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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리뷰에 100유로?

파리 호스트의 충격의 정체

by 송현

파리. 예술과 로맨스의 도시. 에펠탑이 빛나고 센 강이 흐르는 그 도시에서 나는 에어비앤비 한 곳을 5박 일정으로 예약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그 감성적인 파리의 아파트먼트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경험을 기대했건만, 현실은... 글쎄, 좀 달랐다.


## 오븐이 아니라 집 입니다만?


"와, 드디어 파리다!"라는 설렘을 안고 도착한 숙소. 열쇠를 받고 문을 열자마자 더운 열기가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다. 깜짝 놀랐다. 5월인데 이렇게 덥다니?

나를 반긴 것은 로맨틱한 파리지앵의 아파트가 아닌, 핀란드 사우나였다.


"이게 뭐지?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는데 사우나가 딸려오나?"


더 재밌는 건, 에어비앤비 설명에는 '침대 2개, 3명까지 수용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는 침대 하나와 미니 소파 하나가 전부였다.

소파는 약 1.5미터 정도로, 성인 남성이 누우면 발이 공중에 붕 뜨는 크기였다. 만약 이것이 침대라면, 나는 지금까지 침대가 아닌 곳에서 자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공간은 너무 작아서 3명이 묵기엔 정말 비현실적이었다. 정확한 집 크기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 이해가 갔다.


"3명까지 수용 가능"이라는 문구의 비밀은 바로 이거였다 - 2명은 침대에서, 1명은 그 위에 쌓아놓으면 된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더 놀라운 것은 집 바로 앞 복도는 시원한데, 집 안은 마치 오븐처럼 뜨겁다는 것이었다. 이 집이 뭔가 잘못 설계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 샤워실의 미스터리: 물은 내려가지 않고, 휴지는 사라지고


첫 샤워를 하는 동안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 - 이 집의 배수구는 장식용이었다! 물을 틀자마자 발목까지 차오르는 물. 마치 내가 욕조를 원했던 것처럼. 그렇다면 샤워를 하면서 동시에 족욕도 즐길 수 있으니, 1석 2조 아닌가?


그리고 화장실 휴지는 마치 파리지앵 다이어트를 위한 포션처럼 딱 한 롤. 두 명이 5일 동안 써야 하는 양이었다. 파리에서는 아마도 화장실 휴지 사용량도 계산해서 소비하는 모양이다. 미니멀리즘의 극치라고 할까?


수건도 한 세트. 파리에서는 수건 하나로 5일을 견디는 게 트렌드인가 보다. 호스트에게 이런 '미니멀한 준비'에 대해 문의하니, 그제야 마치 대단한 선물을 주는 것처럼 추가 휴지와 수건을 가져다주었다. 감동이었다. 정말로.


## 세탁기와 제습기의 아름다운(?) 콜라보레이션


이 숙소의 장점은 세탁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첫날 세탁기 사용법을 몰라 헤매고 있을 때, 호스트가 와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 버튼 누르고, 이거 돌리고, 이렇게 하면 돼요." 고맙게도 그 설명은 정확했다.


그리고 너무 덥다고 하니까 큰 선풍기를 갖다 준다고 했다. 외출 예정이라 키를 보관함에 넣어두고 갔는데, 돌아와 보니 호스트가 집에 들어와 선풍기를 놓고 갔다. 여기까진 좋았다.


문제는 그가 내 널어둔 빨래를 보고 '오, 이 불쌍한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제습기를 켜놓고 간 것이다. 제습기! 이미 사우나 같은 집에 열기를 더하는 제습기!


"이 집에 제습기가 필요한 이유가 뭐죠? 사막보다 건조한데?"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호스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집은 습하지도 않았고, 빨래도 잘 마르고 있었는데, 이 '도움'으로 인해 집이 완전한 찜통으로 변해버렸다. 마치 프랑스식 요리법처럼. "오늘의 메뉴: 수비드 관광객. 60도에서 천천히 익힌..."




## 창문의 딜레마: 다양한 형태의 고통을 선택하세요


제습기의 열기에 견딜 수 없어 창문을 열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그런데 그 세계는 담배 연기와 거리 소음으로 가득했다.


