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그리드 Dec 26. 2023

디즈니의 위기와 디즈니만이 하는 것

콘텐츠 카트 09

해당 글은 뉴스레터 '콘텐츠 카트' 로 발행한 글입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읽으시려면, 여기서 구독 가능해요.


본격적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 ‘우리가 본 것(What We Watched)’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도록 할게요. 최근 넷플릭스는 6개월 동안 사람들이 어떤 작품을 봤는지 시청 순위를 집계한 리포트를 공개했어요. 이렇게 자세한 숫자를 공개한 건 처음인데요. 이런 스트리밍 데이터는 올 하반기 큰 이슈였던 작가 조합 파업 동안 핵심 논쟁거리였죠. 작가들은 넷플릭스가 정확한 숫자도 공개하지 않을뿐더러, 보상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고요. 파업 종료 이후, 양측의 협의 결과에 따라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튜디오는 스트리밍 데이터를 공유해야 했는데요. 그 결과가 바로 이번 리포트입니다. 그간 넷플릭스는 국가/전 세계별로 TOP10을 공개하고 있었는데요. 이렇게 자세하게 18,000개 이상의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 정보를 보여준 기록은 처음이죠.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을 뽑자면 아래와 같아요.


1~6월까지 넷플릭스 시청의 55%는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45%는 라이선스 콘텐츠에서 나옴

'더 나이트 에이전트 시즌1'이 지난 6개월 동안 8억 1,20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1위

한국 작품은 <더 글로리>가 3위 기록, <피지컬 100>과 <닥터차정숙> 등



넷플릭스는 이 리포트를 발표하면서, '성공은 형태와 규모에 따라 다르며, 시청 시간만으로 결정되지 않음. 중요한 것은 작품이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었는지 여부와 작품의 경제성 대비 시청자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다. 타이틀을 비교하려면 TOP10을 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맞는 말입니다. 시청분수로 치면 당연히 절대적 수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시리즈가 유리하고(회차가 많을수록 유리하고) 제작비 대비의 효과도 중요하니깐 단순하게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봐요. 그럼에도 극장 영화나 TV드라마 매출이나 시청률처럼 누구나 알 수 있는 수치가 없었던 과거에 비하면 나아진 결과물이죠. 이건 변화의 시작이라고 봐요. 업계 1위인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면, 다른 스튜디오들도 성과 지표를 자세하게 공개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습니다. 넷플릭스보다 더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디즈니플러스의 경우도 그러하겠고요.


23년 마지막 콘텐트카트로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올해 콘텐츠 카트에서 처음으로 다뤘던 것이 넷플릭스인 만큼 마지막은 디즈니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디즈니와 넷플릭스. 전 세계의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두 회사니 까요.(물론 넷플릭스는 스스로를 ‘테크 기업’이라고 지칭했지만요) 세계에서 제일가는 콘텐츠 왕국으로 불리는 디즈니지만 최근 여러모로 위기를 겪고 있는데요. MCU를 정점을 찍고 디즈니플러스를 론칭시킨 후 디즈니를 떠났던 밥 아이거가 다시 복귀하여, 인력 감축 및 콘텐츠 비용 효율화 등 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죠.

디즈니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몇 가지 위주로 돌아볼게요.



밥 아이거는 디즈니를 살릴 수 있을까?

MCU 흥행 참패, 디즈니플러스 지지부진, 비용 감축까지.

디즈니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밥 아이거의 복귀 그리고 대량 해고

픽사, 마블,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고, 디즈니플러스까지 론칭하며 디즈니 왕국의 전성기를 이끌고 영광스럽게 떠난 밥 아이거가 다시 복귀했습니다. 그가 쓴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보면서 추진력이 대단하고 위기 대응 능력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디즈니 이사회 입장에서도 밥 아이거 급의 리더십이 아니면 지금 상황을 타계하기 힘들겠단 생각을 한 게 아닐까요.


주가를 보면… 한숨만 나오죠 (주주로서 한숨은 깊어갑니다. 에휴)

밥 아이거는 복귀하자마자, 비용 절감+일자리 감축을 천명했습니다.


부임 이후 일자리 7000개(실제로는 8000개)를 없앴고, 55억 달러 비용을 절감했죠. 

콘텐츠 투자를 줄이고(2024년 콘텐츠 지출을 2023년 27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 독점으로 공급하던 디즈니플러스 콘텐츠도 넷플릭스에 공급하는 등 디플 독점 전략을 변경한다고도 발표했고요.2020년 이후 중단했던 배당까지도 재개한다는 소식도 있고요. 주주달래기에 여념 없는 모습입니다.


디즈니 무엇이 문제일까?      


