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저널리즘이 과연 독자들이 원하는 저널리즘일까?
작년 디지털 신사업 준비 단계에서 당시 우리는 VR을 더 발전시킬지, AI 기술을 활용한 로봇 기사나 챗봇을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AR저널리즘을 준비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당시 우리의 결론은 이랬다.
AR의 경우, 매경, 한경 등에서 시도했으나 이를 저널리즘 형태로 구현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어려우며 언론사가 '포켓몬GO'과 같이 명확한 IP가 부재한 상황에서 진행 시, 단기적으로 소모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될 가능성이 큼. 종합했을 때, 금년도에는 A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2018년 이후 MS, 애플 등에서 안경 형태의 신규 AR 플랫폼 기기가 나오고 반향을 일으킬 즈음, AR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나을 것.
지난 2016년 포켓몬GO의 흥행 이후, AR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흥하면서 여러 시장조사업체에서 AR 시장 규모가 약 600억에서 1200억 달러까지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또한 반짝이었다. 관심은 금세 시들해졌고 기술 및 콘텐츠 시장은 아직도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저널리즘에 접목시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NYT나 WP의 경우에는 AR저널리즘까지 이미 손을 대고 있었다. 2016년 5월 워싱턴포스트는 ‘ARc app’을 통해 칼을 불법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구금되는 과정에서 척추 손상을 입은 뒤 사망한 볼티모어의 ‘프레디 그레이’의 사건을 AR로 다루면서 AR저널리즘의 시작을 알렸다. 2017년 NYT 역시 이에 질 수 없었다. 해외에서 AR저널리즘을 선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3사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2017년 1월 뉴욕타임스의 ‘T Brand Studio’는 IBM과 함께 AR프로젝트(함께했다 쓰고 돈 받았다 해석한다)를 진행했다. 영화 ‘Outthink Hidden’를 통해 ‘T Brand Studio AR’을 론칭해 미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10명의 여성과학자들에 대한 설명을 AR+영상+기사 형태로 해주었다. 미국 주요 도시에서 AR을 통해 여성과학자들의 흔적을 찾고 설명을 듣는 방식으로 큰 반향은 없었던 것 같다.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NYT의 AR 기술은 더욱 발전했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 네이선 첸, 스노보드 선수 안나 가서, 쇼트트랙 선수 J.R. 셀스키, 하키 선수 알렉스 리그스비 등 4명의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모습이 독자의 핸드폰 카메라가 비친 곳에 나타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NYT 독자들은 AR 기술을 이용하면 첸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AR도 신기하지만, 몹시 자연스러운 패럴랙스 스크롤링 방식을 이용한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도 인상적). 최근에는 3D 모델링 기술까지 접합, 국내 언론사에서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차근차근 기술력을 쌓고 있다.
2016년 5월 워싱턴포스트는 ‘ARc app’을 통해 칼을 불법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구금되는 과정에서 척추 손상을 입은 뒤 사망한 볼티모어의 ‘프레디 그레이’의 사건을 AR로 처음 선보였다(퀄리티는 노코멘트). 이후 워싱턴포스트는 언론사 최초 embed code를 사용한 3D visuals 방식과 오디오 내레이션을 기사와 접목시켰는데, 2017년 5월과 9월, 아우디로부터 스폰을 받은, AR 기사로 ‘독일 함부르크의 엘프 필 하모니 콘서트 홀 AR’,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 중앙아프리카-아메리카 역사 문화 박물관' 등과 같은 유명 건축물을 AR기술을 접목시켜 기사화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천장을 시각을 맞출 경우, 엘프 필 하모니 콘서트홀의 천장이 만들어지는 모습이라던지 음향에 대한 설명을 CG로 구현했고, 건축 평론가인 필립 케니 코트(Philip Kennicott)의 오디오 내레이션이 함께 나오며 관련 기사를 읽을 수도 있다.
NYT에 질 수 없다는 듯이, 올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춘 워싱턴 포스트의 게임 형태의 AR 콘텐츠가 신선했다(초기와 비교한다면 퀄리티는 정말, 놀라울 정도). 앞으로는 AR기사의 광고도 ‘AR 브랜드 스토리 포맷’으로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많이 찾아볼 수는 없었다. 아마도 광고주들의 인식이 '아직 AR 네이티브 광고는 무슨..'이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쿼츠는 역시 쿼츠다. 파격적인 앱과 뉴스레터, AI 챗봇, AR 등 매일매일 언론계의 혁신을 써 내려가는 매체 쿼츠(Quartz). 쿼츠는 작년 9월 15일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산화한 토성 탐사선 카시니(Cassini)에 대한 AR기사를 내 냈다. 앱 내 ‘AR로 보기’ 버튼을 누르면, 3D로 재구성한 카시니의 실물 크기 이미지가 보여준다. 화면을 터치해 크기를 줄이거나 늘릴 수도 있다. AR 기능은 Apple의 증강 현실 툴인 ARKit을 사용하여 구축되었다고 한다. 쿼츠는 향후 제대로 된 스토리텔링을 위해 이미지와 이모티콘, gif 기술을 활용하는 것처럼 AR기술을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이 AR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해당 물체를 스스로 조작할 수 있다면 글로써 표현하기 힘든 사람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위 사례에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과 파트너십을 맺고 VR/AR 기술을 증권과 접목시키고 있으며 CNN 등도 마찬가지이다. 국내에서도 매일경제에서 ‘서커스 AR 앱’을 통해 제호를 비추면 관련 기사, 이미지, 영상 등이 재생되나 자체 신규 앱을 만든 것이 아니라 업체의 기술을 차용했을 뿐이며, AR이라고 평할 정도의 콘텐츠는 아예 없었다. 그저 신문 텍스트를 3D 형태로 옮긴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는 한국경제나 동아사이언스 등도 마찬가지.
지금도 당장에 WP처럼 관련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인식해 AR로 보여주거나 관련 기사나 영상 등의 콘텐츠를 추가적으로 보여주면서 기사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신문 지면의 사진 광고나 기업 로고 등과 결합해 이와 관련된 영상이나 콘텐츠를 추가로 보여주는 네이티브 애드 형태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왜 굳이 왜 AR로 언론사의 콘텐츠를 봐야 할까?'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다.
VR과 AR을 넘어, 이 둘이 결합된 MR(Mixed Realilty)이 가능한 시대가 오겠지만, 적어로 언론 분야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하며, 와이프에게 조심스럽게 스타워즈 AR 상품을 사도 될지 여부에 대한 승인부터 받으러 가는 것으로 이번 주를 마무리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