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축복이고 선물이다.
아이들은 축복이고 선물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뜻밖의 선물 같은 순간을 준다. 의무와 책임에 지친 어른들에게 엉뚱한 환기와 해맑은 웃음을 맛보게 해 준다.
저출산이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고 오래전부터 이슈지만, 내가 사는 곳은 최근 들어서야 저출산이 체감되는 듯하다. 비교적 어린아이들이 많은 동네인데, 올해 단지 안의 어린이집 몇 군데가 문을 닫았다. 괜히 애석하고 아쉽다.
그래도 아직은 어린아이들이 많은 도시의 특색이 있다. 아침 9시, 오후 4시쯤이면 노란 버스, 노란 봉고차가 줄지어 다닌다. 대부분의 식당에는 아기 의자가 구비되어 있다. 유모차 끄는 엄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 간판을 단 병원도 많다. 이렇게 아이들이 많은 도시에 살다 보니, 아이들로 인해 어른들이 누리는 뜻밖의 선물 같은 순간이 참 많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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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눈인사조차 어색한 어른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유모차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며 찡긋 미소 짓는다. ”몇 개월이에요? “라는 말로 시작해 몇 마디 인사를 나눈다. “아구 귀여워”라며 평소에 짓지 않던 ‘엄마 미소’를 지어보고, 굳어 있던 얼굴 근육을 한껏 추켜올려 웃는다.
중년의 어머니들은 젊은 엄마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아구, 힘들죠? 한창 힘들 때에요.”라며 진심 어린 격려와 안쓰러운 눈빛을 보낸다. 연고 없는 신도시에 각자 모여든 젊은 엄마들은 엘리베리터에서 뜻밖의 위로와 공감을 받는다.
무거운 짐을 든 채 유모차를 밀고 가면 “아이고, 우리 며느리 생각나네. 내가 유모차 밀어줄게요.”라며 나란히 걸어주는 어른을 만날 때도 있다. 유모차를 밀고 가다 계단을 만났을 때는 “제가 도와드릴게요.”라며 유모차를 번쩍 들고 함께 가주는 도움의 손길도. 모두 내가 직접 경험한 상황들이다.
이들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끈끈한 연대가 느껴진다. 이미 아이들을 키워낸 사람, 육아 중인 사람, 가족이나 친구가 고단한 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공유되는 삶이다. ‘척하면 척, 내 처지를 알아준다 ‘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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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사회에서 사라져 간다고 생각해 보았다. 점차 많은 사람들이 출산과 육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세대 간의 공감대를 잃는 것이다.
앞서 겪어봤기에 후대의 수고를 값지게 여겨주는 마음, 필요를 알아차리고 기꺼이 도와주려는 호의, 아기들을 바라볼 때만 지어지는 엄마 미소,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뜻한 눈빛, 우리 동네와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가꾸고 싶은 건설적인 애정,.... 등.
조금은 건조하고 삭막한 어른들의 삶에 아이들을 통해 누릴 수 있던 웃음과 공감대가 사라져 간다.
아이들이 없다면, 어른들이 광대 추켜올리고 눈가에 주름 최대치로 장착한 채, 해맑게 웃어볼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