MCU의 위기 - 박스 오피스 박살 나다

디즈니가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요. 먼저 디즈니의 가장 큰 먹거리이자 자랑인 ‘IP 순환고리’가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오리지널/비오리지널 작품의 극장개봉(or 디즈니플러스 공개) → 흥행 → 부가 수익(테마파크, 캐릭터 사업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극장 개봉 → 흥행’ 단계부터 막혀버리니 위기 상황이 아닐 수가 없죠.

특히 수년간 디즈니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줬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흥행 성적이 처참했습니다.

디즈니는 최근 <아바타>를 제외하고는 10억 달러 이상 흥행한 영화가 없습니다. 코로나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2019년에 7편이나 올렸던 것에 비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죠. MCU 부진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올 한 해 미국 내 박스 오피스 성적을 보자면, <바비>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2023년 미국 박스오피스는 85억 달러로,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회복했고 그 이전에 비해서는  75% 선까지 회복한 상태죠. 그런 상황에서 <가오갤 3>가 체면치례는 했습니다만, 흥행이 부진한 것은 디즈니로서는 매우 아쉬운 상황일 겁니다. 


MCU가 더 이상 사람들의 ‘필람’ 시리즈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여러 요인이 꼽히는데요.  디즈니플러스 등으로 다음 페이즈의 확장을 시도하고, 디플 유입을 유도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진입장벽을 높여서 마니아들만의 시리즈가 됐다는 게 문제입니다. 최근 개봉한 마블 영화의 흥행 성적, 평가 등도 과거에 비하면 낮은 편이죠.(그나마 흥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는 로튼토마토에서 82%의 점수를 기록했고, ‘앤트맨 3’는 46%,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89%,  ‘토르: 러브 앤 썬더’는 63%) 이해가 어려운 스토리라인 자체도 문제입니다. 과거 <어벤저스> 시리즈는  '인티니티 스톤을 모아라/최강의 적 타노스' 등 스토리의 이해가 쉬웠으나, 지금은 적도 너무 많고 다양한데다가 멀티버스에 양자 세계에 너무 어렵기만 하죠.


최근 개봉한 <더 마블스>는 마블 역사상 가장 낮은 성적을 받았죠.  저는 <캡틴 마블>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좋아했는데, 이번 편은 너무 혹평 일색이라 보러 가기 꺼려지더라고요. 이런 사람이 저 만은 아니었을 듯싶습니다. 북미에서 8천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 2억 달러 가량 벌어들였으니 대작 영화로서는 정말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배우조합 파업으로 배우들의 홍보활동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그간 MCU는 33개 영화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298억 달러를 벌어들인 역대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 프랜차이즈였습니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더 악평을 받았음에도, 미국 내에서 2억 1400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 4억 76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던 것에 비하면 정말 큰 차이죠.          


                            


혹자는 디즈니 마블 시리즈의 흥행부진을 ‘과도한 PC주의’에서 찾고는 하는데요. 저는 그게 근본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서술했듯, ‘마블 레이블’ 콘텐츠의 물량공세가 이어지면서 한번 놓치면 다음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아진 데다 서사의 완성도도 떨어졌죠. (<가오갤3>가 잘된 것은 기존 시리즈 팬이라면 다른 작품을 보지 않아도 따라가기 어렵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전 어벤저스 시리즈에 비하면 새로 나온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김현수 칼럼니스트가 씨네 21에 쓴 분석이 저는 MCU의 문제의 원인을 꿰뚫고 있다고 봅니다. PC가 문제 아니라, 안일하고 납작하게 해석한 디즈니의 접근방식이 문제라는 것이죠.


“소비자를 단순 합산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한 최근의 기획과도 무관하지 않다. 여성, 성소수자, 비백인 캐릭터를 내세우는 ‘정치적 공정성’ (Political Correctness)에 집착하다가 마블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안티 페미니스트와 차별주의자들의 앵무새 같은 주장은 사실 마블이 진짜 놓치고 있는 본질을 흐리게 한다. 문제는 ‘PC’가 아니라 여성 캐릭터를 내세우면 여성 관객층을 흡수할 수 있고 동양인 배우가 나오면 중국과 한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단순 계산하는 안일함에 있다.


밥 아이거는 비용 감축, 양보다는 질 선택과 집중을 통해 MCU를 재정비하겠다고 강조했죠. 내년도에 극장 개봉하는 MCU 영화는 <데드풀 3> 가 유일합니다. 그 외의 극장 영화는 모두 미뤘어요. 앞으로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너마저도.

