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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그리드 Oct 01. 2023

티빙-웨이브 또 불발? <무빙>의 흥행이 보여주는 것

콘텐츠카트 05

해당 글은 뉴스레터 '콘텐츠 카트' 로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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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연휴가 중반을 지나가네요. 이제는 명절 영화를 찾아보기보다 OTT 시리즈 정주 계획을 세우고 계시지 않나요? 저는 그렇거든요.

우리가 체감하는 사실은 조사 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어요. 코드커팅이 활발해져서, 공중파 혹은 케이블보다 OTT를 통해 더 시청을 많이 한다는 것이죠. (보라색이 스트리밍입니다)


최근 미국의 케이블 회사인 차터커뮤니케이션과 디즈니와의 갈등도 그 맥락에서 나온 것인데요.  케이블업체가 코드커팅으로 OTT에 시청자수를 뺏기고 있는 와중에, 디즈니에서 송출 수수료를 올려 버리자 디즈니 채널 송출 중단하겠단 선언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한참 실랑이하다가 디즈니플러스가 포함된 번들패키지를 출시하기로 하면서, 합의에 도달했지만요.


그런데 한국 OTT는 내내 적자라고 합니다. 독보적인 넷플릭스부터 최근 <무빙>으로 부양한 디즈니플러스 사이에서 티빙, 웨이브의 존재감은 희미한 게 사실이죠.

‘이번엔 진짜 정말 진짜 최종’인 것 같은 티빙-웨이브 합병설도 불거지기도 했었고요.


넷플릭스 말고, 디즈니 플러스 말고. 한국의 OTT 업계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요?



한국 OTT 시장의 현재


티빙 - 환승연애 여추반 없으면 어떡해요?

티빙도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최소한의 홍보만 하는 상태죠. 오히려 티빙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건 <스우파 2>와 <나는 솔로> 같은 TV방송 프로그램들입니다. 론칭 이후 ‘매주 1개 오리지널 론칭’을 목표로 공격적으로 투자해 오던 티빙의 전략도 옛날일이 됐습니다.


당연합니다. 티빙은 2분기 매출 767억 원, 479억 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1천191억 원이었는데요. 올해도 이 폭을 줄이기 쉽지 않을 것 같죠.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듯, 초기엔 투자금을 들이붓고 적자가 계속되는 시기가 이어지는데요. 경제 흥하고, 유동성이 넘치는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는 미래 흑자를 위한 적자가 허용됩니다만 지금은 그 반대의 상황이죠.


특히 모기업인 CJ ENM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요.  CJENM의 분기 매출은 34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했습니다. 할리우드 작가배우 파업으로 자회사인 피프스시즌(Fifth Season)의 납품이 지연되면서 영업손실이 362억에 달하고. TV 광고 시장은 지속 둔화되고 있고요. 게다가 제작비가 300억 원에 달하는 <더 문>이 50만 명으로 외면당하면서 영화 쪽 분위기는 더 어두워졌습니다.


현재 시장추정치로 티빙의 유료가입자는 350만 명 내외, MAU는 540만 명가량으로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작년 이후로 계속 정체입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해외에서 매출 활로를 찾으려고 시도하기도 했는데요.  라인과 손잡고 2022년 일본·대만 시장에 진출한 뒤 2023년부터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직접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과 대만 진출을 보류한 상태고요. 현지 기업 인수나 합작 형태가 아닌 단독 진출 형태로는 당연히 쉽지 않죠… 해외라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현지 OTT가 없는 게 아니니까요.


지난 6월에는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의 티빙 오리지널 제공 프로모션이 종료되기도 했어요. 이제는 티빙 오리지널 작품을 보려면 네이버 멤버십 구독자들은 추가요금을 내야해요. 티빙 입장에서는 이 제휴가 가입자수 증가에 역할을 톡톡히 했을 텐데요. 티빙 가입자 수는 프로모션 기간인 1년간 약 3배 늘었다고 하니까요.  네이버가 프로모션 종료와 함께 티빙에 지급하던 수수료를 20~30% 축소하면서 네이버멤버십 기반 티빙 신규 가입자의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감소할 거라고 해요. 티빙 매출에 타격일 겁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네이버 멤버십’ 가입자를 늘려야 하는 미션이 있으니까요. 아무리 ‘피가 섞인’ CJENM의 티빙일지라도 네이버도 더 많은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멤버십 혜택을 늘려가며 신규 구독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티빙’ 에만 주력할 필요성은 없겠죠.


