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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곰돌이 Nov 09. 2024

내 남편이 목사네

주말을 지내는 법

금요일 저녁, 집에 돌아온 남편이 식사를 마치고 다시 교회에 갈 준비를 한다. 아이들이 아빠 또 어디 가냐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나마저 아쉬운 내색을 할 수는 없기에 아이들을 적당히 타일렀다. 그래도 설거지하는 나의 두 어깨는 힘이 없어 보였는지, 남편이 "힘들어 보이네."라고 말을 건넨다.   


이럴 때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속내를 들켰지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을 때 말이다. 참 어렵다. 잘못한 것 없는 남편이 나와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렇다. 나는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생존모드이다. 쉼 없는 나 홀로 육아의 고단함, 외로움, 적적함, 허전함, 그리고 아이들의 텅 빈 주말을 어떻게든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 혹은 책임감에 마음이 무겁다. 아이들이 아빠의 허전함을 느끼기보다 잘 쉬고 잘 놀았다는 기억을 갖게 해 주고자 머리를 굴리고, 인격과 체력을 동원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먹놀잠'을 충족시켜 주면 되었지만, 아이들이 자라고 욕구가 다양해지니 혼자만으로는 버겁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이 빠질 때는 외롭다고 느낄 때인 것 같다. 그렇다. 교회에 속해 있지만 나에게는 공동체가 없다. 나에게는 매주 교회에 같이 다녀오는 두 아이가 유일한 공동체이다. 아기띠와 유모차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는 양손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허전함을 달랜다.


 



아이들의 생각이 자라면서 간혹 당혹스러운 질문을 한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아빠가 새벽 기도에 것을 눈치채고 "아빠는 어딨어요?"라며 아빠를 더 열심히 찾는가 하면, "아빠는 왜 맨날 교회에 가요?"라고 탓하는 말도 한다. "주말에는 아빠가 없고, 월요일부터 저는 또 유치원에 가야 하잖아요."라며 정작 자신이 집에 있는 주말에는 아빠가 없고, 아빠가 쉬는 월요일에는 자신의 일상이 시작된다며 억울함을 토로한다.


이럴 때 아이들에게 해 줄 적절한 말을 찾는 것이 늘 어렵다. 아빠를 교회에 빼앗긴 듯한 인상을 가질까 봐 아이들에게 열심히 피력한다. "그래도 아빠랑 같이 월요일에 등원할 때도 있잖아.", "아빠가 저녁밥 같이 먹으러 매일 오시잖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온 아빠의 모습을 부지런히 알려준다. 





토요일인 오늘, 여느 때처럼 두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첫째의 유치원 친구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그분도 남편이 다른 지역으로 출장 가서 같이 놀이터에 갈 친구를 찾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연락해서 두 엄마와 네 명의 아이가 함께 놀았다. 잠시 후, 엄마 한 명과 아이 한 명이 합세해 엄마 셋, 아이 다섯 명이 되었다. 덕분에 여느 때보다 활기찬 토요일 오후를 보냈다.  


오늘 함께 보낸 시간은 지난 6년 여 동안 보낸 외로운 주말 중에서 손꼽아 기억에 남을 만했다. 대단한 일정을 함께한 것도 아니지만, 북적함 속에 신나서 바쁜 아이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순간이 행복했다. 하나님께서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나와 아이들을 위로해 주시는 것 같았다. 교회 안에서의 외로움만 크게 바라보던 나의 눈과 마음을 더 넓혀주시고, 소중한 이웃에 대한 고마움이 커졌다. 오늘 하루를 또 지나가게 해 주심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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