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기쿠지로의 여름
윗집인지 어딘지… 매일같이 피아노 연습을 열심히 한다. 그래도 좋아하는 곡이 내가 좋아하는 ‘기쿠지로의 여름’ 테마라 다행이다.
박자감각이 꽝이라는 것과 감상을 하기엔 좀 너무 자주 틀린다는 것만 빼면…
견딜만한 연주다.
뭐 하루종일 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 생각으로 버틴다.
그런데 저 집에서 밤에는 또 무슨 절구에 떡을 치는 것 같은 쿵쿵 소리가 아주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추측 건데 쿵쿵대는 안마기 같다.
뭐랄까 한 집안에서 연령대 별로 다양한 소음을 만드는 가족인 듯하다.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런 것으로 항의할 만큼 적극적으로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타입은 아니니까.
바로 우리 앞집만 해도 복도에서 담배를 어찌나 피워대는지 우리 집 현관에 담배냄새가 가득하지만 나는 그 문제의 흡연가를 복도에서 마주치면 늘 고개 숙여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있지 않은가.
이건 이상하게 지난번에 살던 집에서도 그랬다. 우리 집 옆이나 앞에만 살면 담배가 피고 싶어 지는 건지… 아니면 내 얼굴을 딱 봐도 담배 정도는 펴도 화를 안 낼 사람으로 보이는 건지… 그렇게 봤다면 참… 사람 잘 보신 거다.
나는 그 정도는 뭐 그냥 산다.
약간 툴툴대면서… 혼자 화내면서…
이러다 못 견디면 관리실에 넌지시 문제를 이야기해보기도 한다. 그러면 관리실에서는 못 이기듯 한참 뒤쯤 아파트 입구에 에이포 용지에 그런 짓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점잖은 게시글을 붙인다.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글씨로.
결국 변하는 건 없다.
담배 피우는 분은 계속 피고
피아노 치는 애는 계속 치고
안마받는 분은 계속 받고
그 모든 걸 듣고 보고 마시는 사람들은 또 계속 듣고 보고 마시고.
그것이 아파트 생활자들의 루틴이자 역할놀이다.
나는 뭐 늘 툴툴거리면서도 잘 즐기고 있는 듯하다.
그나마 피아노 연주자의 실력이 미세하게나마 늘고 있는 것 같아 좀 다행이다.
뭐... 메트로놈을 쓴다면 듣기에 한결 나을 것 같기는 한데...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어지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