지난 6월 티빙의 대표이사가 교체되고,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구조를 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웨이브 - 넷플 말고 뭐봄?  웨이브요? 글쎄요

웨이브의 오리지널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올해 공개된 오리지널들은 존재감이 희미했고요 (<위기의 X> <박하경 여행기>등). 그나마 웨이브의 (거의) 유일한 히트작인 <약한 영웅>이 있었는데 그것도 벌써 1년 전입니다.


게다가 공중파의 화제작들은 대부분 디즈니플러스 등 외부 플랫폼에서 동시 공개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악귀> 같은 경우도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됐었죠.


그래도 웨이브는 치트키가 있었어요.

HBO 와의 독점 계약이 그것인데요. HBO의 OTT 서비스인 MAX가 국내 진출을 유보하면서 웨이브와 신규 시리즈 독점 계약을 맺었죠. 작년 <왕자의 게임>의 프리퀄인 <하우스 오브 드래건>으로 재미를 봤을 거고요.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올 6월 이후로,  웨이브에서 볼 수 있었던 HBO 오리지널 콘텐츠 서비스가 종료된 건데요. 보통 HBO는 패키지딜로 1년 단위 계약을 하는데, 재계약이 진전이 안 됐나 봅니다. 논의 중이라는 게 8월이었는데, 구작이 여전히 들어오지 않는 걸 보니 쉽지 않은가봐요.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웨이브의 시장 점유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웨이브의 월간 활성사용자 수는 2021년 6월 463만 명, 2022년 6월 423만 명에서 지난 6월 394만 명으로 감소했다고 해요.


특히 웨이브의 이용자에는 바이어스가 끼어있는데요.  SKT VIP나 고액 요금제 고객 대상으로 무료로 멤버십을 제공했기 때문에 실제 유료로 웨이브를 구독하는 사람들의 수는 이 부분을 제외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넷플 뭐봄’ 을 활용한 ‘넷플 말고 뭐봄’ 을 캐치프라이즈로 쓰고 있는데…그 마저도 눈물겹습니다...



쿠팡플레이 - SNL과 스포츠로 반짝

쿠팡은 사실 ‘쿠팡플레이’로 넷플을 제치고 1등을 한다거나 큰 이익을 낼 생각이 없어요. 4990원의 와우 멤버십 (와우멤버십 가입자는 1100만 명 수준) 속에 들어가는 하나의 혜택으로서 회원들이 요금제를 끊지 않고 계속 유지시키는 락인, 그러니까  ‘유인책’으로서의 기능만 하면 되죠.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전략을 충실하게 행하고 있으니까요.


쿠팡은 보장된 IP 혹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오리지널 시리즈(SNL이 대명사)를 주로 제작해 왔고, 최근엔 SNL의 기둥인 신동엽을 주축으로 하는 매니지먼트까지 설립하는 등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솔직히 이건 좀 의외였습니다. 갑자기 매니지먼트라니, 그만큼 신동엽이 중요했던 걸까요) 매니지먼트를 인수하여 몸집을 불린 카카오엔터의 사례가 생각나더라고요.

쿠팡플레이는 최근 MAU 548만 명대에 이르면서 티빙을 제쳤다는 기사도 있었는데요. 그 이유는 ‘스포츠’에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와우멤버십을 주 사용하는 층인 3040을 노린 전략이 잘 통한 셈이죠.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경기 중계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해외 리그들을 독점 중계 하고 있어요.


멤버십 가입자들이 이용하는 혜택으로, 쿠팡플레이 시청권은 4위로 가입자들에게 쿠팡플레이는 부수적일 뿐 주요 혜택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요. 아래 조사가 22년 결과라는 점을 생각하면 1년 사이에 그 순위가 높아졌을 수도 있겠어요.


