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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terFrom Feb 25. 2024

발리 한달살기 안녕~ 어느새 끝 ! 발리 안녕...

2023년 6월의 기록





#여기(旅記)  :: 여행의 기록。

2023년 6월의 기록


발리 한달살기 안녕~ 어느새 끝 ! 발리 안녕... 


발리 한달살기도 어느덧 끝 ... 사실 발리 여행 초반에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아직도 한참 남은 시간 덕분에 감사한 줄 모르고 천하태평한 마음으로 여행을 했던 것 같다. 고작 한 달이란 시간이 얼마나 빨리 끝날 줄 알면서도, 사람 마음은 그렇게나 간사하다.  한 달이라 해도 일주일, 일주일 마음이 다르다. 초반에는 넘치는 시간 부자처럼 마음이 여유롭다 못하 태평하고 느슨하고,  중반쯤 되면 그래도 아직까지는 여유만만이다가 ,  마지막 주쯤 되면 시간이 언제 이렇게 지났나... 하면서 못다 이룬 로망들에 마음이 바빠지고 1분 1초가 아깝고 초조해진다. 늘 그런 패턴이다. 나만 그런가...   




아무튼 발리..발리는 정말 나에게 특별한 곳이다. 발리라는 단어만으로 그냥 주절주절 말이 많아지는,,,  그 첫 인연이.. 처음 발리를 간 게 지금 보니까 2006년.. 2006년이라니 ... 지금은 2023년, ,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흐른 걸까. 서글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첫 여행은 고작 5일 남짓한 짧디짧은 여행이었고 그 짧은 시간에 발리에 홀딱 빠져 결국 하던 일도 그만두고 내 생애 처음으로 혼자 여행! 한 달 여행을 떠났다. 지금이야 한달살기가 흔했지만 그때만 해도 (아.. 옛날이여...)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때의 나는 겨우 이십 대 초반.. 그리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세상 오만가지에 겁이 많았다. 대낮에도 남의 집도 아닌 , 우리 집에서 혼자 머리 감는 것도 무서워했을 정도니... (웃음이 나올 정도)  그런데도 그 두렵고 무서운 마음을, 발리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이겼다. 통쾌하게 이긴 게 아니라 덜덜 떨면서도 억지로 이겨냈다. 혼자 떠나는 것도 두려웠고 (그런데 또 그때는 몇 명의 선구자 격, 먼저 다녀온 사람의 귀한 인터넷 속 후기를 무조건 따라야 했다. 다른 정보가 없었으므로... 생각해 보면 그때 또 싼 표를 산다고 경유 티켓을 사서 태국 공항에서 벌벌 떨며 노숙 아닌 노숙까지 한 듯... 모르면 용감한 것..) 





혼자서 숙소에서 자는 것도 무서워서 한밤중에 잠도 못 자고 화장실은 더 못 가고, 아침까지 유일하게 나오던 대장금을 틀어놓고 뜬눈으로 지새고, 그래도 날이 밝으면 그렇게 행복하고 좋았다. 무서움도 사라지고 그냥 걷고 또 걸었다.  혼자서 사누르며 우붓이며 잘도 다니고,  에어컨도 안 나오는, 시동이 걸리는 게 용한 뿌라마 버스를 타고 , 겁도 없이 혼자 그 먼 로비나까지 갔다. 역시나 또 무서움에 잠도 못 들면서도 다음날 새벽 동이 트면 로비나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돌고래를 보면서 그저 행복했다. 아 옛날이여 .... 






아무튼 그때는 별게 다 무섭고 걱정스럽고, 그런데도 그냥 너무 좋았다. 마냥 행복했다. 지금은 절대 못 느낄 감정이다.  그때의 나는.. 파란 바다에 하얀 휴지 조각이 떨어지듯 100% 흡수해버리는 그런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방수 패브릭 같은 느낌이랄까. 어지간해서는 흠뻑 젖어들기가 힘들다. 덕분에 지금은 두려움도 불안도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그때의 내가 미친 듯이 부럽다. 질투가 날 정도로 ..  그래서 으르신들이 그렇게나 "좋을 때다" 하는가 보다. 그때는 몰랐던 그 말을 지금은 너무나 알겠는 게 또 서글프네.   




하여튼, 발리 이야기만 나오면 주책맞게 주절주절 말이 많아지는 것이 문제.  이번에 코로나 이후 정말 오래간만에 발리로 떠났다. 그전에 대만에서 열흘 정도 시간을 보내고 발리로 넘어가는 루트. 대만 있는 동안 이럴수가 있나 싶게, 매일 회색 하늘에 부슬비만 내리는 날씨였는데, 발리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이미 느꼈다. 발리의 날씨는 축복 그 자체였다. 발리 땅에 닿기 전부터 본 적 없는 파란 하늘과 몽글몽글한 구름들이 날 맞아줬다.




발리는 그 사이 변한 것도 많지만 여전한 것은 발리 사람들...이다. 한결같이 놀라운 것도 역시 발리 사람들이다. 내가 발리를 그렇게 사랑했던 이유도 어쩌면 발리니스들의 미소, 그 여유와 인자함이었던 것 같다.  베트남만 몇 년간 많이 가서인지, 발리니스들의 특유의 여유로움과 배려가 초반에는 적응이 안 될 정도로, 별게 다 감동적이더라. 너무 오랜만에 발리를 가서 더 그랬나. 원래의 예민하고 까칠한 나였다면 벌써 폭발하거나 언성이 높아질 상황도 발리니스들은 늘 웃음을 잃지 않고 'No Problem'이란다. 그 여유로움, 인자함, 미소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호텔 직원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랩 배달 기사, 고젝 드라이버들까지 그렇게나 여유롭고 인자하다. 

어떠한 상황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우아함이 있다. 발 동동 거리며 어쩔 줄 모르는 내가 바보가 되는 기분. 그랩 배달 기사가 호텔 로비에 도착했다는 말에 조금이라도 늦었을까 봐 뛰어오는 나를 보고 , 기사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도대체 왜 뛰어오냐고 그런다. 네가 기다리니까 급해서 뛰었지! 하니, 미소와 함께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No Problem'  그렇게 나도 조금씩 긴장도, 조급함도 풀렸던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예민 모드로 돌아갈 테지만! 아무튼 이런 부분이, 항상 궁금하지만 풀리지 않는 발리 사람들의 미스터리다.  아무튼 그냥 발리 한 달 살기가 끝나니 감성이 또 폭발하는구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항상 아쉽지.  


이십 대 초반의 그때의 나는 정말이지, 발리 한 달 여행의 마지막 날, 아니 그 주에는 그냥 통곡의 주였다.  매일매일 툭하면 눈물 바람이었으니. 마치 그 여행이 끝나면 무슨 일이 나는 줄 알았다. 앞으로의 불안한 미래, 막막한 현실 생각에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었다. 뭐가 그렇게 걱정스럽고 불안한 거 투성이었을까. 

오만 걱정하느라 낭비한 내 아까운 청춘이여. 청춘이란게 그런거지만,,,  


시간이 흐르니 이렇게 좋은 점도 많다. 마음이 몽글몽글, 조금은 울적하지만 그때의 나와 비교하면 몰라볼 정도로 의연한 것이다.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내 마음이 원한다면 언제든 다시 올 수 있으니 .. 전보다 훨씬 가볍게, 담담히 이별할 수 있다.  그렇게 안녕을 고해본다. 


발리 안녕 ! 언젠가 또 ! 멀지 않은 미래에 또 만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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