙니다만~
기본적으로 회사가 어떠한 거래에 “앞으로 갚아야 할 의무가 확실해진다”면 재무제표를 통해 회사를 보여주는 입장에서는 “우리 회사가 이렇게 나빠질 수 있어 미리 얘기를 해야지”라는 솔직함을 나타내는 부채 항목입니다. 이는 보수주의적(회사에 손해는 더 빨리 말하고, 이익이 되는 건 천천히 반영하는) 관점에 매우 충실한 회계용어입니다.
자산 쪽에도 '충당'이란 개념이 쓰이는데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그리고 <미수금> 등 받을 돈인데 만약 떼이게 되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그걸 회사가 인지했다면 실제로 발생되지 않더라도 <충당>을 붙여 얼마의 손해가 날 거란 걸 보여줍니다. <대손충당금>이라고 표현하죠.
이와 비슷한 <충당부채>는 지출시기와 금액은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나갈 돈 즉 갚아야 할 돈이라는 기업의 인지에서 표시하는 금액입니다.
<충당부채>는 누군가에게 빚진 게 아니라, 내가 판매한 것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보충해 갚아야 할 의무를 이해관계자에게 재무제표로 미리 알려주는 기능입니다.
즉 ‘빌려 온 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충당부채는 앞으로 갚아야 할 나의 의무를 미리 고백하고,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걸 경고합니다.
재무제표 상의 부채 빚은 “빛은 빛이지만, 어떤 빛, 내게 정말 위험이 될 수 있는 빚 등 재무제표를 읽는 모든 이에게 미리 말하는데 가장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유형자산, 금융자산 등 자산과 손익과 함께 부채의 의미도 함께 살펴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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