최근엔 ‘쿠플 시네마’(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 한 편씩 매주 주말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영화업계에선 논란이 있기도 했어요. <존윅 4>나 <비공식작전> 등을 와우 멤버십 이용자들은 바로 볼 수 잇느 서비스였고, 단 며칠간이라고 해도 홀드백이 거의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극장 쪽의 반발이 있었죠. 이를 의식했는지 ‘쿠플 시네마’라는 이름을 버리고 ‘쿠플 클럽’을 통해 제공하는 하나의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이런 접근도 참 쿠팡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쿠팡은 국내 다른 OTT 보다는 네이버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이런 시도를 한 것으로 보여요. (네! 쿠팡은 커머스 기업입니다) 어쨌든 홀드백 없이 작품을 데려오려면 투자배급사에 MG 를 적잖이 지불했을 거예요.

최근 아마존프라임 광고요금제를 도입하면서 광고 없이 시청하기 위해서는 2.99달러를 내야 한다고 하는데요. 쿠팡도 언젠가 이를 시도할지도 모르겠어요.



국내OTT - 우리는 가격 못 올려요

계정 공유 금지, 저렴이 요금제 출시, 요금 인상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 글로벌 OTT에 비해, 국내 OTT들은 숟가락만 빨고 있는 상황이에요.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인데도요.


사실상 이 모든 조치들은 소비자에게 금액을 전가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가격을 올려도 ‘구독 취소’를 하지 않을 정도로 ‘가격 결정력’ 이 높으냐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매출을 위해서는 올려야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다는 거예요.



심심하면 나오는 합병설

합병을 해야하는 이유는?


티빙은 작년 말 KT스튜디오지니의 OTT 서비스인 시즌 합병했죠. 이유는 "해외 OTT업체들과도 경쟁하는 등 치열한 OTT업계에서 살아남는 다양한 콜라보 전략"을 취하겠다는 것이었고요. 시즌과 티빙이 합쳐질 경우, MAU가 550만이 넘으면서 웨이브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었고요. 웨이브와의 합병을 위한 초석같이 느껴지기도 했었어요.


티빙의 MAU는 실제 515만 명을 기록하면서 시즌 합병의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나왔는데요. 그러나 MAU가 474만 명으로 떨어지더니 올 3월에는 들어 460만 명대가 됐었죠. 합병 효과가 끝났다는 겁니다.


웨이브보다 티빙의 의사가 중요하다?

웨이브-티빙의 합병설은 정말 ‘심심하면 나온다’ 고 할 정도의 이슈입니다. 2020년 웨이브 대표가 “티빙과 합병을 원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때부터 지속적으로 나왔었죠. 최근엔 정말 임박했다는 기사까지 나오면서 기대감에 불을 지폈습니다.

업계에선 웨이브가 강력하게 원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티빙 입장에선 니즈가 적었다는 거예요. KT의 ‘시즌’과 합병한 게 불과 작년인데 웨이브와의 합병을 추진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콘텐츠 주도권이 OTT로 옮겨간 상황에서 넷플릭스에 대항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면 자체 브랜드인 티빙이 있어야 하는데, 합병될 경우는 티빙의 고유한 브랜드 가치가 변화할 거고요.


반면 SK스퀘어 입장에선 웨이브는 돈 먹는 하마죠. SK스퀘어는 웨이브의 최대주주로 4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지상파 방송사인 KBS, MBC, SBS가 나머지 19.8%씩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심지어 올해 SK웨이브가 250억을 추가로 투자함으로써 SK그룹 계열의 콘텐츠웨이브 지분율 합계는 기존 39.3%에서 40.5%로 확대됐는데요. 이에 반해, 지상파 주주들의 입김(60%) 때문에 SK스퀘어가 최대주주임에도 힘쓰기 쉽지 않다고 해요. 입을 대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투자금 회수 시기가 돌아와서 급해졌단 이야기도 나옵니다. 웨이브는 지난 2019년 미래에셋벤처투자, SKS프라이빗에쿼티 등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투자 유치 조건이 5년 이내 상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다 갔고 내년도 상장은 글쎄요. 적자가 계속되고 경기침체에 구독자 유인도 쉽지 않은 와중에, 돈을 다 토해내게 생겼습니다.



