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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달림 Jan 22. 2021

4,410m 딩보체

사람이 연중 살고 있는 가장 높은 마을

해발 3,000m가 되면 공기 중 산소량은 평지의 68%이고 4,000m가 되면 산소량은 60%로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면 에베레스트 정상인 8,848m에는 산소량이 얼마나 될까? 그곳의 산소량은 평지의 33%에 불과하다고 한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산소통을 매고 오르기도 한다. 오늘은 딩보체까지 고도를 높이니 4,410m까지 걷는 날이다. 실은 간밤에 처음으로 고소를 경험했다. 


데보체의 아침풍경
팡보체[로 가는 아침 트레커들


데보체 3,710m에서 딩보체 4,410m까지 무려 고도를 700m 높인다. 평지에서 700m 높이라면 별것 아니지만

3,000m에서 4,000m로 올라는 700m는 몸에 느끼는 데미지는 크다. 데보체를 나설 때는 간밤에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을 은백색으로 바꾸어 놓았다. 쿰부 에베레스트 지역도 눈으로 덮이니 고산의 풍경이 좀 더 확실히 다가온다. 부지런한 아크 몰이꾼은 이른 아침부터 야크 등에 물건을 싣고 윗마을로 올라간다. 잘 닦아 놓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이제는 절로 천천히 걸어진다. 조금만 빨라 움직여도 숨이 가쁘다.


임자 콜라를 지나는 다리는 지난여름에 수해를 입어 임시로 길을 만들고 다리를 놓았다. 우기에는 비가 많이 내리는 쿰부 에베레스트다. 건너 오르막을 오르면 상당히 큰 마을인 팡보체 마을이다. 한국인으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 한 산악인 엄홍길 님이 세운 학교가 있는 마을이다. 산악마을에 가장 필요한 게 어린이들에게 배움의 장소를 마련해 주는 게 가장 큰 선물이다. 팡보체도 곰파가 있는 윗 팡보체 마을인 팡보체 테림과 롯지가 좀 더 많은 아래 팡보체 마을인 팡보체 오림으로 나뉜다. 


지난여름 수해를 입어 유실된 길을 만들고 다리를 새로 놓았다.


설산으로 둘러 쌓인 팡보체 롯지에서 차를 마시면 이야기를 나누는 서양 트레커들


아랫 팡보체에는 롯지가 많다. 이런 산속 깊은 곳에도 아이들은 재미나게 놀이를 하고 논다. 어쩌면 그들은 태어나서 자동차를 한 번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보는 세상을 이게 전부 인지도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행복한 건 아닐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본다. 티 없이 맑은 얼굴들이다. 아마다블람이 빤히 보이는 곳에서 차 한잔 하며 쉬었다 간다. 주변은 하얀 설산으로 둘러싸고 임자콜라 강이 흐르고 있다. 이런 풍경이 쿰부 에베레스트의 풍경이다.


사철 만년설을 바라보고 사는 고산 팡보체 마을 주만들과 어린이들
뒷동산에 나부끼는 타르쵸와 엄홍길 휴먼스쿨 안내 표지


팡보체는 아마다블람을 좀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마을이다. 그리고 임차콜라를 지나 아마다블람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이 뚜렷이 보인다. 팡보체를 지나면 소마레는 4,010m로 4,000m대로 올라섰다. 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은 평범한 길이지만 호흡이 많이 가빠와서 크게 복식호흡을 하면서 올랐다. 여기서는 뭐니 뭐니 해도 아마다블람이 압권이다. 두 개의 봉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한 개의 봉이다. 안나푸르나에 마차프차레가 있다면 에베레스트에는 아마다블람이 있다. 


세계 3대 미봉 중 하나인 쿰부 에베레스트의 아마다블람


세계 3대 미봉으로는 스위스의 체르마트에 있는 마터호른, 안나푸르나에 있는 마차푸차레 그리고 여기에 있는 아마다블람이다. 아마다블람은 '어머니의 진주 목걸이'라는 뜻이며 여기서 진주는 만년 얼음을 뜻한다.


점심때쯤 해서 오늘의 목적지인 딩보체에 도착했다. 아직 트레킹 시즌이 이른 탓에 롯지가 모두 문을 열고 있지 않았다. 포터가 여기저기 알아보고 문을 연 롯지를 찾아갔다. 해발 4,410m인 딩보체는 쿰부 지역에서 사람이 1년 내내 거주하는 가장 높은 마을이다. 이곳에는 농사도 짓고 야크와 염소도 키우는 마을이다.


롯지 Hotel Bright Star

로부체, 고락셉에도 사람이 살고 있으나 거주의 목적이 아닌 롯지촌이거나 계절적 용도의 마을이다. 고도를 높였더니 햇살이 비치는 양지쪽은 따뜻한데 바람은 많이 차갑게 느껴진다. 이런 고산마을에 Wi -Fi가 된다. 문명의 이기가 이곳 고산마을에도 혜택이 주어지는 딩보체이다.


딩보체는 산중에 넓은 평원으로 롯지가 많은 곳이다. 오후에는 무료한 시간을 이용하여 고소적응도 할 겸 앞에 보이는 불탑이 있는 동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마을 가운데로 빨래터에서 마을 아낙네들이 모여 빨래를 빨고 있다. 시리도록 찬물에 빨래를 빨고 있는 여인네들의 손에는 그 흔한 고무장갑 하나 없는 맨손으로 빨래를 빨고 있다. 세탁기도 없는 곳이다. 그래도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지 얼굴에는 웃음기 가득하다. 행복은 세탁기나 텔레비전이 아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물질이 아니라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맨손으로 빨래를 빨고 있는 딩보체의 여인들
농사나 목축을 하며 살고 있는 최고 높이의 마을인 딩보체

마을 뒷산인 작은 동산에 있는 불탑인 쵸르덴에는 부처님의 눈이 그려져 있어 사방을 내려 다 본다. 쵸르덴의 '쵸르'는 공양이고 '덴'은 그릇이나 저장소를 뜻하는 말이니 부처님께 바치는 공양물인 셈이다. 미얀마나 인도에서는 '파고다'라 부르고 네팔에서는 '스튜파'라 부르고 티벳에서는 '쵸르덴'이라 부르지만 다 같이 불탑을 뜻한다.

쵸르덴에 그려진 '지혜의 눈'은 흰색 돔 바로 위 사면체에 두 개의 눈이 그려져 있어 오묘하다. 그 의미는 두 개의 눈 아래에 그려진 물음표 모양은 네팔의 숫자 1을 형상화한 것으로 '진리에 도달하는 것은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하나의 방법 밖에 없다는 의미'라 한다.


그냥 작은 동산일 뿐인데 오르막을 만나면 엄청 숨이 가빠 온다. 고산에서 3,000m대와 4,000m대는 엄청난 차이다. 오후가 되니 바람마저 불어 눈바람이 옷 속을 파고 드니 춥다란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척박한 땅에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이 대단하게 보인다. 이제 어디서나 보이는 아마다블람(6,856m)이 우뚝 서있고 그 모습이 미봉은 미봉이다. 포터들이 고소에는 갈릭 수프가 좋다고 하여 마셨더니 입에서 마늘냄새가 솔솔 난다. 고소도 낮에는 느끼지 못하니 밤이 오는 게 두렵다. 편안히 잘 자야 내일도 잘 걸을 수 있다. 


마을 뒷 동산에 자리한 쵸르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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