<겨울왕국> 제작진이 만든 디즈니 100주년 애니메이션 <위시>도 흥행에 참패했습니다. 첫 주말동안 미국 박스오피스가 3,500만달러에 그쳤죠. 한국에서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한 픽사 오리지널 <엘리멘탈>은 미국 내에서는 1억 5400만 달러로 부진했습니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최소 2억달러의 예산이 필요한데요. 그렇다면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여 5억 달러 정도는 박스오피스에서 벌어줘야 수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물론 이건 단기간에 해당하는 것이고, 멀리보자면 영화관 외에 벌어들이는 매출이 워낙 크기 때문에 영화관에서 망해도 언젠가 리쿱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1차 윈도우인 영화관에서 흥행을 해줘야 낙수효과를 보니까요.


동네북처럼 욕을 먹었던 <인어공주> 실사화도 전세계적으로 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낸 것은 준수한 성적으로 보일 정도죠.


디즈니는 일단 안정적인 전략을 취하는 모양새입니다. <주토피아2> <무파사>(라이온킹 실사화 프리퀄)<인사이드아웃2><토이스토리5><겨울왕국3> 같은 디즈니의 핵심 IP 후속작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데요. 디즈니의 숨통을 트여줄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디즈니플러스의 위기?

디즈니 플러스도 한동안 지지부진했습니다.

쭉쭉 올라가던 구독자수가 정체되더니, 올 1분기에는 떨어지기까지 했거든요. 인도의 디즈니플러스 핫스타 회원수가 8% 이상 떨어지면서 감소한 경향이 있지만 Disney+ + Hulu +ESPN 2억 3,130만 명이 넘는 스트리밍 구독자수가 2.325억 명의 넷플릭스에 추월당하기까지 했어요.


그럼에도 최근 다시 회복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최근 분기에는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자 수가 전분기 대비 700만 명이나 증가했죠.  초반 1210만 명 추가했던 때 이후로  240만 명 감소 → 400만 명 감소 흐름을 이어가다가  80만 명 증가 → 700명 증가  순으로 다시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디즈니의 내부 목표인 2024년 스트리밍 부문 흑자가 가능할 지도요? 넷플릭스가 이미 효과를 본 ‘요금 인상, 광고요금제 도입, 계정 공유 금지’와 ‘훌루 번들 요금제 강화’ 등의 영향 때문입니다. 이건 뒤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할게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MCU의 재정비, 올타임 레전드 IP의 후속작 발표 등 콘텐츠 쪽 내실을 다지는 것과 동시에 디즈니플러스 쪽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지가 디즈니의 매출에 중요한 요건이 될 수 있겠는데요. ‘코드 커팅’ 등으로 방송 매출이 점차 줄어가는 상황입니다. 밥 아이거는 Disney 소유의  ABC 네트워크 및 기타 소유 TV 방송국에서 매출 감소가 발생했고,  분기 동안 정치 광고 수익이 감소했다며, TV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리밍 시장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넷플 따라하기

이렇게 말하면 디즈니가 자존심이 상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 업계 선두주자인 넷플이 시도한 전략을 후발주자들이 모두 따라 하고 있는 상황인 건 사실입니다.


요금제 인상을 통한 가입자 당 평균 매출(ARPU) 늘리기 : 디즈니는 Disney+, Hulu 및 ESPN+의 요금제를 인상했습니다. Disney+ 프리미엄은 월 13.99달러로 3달러 인상되며, 광고가 없는 Hulu도 월 17.99달러로 3달러 인상되고, ESPN+는 월 10.99달러로 1달러 인상했습니다.

광고요금제 실시 : 디즈니는 작년 12월부터 광고요금제를 실시했습니다. 현재 신규가입자의 50%가 광고요금제 선택중인 상황이고, 최근 가입자의 200만명이 광고요금제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특히 광고 요금제의 경우, ‘더 나은 타겟팅을 제공하여 광고주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2023년 초부터 Disney+의 서비스 사용 시간이 35% 증가했으며, 출시 당시 광고 길이는 전통적인 30초여야 했지만 광고주는 15초 또는 90초 길이의 광고도 게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 11월부터 일부 지역에서 계정 공유 금지 정책 실시.

게임, 쇼핑 기능 추가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훌루 인수

훌루는 디즈니플러스의 일반 요금제에 비해, ARPU가 높은 상품입니다. 디즈니 플러스의 ARPU가 7.5 달러인 것에 비하면 훌루는 12달러가 넘죠. 훌루는 현재 미국 내에서만 유효한 플랫폼인데요(일본의 경우는 닛폰 TV가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디즈니가 훌루를 외국에 출시하지 않은 이유는 후에 지금처럼 인수할 때 가치를 높이지 않기 위해 미국 이외 지역 출시를 피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디즈니는 흩어진 OTT를 통합하여 혜택을 증가시켜서(번들 등 패키지를 통해) 구독자를 유입하고 리텐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훌루 지분을 인수하고자 합니다. 훌루의 구독자수는 지난 분기 기준으로 4800만 명가량 되니까 꽤 크죠.


