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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Feb 28. 2024

배두나라는 자유

경계를 넘어 순환과 충전을 거듭한 배두나는 그렇게, 그래서 자유롭다.

데뷔 25주년

그때그때 흐름에 맡기듯 현재만 보고 살아왔기 때문에 여전히 25년 전과 다를 바 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25년이나 지났다고 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잘 버텼구나. 이 정도면 칭찬 좀 해줘도 될 것 같다. 참 기특하다.(웃음)


플란다스의 개

뒤늦게 생각해 보면 <플란다스의 개>를 선택한 것이 굉장한 모험이었다. 애초에 길거리 섭외로 패션지 모델로 데뷔했다가 갑자기 인기를 얻으면서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할 기회도 생겼고, 요즘은 아이돌 스타들이나 맡는 음악방송 MC도 해봤다. 화려하게 치장된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는데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맨 얼굴로 영화에 출연할 마음을 먹은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그 선택이 나를 생각지도 못한 곳에 데려다줬고, 배우가 되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래서 지금도 안전하지 않아 보이는 길을 선택하면 얻는 게 있을 거라는 순진한 믿음이 있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걸 해보고 싶은 흥미가 늘 있다.

코리아

10년 전까지만 해도 서양 사람들이 한국을 잘 모르니까 그들 앞에서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제 <오징어 게임>이나 <기생충>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품도 있고, 유명한 K팝 스타들도 많고, 나 하나 때문에 한국에 대한 편견을 가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한국 영화나 영화인이 인정받는 걸 보면 자랑스럽다. 나랑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작품이라 해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업계가 인정받는 거니까, 동료로서 기분 좋은 일이다.


연주자와 운동선수

악기처럼 필요한 쓸모를 인정받았다면 그에 걸맞은 연기를 납품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배우라는 직업을 내가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잘 쓰여야 오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요즘은 종종 배우라는 직업이 운동선수 같다고도 생각한다. 운동선수의 고된 훈련에 비할 바는 아닐지 몰라도 배우도 계속 연마하는 직업이고, 촬영에 임할 때마다 ‘경기 시작’ 같은 순간이 오는 것 같다. 그러다 축구 선수가 골 넣는 것처럼 희열을 느끼는 순간도 온다. 이건 정말 느껴봐야 안다. 

고양이를 부탁해 그리고 다음 소희

여성 감독이 만드는 작품을 무조건 선택해야 한다는 주의는 아니지만 상업적으로 분류된 작품에서 여성 감독을 만날 기회는 확실히 드물다. 그래서 고민되는 바도 있다. 여성 감독이나 여자 배우가 중심이 된 영화가 반드시 주류를 차지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남성 감독이나 남자 배우에 비해 상업적인 티켓 파워가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상황을 만회하는 사례가 드문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한다. 독립영화계에는 훌륭한 여성 감독들이 많지 않나. 상업영화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사례가 늘었으면 좋겠다. 내 입장에서도 뭘 할 수 있을지 늘 고민이다. <고양이를 부탁해>나 <도희야>, <다음 소희>는 그만큼 의미 있는 작품이다.


패션과 밸런스

예쁜 걸 좋아할 뿐 특별히 패션을 잘 아는 건 아니다. 그런데 가까이서 접해보니까 예술의 경지처럼 다가오는 면이 있더라. 사람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건축적인 아키텍처에서 영향을 받아 적용되는 것도 있고, 그런 창작적인 면모에서 전해지는 영감이 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가끔 마음이 우울하면 예쁘게 차려입거나 꾸미면서 기분 전환을 한다. 연기할 때에는 메이크업도 하지 않고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패션 화보 촬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걸 연기로 보여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게 밸런스를 맞추며 사는 거다. 


(<VOGUE KOREA> 3월호에 쓴 커버스토리 기사를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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