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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정 Jan 03. 2023

층간연주

매일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기쿠지로의 여름


윗집인지 어딘지… 매일같이 피아노 연습을 열심히 한다. 그래도 좋아하는 곡이 내가 좋아하는 ‘기쿠지로의 여름’ 테마라 다행이다.

박자감각이 꽝이라는 것과 감상을 하기엔 좀 너무 자주 틀린다는 것만 빼면…

견딜만한 연주다.

뭐 하루종일 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 생각으로 버틴다.


그런데 저 집에서 밤에는 또 무슨 절구에 떡을 치는 것 같은 쿵쿵 소리가 아주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추측 건데 쿵쿵대는 안마기 같다.

뭐랄까 한 집안에서 연령대 별로 다양한 소음을 만드는 가족인 듯하다.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런 것으로 항의할 만큼 적극적으로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타입은 아니니까.

바로 우리 앞집만 해도 복도에서 담배를 어찌나 피워대는지 우리 집 현관에 담배냄새가 가득하지만 나는 그 문제의 흡연가를 복도에서 마주치면 늘 고개 숙여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있지 않은가.

이건 이상하게 지난번에 살던 집에서도 그랬다. 우리 집 옆이나 앞에만 살면 담배가 피고 싶어 지는 건지… 아니면 내 얼굴을 딱 봐도 담배 정도는 펴도 화를 안 낼 사람으로 보이는 건지… 그렇게 봤다면 참… 사람 잘 보신 거다.

나는 그 정도는 뭐 그냥 산다.

약간 툴툴대면서… 혼자 화내면서…

이러다 못 견디면 관리실에 넌지시 문제를 이야기해보기도 한다. 그러면 관리실에서는 못 이기듯 한참 뒤쯤 아파트 입구에 에이포 용지에 그런 짓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점잖은 게시글을 붙인다.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글씨로.


결국 변하는 건 없다.

담배 피우는 분은 계속 피고

피아노 치는 애는 계속 치고

안마받는 분은 계속 받고

그 모든 걸 듣고 보고 마시는 사람들은 또 계속 듣고 보고 마시고.

그것이 아파트 생활자들의 루틴이자 역할놀이다.

나는 뭐 늘 툴툴거리면서도 잘 즐기고 있는 듯하다.

그나마 피아노 연주자의 실력이 미세하게나마 늘고 있는 것 같아 좀 다행이다.

뭐... 메트로놈을 쓴다면 듣기에 한결 나을 것 같기는 한데...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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