디즈니는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이 보유한 훌루 지분 33%를 86억 1000만 달러(약 11조 6881억 원)에 매입하는 것으로 인수를 마무리했습니다.  Disney+와 Hulu를 단일 앱으로 통합하면 참여도가 증가하고(앱 사용 시간으로 정의됨) 구독자 이탈이 줄어들며, 더 많은 광고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내년 4월이 되면, 디즈니플러스와 훌루의 통합 버전이 출시된다고 하네요.



ESPN 매각설 

디즈니는 이번 분기부터 ESPN 매출을 따로 떼어 발표하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캐시카우로 불리는 ESPN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도 되고, 혹은 매각을 위한 초석일 수도 있습니다.


ESPN은 ABC 산하였으나 1996년 디즈니가 ABC를 인수하며 계열사에 포함됐다. 최근엔 스포츠 시청자가 온라인으로 몰리며 TV 채널의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는 탓에 최근 들어서는 꾸준히 매출과 수익이 감소 중이라 매각설도 솔솔 나오고 있고 독립 OTT로 분리한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디즈니가 "ESPN을 매각해 독립회사로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는데요. ESPN은 강한 성장성을 보이고 있지만 스포츠 중계권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변수가 존재합니다.


최근 스포츠 중계권 시장은 빅테크들의 전쟁터인데요. 애플은 10년 동안 25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사커(MLS) 전 세계 중계권 계약을 맺었습니다. 또한 매주 금요일 밤에 열리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새로운 패키지 중계를 위해 연간 8500만 달러(약 1120억 원)를 투자했죠. 아마존은 목요일 밤 NFL 중계권을 위해 연간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고요.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직접 중계권을 사지 않고, 직접 ‘골프컵’ (넷플릭스 컵)을 열어서 PPL 수익을 얻고 시청자층도 확보하고 있는데요. 꽤나 영리한 접근으로 보이죠.


2018년 출시한 ESPN+는 꾸준히 가입자가 증가하여 2,220만 명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2022년에는 800만 명이 증가하여 ESPN 가입자 하락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UFC 이벤트와 일부 MLB 생중계 및 NHL 독점 중계 등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ESPN+의 직접 지불 가격도 4.99불로 시작해서 현재 9.99불로 인상하여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ESPN+의 ARPU는 5불 이하입니다. ESPN+의 시청자들의 대부분이 디즈니+, 훌루 등 디즈니 OTT와의 번들 상품으로 유입되어 ARPU를 낮추고 있습니다.  ESPN의 감소를 ESPN+가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ESPN의 스포츠 배팅 앱 사업 진출은 위한 또 다른 시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SPN은 미국 카지노 그룹 펜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베팅 앱 ‘ESPN 벳(Bet)’을 출시했는데요. 디즈니가 도박사업에 진출했다는 소식은 스포츠 도박 진출 과정에서 일부 디즈니 임원은  "디즈니의 브랜드를 손상시킬 것"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죠. 반면 지미 피타로 ESPN 회장과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젊은 남성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항변했습니다.



결론


며칠 전엔 워너 브라더스와 파라마운트 합병설이 들려오기도 했죠. (이럴 경우 HBO 맥스와 파라마운트 플러스가 합쳐질까요?) 파라마운트플러스와 애플 TV의 번들 판매 소식도 있었고요.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둘러싸고 다양한 소식들이 들려오는 요즘입니다.


같은 구독 서비스를 1년간 유지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79% 라면, Z세대는 37%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죠. 베이비붐 세대의 54%는 가격 인상이 있을 경우 구독을 취소하지만 Z세대에서는 27%만이 이에 동의했다고 해요. 가격을 올리지 않고 유지하거나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구독 취소’를 막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점점 경쟁은 치열해지고 살아남기 어려운 시즌이 아닌가 싶어요.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저는 디즈니 걱정(?) 또한 비슷한 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밥 아이거는 “스트리밍(디플 훌루 패키지), 스포츠(ESPN), 영화 스튜디오 효율화, 테마파크 성장”을 성공의 핵심 4가지로 꼽았는데요. 그의 저서 제목처럼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한다는 것이죠. 그가 또 어떤 리더십으로 이 어려운 상황을 잘 해결할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뉴스레터 '콘텐츠 카트' 로 발행한 글입니다.

콘텐츠 카트 09

https://stib.ee/7pMA


매거진의 이전글 IP? 오리지널? - 픽사 작품을 바탕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