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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Jun 03. 2024

수평을 찾는 모빌을 보며

솔직하게 기우는 삶도 중요하다.

한동안 모빌이 엉망이었다. 노란 구조물 두 개 정도가 구멍이 헐거워져서 제 자리에 고정되지 않고 앞뒤로 오가는 바람에 균형이 와장창. 덕분에 예뻐야 할 것이 흉물이 되니 더 꼴 보기 싫었다. 이래저래 해결책을 고안하다가 실패하니 차라리 떼 버릴까 싶었는데 최근에 가까스로 아주 작은 고무줄을 구입해 간단히 해결했다. 끙끙 앓던 이였는데 이렇게 쉽게 빼다니, 허망할 정도였다. 그래도 이제 모빌은 균형을, 나도 안정을 찾았다.


서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면서 각자의 위치를 침범하지 않고 수평의 궤도를 유지하는 모빌을 올려보고 있으면 심심하지 않다. 물론 저 수평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면도 있지만 저렇게 나란히 자기 자리에서 빙빙 돌다가 가끔씩 바람에 흔들려 균형을 잃은 듯 다시 회복하는 모양새가 마음에 든다.

종종 엉망으로 돌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게 한심하지만 삶이 늘 평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생각한다. 남은 몰라도 나는 그런 것 같다. 엉키고 흔들리고 기우는 삶을 풀고 진정하고 바로잡는 노력을 거듭하는 것이 구차하지만 적어도 그러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역시나 한심한 합리화일지언정 그렇다. 나의 한심함도 결국 내 삶의 일부분일 테니 그것을 잘 감당하고 다스리는 것 역시 이번 생에서는 중요한 과업일 것이다.


가끔 바라는 곳에 다다르거나 바라는 이를 마주하거나 바라는 바를 얻기도 하지만 대체로 헛헛한 갈망과 미흡한 갈증과 미만한 열망을 견뎌야 할 때가 대부분인 삶의 까닭을 밖에서 찾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더욱 헛헛하고 미흡하며 미만한 나를 견뎌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이제는 그런 마음을 끊으려 노력한다. 수양이 덜 된 마음이 간혹 그리로 넘어지려 하나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다소 편하다.


다만 심각하게 망가지거나 돌이킬 수 없게 어리석지는 말자고, 적어도 비겁하거나 치졸하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마음이 닿으려는 곳에 있었다면 그 마음을 속이지 말고 그 마음의 결과를 기만하지도 않고 싶다. 살아가는 데까지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가고 있는 데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데 충실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요즘은 더욱 중요한 거 같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으나 요즘은 기우는 마음을 따라 솔직하게 넘어질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게 더더욱.


영포티도 아닌 걍포티 주제에 매일 다짐이나 하고 사는 것이 역시 구차하지만 그것 말고는 이제 방도가 없다. 이 지긋지긋한 삶을 틈틈이 즐긴다고 착각하며 견딜 수 있으려면.


못 생긴 얼굴을 견디고 사는 것도 힘든데 마음만이라도 좀.

Jai guru de va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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