각자의 입장

업계에선 부회장님, 그러니까 CJ ENM의 의지에 따라 미래가 정해질 거라는 얘기가 농담처럼 나오는데요. ㅎㅎ 사실상 언젠가 합병되지 않을까? ‘시기’가 문제인거지. 정도가 중론인 것 같습니다.


시장 상황은 쉽지 않고,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문제인 것 같아요. 아무리 큰 모기업이 받쳐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특단의 결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결국 콘텐츠 비즈니스, 즉 OTT 시장은 규모의 경제이고(될놈될 안될 놈 안될) 소수의 승자독식시장이라는 생각이므로 결국에는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건 제가 전직장인 국내 OTT 회사에서 일하면서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선 웨이브랑 티빙이랑 합쳐지니까 한 번에 공중파부터 tvN, JTBC까지 다 볼 수 있어서 좋은 게 아니야?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2만 원 넘게 들 비용이 1만 원 내외로 줄어들 테니까요. 하지만, 사실 경쟁이 사라진다는 건 멀리 보면 그렇게 긍정적인 건 아니란 생각도 들어요. 독과점 시장에선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줄어들게 될 테니까요. 낮은 화질의 콘텐츠를 추가요금을 내가면서 보는 게 당연해지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어요.


콘텐츠 공급자 입장에서도 플랫폼이 줄어들게 된다면, 협상력이 줄어들게 되는 만큼 쉽게 투자가 이루어졌던 시기와는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겠죠. 물론 그간 크리에이터들과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무수히 많은 기회가 주어졌던 몇 년 간의 붐이 ‘정상화’ 되는 과정일 수도 있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 <무빙>의 성공을 통해 보자면


소위 토종 OTT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은 국내 OTT사업자들의 시장·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자 간 결합이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업들만의 노력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도 다들 동의하는 부분이죠. (최근 누누티비 사건도 그렇습니다) 모기업 전폭적인 지원, 업체들 간의 전략적인 제휴, 국가 차원의 지원 와 규제 등등 많은 것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항상 이야기하지만) 무엇보다 콘텐츠입니다.

최근 <무빙>의 히트를 보면서, 콘텐츠가 가진 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좋은 콘텐츠는 사람들이 알아본다고요. 그리고 이런 정도의 메가히트 콘텐츠가 있어야만, 유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걸요. 특히 <무빙>은 도파민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정말 캐릭터와 서사가 탄탄한 데다 창작자의 인간을 바라보는 곧은 시선이 담긴 훌륭한 콘텐츠였습니다.


실제로 디즈니는 <무빙> 공개 후 MAU가 260만 명으로 40%가량 성장하고, 신규 설치대수도 증가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공개 첫 주만에 최다 시청 시리즈에 올랐다고 해요. <카지노> <형사록> 등으로 중박을 터트렸지만 넷플릭스 같은 TOP 10 차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성공했다고 공식 보도자료로 쏟아내도 디즈니에 근무하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들만의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기분이 들고는 했는데. 이렇게 눈에 띄는 숫자가 드러나니 이번엔 정말 크게 터졌다는 걸 알 수 있었죠.



<무빙>은 망하면 디플코리아 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활을 건 500억이 넘는 프로젝트였는데요. 최근 실적 부진으로 국내 콘텐츠팀을 해체하는 등 디즈니플러스가 전략을 정비하던 입장에서, 봄의 단비 같은 결과였을 겁니다. 앞으로 디즈니의 한국 작품들을 주목해 보고 싶네요.


다만, 결국 유입만큼 중요한 게 유지(리텐션)이죠. 이 구조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킬러콘텐츠’가 중요합니다. 소비자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선택지가 있고, 인플레이션 시대에 지갑은 얇아지고 좀 더 깐깐하게 돈을 쓸 수 밖에 없으니까요. 티빙에게는 환승연애를 넘는, 웨이브에게는 약한 영웅을 넘는 무언가가 계속 필요합니다.


물론 이런 킬러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또한 끊이지 않는 투자가 필요한 부분인데, 지금과 같이 적자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건 챌린지가 될 수 밖에 없겠습니다. 그래서 ‘합체’ 가 필요한 것일지도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뉴스레터 '콘텐츠 카트' 로 발행한 글입니다.

콘텐츠 카트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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