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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달림 Jun 03. 2021

열 하룻날 여긴 교쿄리!

당락에서교쿄 가는길

당락의 아침 기온이 쌀쌀하다. 이곳은 촐라패스를 넘기 위해서 하룻밤 머무거나 반대로 촐라패스를 넘고 쉬어가는 롯지다. 오늘 일정은 교쿄를 오르기 전 네팔에 가장 긴 나고줌파 빙하를 넘고 교쿄에 도착해서 점심식사 후 교쿄리(Ri는 셀파어로 '산'을 뜻함 5,360m)를 다녀오는 일정이다. 간밤에 후배는 고소로 잠 못 이룬 밤으로 호흡이 곤란하단다. 새벽 2시경 화장실을 다녀오고 계속 엎드려서 아침을 맞이 하였다. 


그러지  않아도 고산에서 잠을 설치기 쉬운데 문 여닫는 소리, 스리퍼 끄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 등으로 잠을 설치게 된다. 고소는 딱히 특효약이 없다. 스스로 몸이 극복하던지 아니면 고도를 낮추는 방법 외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6시 30분에 일어났는데 5시 30분부터 촐라패스를 넘는 분들의 출발 준비로 소란스러웠다.

당락의 롯지촌(좌) 롯지촌을 흐르는 물길(우) 여기에 맨손으로 빨래를 빤다.


쿄교 가는 길(Way to Gokyo)


일정이 여유로워서 천천히 아침식사를 하고 교쿄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응달에는 눈이 그대로 있고 평지를 걷다가 나고줌파 빙하에 도착했다. 빙하의 폭은 직선거리로 1.5km로 위쪽에서 밀려오는 빙하의 압력에 의해 빙하 위의 지형은 늘 변하고 빙하 위는 난빙지대를 방불케 할 만큼 지형이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제멋대로다. 그렇지만 빙하 위에도 길은 있어 지형에 따라 오름 내림이 심하고 얼음이 녹아 호수도 있고 사막지대도 있는 특이한 지형이다. 얼음의 녹고 어는 것에 따라 수시로 지형이 변하며 빙하 위라는 특성으로 다음에 다시 온다면 그 길이 달라질 것이다. 


나고줌파 빙하지대를 오고가는 트레커들(좌) 빙하지대를 오고가는 트레커들(우)


나고줌파 빙하지대를 힘겹게 올라오는 우리 포터(좌)와 나고줌파빙하 지대(우)
나고줌파 빙하지대 폭이 1.5km나 되는 거대 빙하지대


지루한 나고줌파 빙하지대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교쿄 롯지 촌이 한눈에 보인다. 교쿄 나마스테 롯지에서 짐을 풀고 아침은 입맛이 없어 간편히 먹었더니 시장하여 든든히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1시 30분에 쿄교를 출발하여 꽁꽁 언 Dudh Pokhari 호수를 지나서 교쿄리를 향하여 올랐다. 포터는 한 명만  따라 나왔고 어제 촐라체를 넘을 때 만난 한국인이 교쿄리를 1시간에 올라 보라고 한 말이 생각나서 고소에 대한 부담도 없고 체력도 그럭저럭 견딜만해 도전해 보기로 했다. 


빙하지대를 끝내면 바로 앞에 펼쳐지는 교쿄 롯지촌(좌) 우리가 묵은 교쿄 나마스테  왼쪽 2층 끝방(전망이 좋음)


징검다리가 끝나고 호수 끝에서 사진을 찍고 정상에서 사진 찍는 시간을 카메라 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하고 산을 올랐다.  멀리서 보면 그리 급하지 않는 것 같아도 막상 올라 보면 된비알이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오르는데 목에 메고 오르는 카메라가 2.3kg이니 이것이 여간 거추장스럽지 않다. 그래도 다시 못 볼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야 되지 않는가.  중턱부터는  안개가 끼이기 시작하는데 역시 히말라야의 날씨는 오후는 믿지 못할 날씨다. 


Dudh Pokhari호수 끝 교쿄리 시작점(좌), 교쿄리 정상 도착 확인(내가 사용중인 스틱)


숨이 턱에 까지 차도록 헐떡거리며 기쁜 숨을 몰아 쉬며 쉬지 않고 정상에 오르니 1시간에 5분이 경과되어 1시간 이내는 실패를 하였다. 하지만 고산을 그렇게 가뿐 숨을 몰아 쉬며 오를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하였다. 오후 시간에 아무도 없어 혼자 사방을 둘러보면서 풍경을 사진에 담고 기다렸지만 30분이 지나도 후배는 올라오지 않아 등정사진은 혼자 셀카로 찍었다. 정상은 바람도 불고 기온도 떨어지고 점점 안개는 짙어져 먼저 하산을 하기로 했다. 


늘 정상에는 타르쵸가 걸려있어 정상임을 확인,  그들에게 정상은 신성한 곳.
쿄쿄리에서 둘러본 정상 주변 동영상
주변 고산 풍경, 구름이 지나가면 가끔 이렇게 맨 낯을 보여주기도 함.


한참을 내려오니 이제야 후배와 포터가 안갯속에 올라온다. 여기서라도 사진을 남겨야 할 것 같아  몇 장의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고 포터와 잘 다녀오라고 전하고 서둘러 안갯속으로 하산을 하였다. 중턱을 넘어 내려오자 그제야 안개에 벗어 난다. 히말라야의 오후는 안개가 끼는 날이 많다.


그들을 하산길에 만나 기록 사진을 남김
코쿄 정상을 향해 오르는 후배와 포터


하산길에 교쿄를 카메라에 담고 Dudh Pokhari 호수도 담아 보았다. 여기는 완전 겨울 속의 설경이다. 호수에서 물을 길어 오는 현지인과 야크 무리가 눈 속에 살아간다. 꽁꽁 언 동토의 땅에 오직 롯지만이 사람 냄새가 난다. 교쿄는 많은 트레커들이 남체에서 올라오는 코스로 일부는 촐라패스를 넘고  많은 트레커들이 교코리까지만 오르고 내려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그간 통신이 되지 않던 교쿄는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이다. 그간 갑갑했던 세상 소식과 나의 소식을 전해 본다.


Dudh Pokhari 호수의 가장자리는 얼지 않음(좌), 이곳에 짐을 나르는 야크들(우)
Dudh Pokhari 호수에서 물을 길러 오는 현지인들


딩보체 이후 처음 접하는 문명의 세계와 소통이다. 이제 오름은 끝났다.  내일부터는 내림이다. 아쉬움에 내일은 일찍 일어나 교쿄리를 다시 한번 올라 볼 생각이다. 오늘은 오후라 안개가 끼여 조망이 좋지 않았고 교쿄리의 일출이 장관이라 하니 일찍 올라 고산에서 뜨는 일출을 한번 만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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