창문 아래에서는 24시간 파리지앵들의 담배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의 담배 연기는 마치 특별히 우리 창문을 향해 나오는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마치 "여기 외국인 관광객이 있으니 특별히 더 피우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창문을 닫으면 더위, 열면 담배 연기와 소음. 이것이 바로 '파리지앵의 딜레마'다. 한국에서는 당연한 '맞바람'으로 환기시키는 개념이 여기서는 금지된 마법 같았다. 창문은 벽 쪽에 두 개뿐이고, 공기 순환은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개념이었다.


커튼을 열고 창문을 열면 거리와 앞 건물의 사람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서 전혀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았다. 커튼을 닫으면.. 너무 더웠다.


그 순간 진지하게 생각했다. "파리 에어비앤비에서 숨져도 뉴스에 나오려나?" 집에 가고 싶었다. 여행을 포기하고 싶었다. 가장 괴로운 건, 집을 나서면 복도가 천국처럼 시원하다는 사실이었다. 집 안팎의 온도차가 약 10도는 되는 것 같았다.


## 쓰레기의 산: 파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만들다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하나요?"라는 단순한 질문에 호스트는 마치 내가 양자역학의 비밀을 물어본 것처럼 대답을 회피했다.


결국 5일 동안 쓰레기는 계속 쌓여갔고, 마지막 날에는 미니 소파(아니, '침대'였지) 옆에 에펠탑만큼 높은 쓰레기 산이 생겨났다. 나는 그것을 '몽마르트르의 새로운 명소'라고 이름 붙였다.


## 리뷰 전쟁: 100유로의 유혹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나는 솔직한 리뷰를 남겼다. 별점 3점과 함께 내가 경험한 모든 '즐거운' 일들을 적었다. 없는 일을 지어낸 것도 아니고, 단지 내 5일간의 파리 사우나 체험을 진솔하게.


그런데 몇 시간 후, 호스트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저는 최선을 다했는데, 당신의 3점 리뷰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요. 리뷰를 수정하거나 삭제해 주면 100유로를 돌려드릴게요."


처음엔 화가 났다. '내가 경험한 사실을 적었을 뿐인데, 왜 이러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100유로는 파리에서 괜찮은 식사 한 끼도 안 되는 금액이지만, 그래도 뭔가 보상은 받는 셈이니까.


도덕적 딜레마에 빠졌다. 이건 마치 '진실을 100유로에 파는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였다. 5점으로 올릴 순 없었지만, 삭제는... 음, 가능할 것 같았다. 어차피 더 이상 이 호스트와 마주칠 일도 없을 텐데.


결국 '삭제해 주면 환불해 주겠다'는 호스트의 제안에 동의했다. 약속대로 여행이 끝난 후 2주 뒤, 100유로가 환불되었다. 내 양심의 가격이 100유로로 측정된 순간이었다.


## 에필로그: 별점 경제학


그 후로 에어비앤비 후기를 볼 때마다 의심의 눈초리가 생겼다. 저 화려한 5점 리뷰들, 얼마나 많은 '100유로의 거래'가 있었을까? 에어비앤비 파워 호스트들의 비밀 병기는 아마도 이런 '후기 관리' 기술일 것이다.


파리에서의 5일은 에펠탑이나 루브르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것은 바로 '리뷰 경제학'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별 셋의 진실과 별 다섯의 유혹 사이에서, 나는 그저 진실만을 말했을 뿐인데 도리어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 아이러니.


다음에 파리를 방문한다면, 에어비앤비 별점은 반드시 의심의 눈으로 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착하자마자 휴지를 살 것이고 5일 동안 1개의 수건을 쓰지 않기 위해 세탁기 여부도 확인해야겠다. 그리고 반드시 에어컨 유무를 세 번 확인할 것이다.


내가 작년에 예약했을 때 에어컨이 없어서 걱정이 된다고 했는데 파리는 시원하다던 호스트의 말을 잊을 수 없다. 이건 날씨 문제가 아니라 집이 잘못 만들어진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것이다: 파리에서의 진정한 현지인 경험을 원한다면, 호텔을 예약하라. 그게 오히려 더 '진짜' 파리를 경험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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