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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wole Oct 17. 2021

1920년대생이 모는 차 타보셨나요?

오키나와에서

오키나와의 바다


몇 년 전, 가족 여행으로 일본 오키나와에 간 적이 있다. 햇빛이 강하고, 무더운 섬이었다. 오키나와에서 우리는 주로 렌터카를 타고 이동했는데, 그날 저녁은 모두 반주를 즐겼던 탓에 택시를 이용해야 했다. 호텔에서 시내로 나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곧 장난감처럼 생긴 네모난 작은 택시가 왔고, 우리 네 가족은 택시 안에 구겨지듯 들어가 앉았다. 택시 기사는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친절했고, 부드럽게 차를 운전했다.


좁은 택시에서 눈에 띈 것은 조수석 뒤에 붙어있는 택시 운전사 아저씨의 택시 자격증이었다. 일본어를 잘 모르지만 왼쪽에 사진이 있고 오른쪽에 숫자와 한자로 년, 월, 일이 붙어있는 걸 보면 생일인 게 분명했다. 놀라운 건 할아버지가 1920년대생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기준으로도 90세를 넘은 할아버지였다. 딱 보기에도 연세가 지긋해 보였지만, 그 정도로 고령인지는 몰랐다. 그런 할아버지가 아직도 택시 운전사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 고령의 할아버지가 아직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 감탄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반납 운동이 활발하다. 고령이 될수록 순발력이 떨어지거나 반응 속도가 느려져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령별 교통사고 추이를 보면 사실 고령보다는 2-30대의 젊은 층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그렇지만 아무도 이삼십대 운전자를 줄이자고는 하지 않는다. 


순발력이나, 반응 속도 같은 부분은 개인 차가 큰 부분이다. 운전에 있어서 부주의함 역시 마찬가지다. 면허 반납만이 유일한 정답인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고령 운동자들의 생계나 이동권을 제약하게 될까 걱정스럽다. 우리 사회는 고령사회에서 노인들과 공생하려 하지 않으니까. 배려 없이 사라지는 은행이나, 키오스크로 대체된 식당이 그렇듯, 거리에서 노인들을 지우려고 하는 경향을 보면, 내 걱정이 기우는 아닐 것이다.


90대 할아버지의 택시에서 내가 느낀 것은 생명이 위협당한다는 공포가 아니었다. 고령 운전자의 택시를 탔다고 해서 사고가 날 것 같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할아버지는 별로 빠르진 않지만,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기 때문이다. 고령 운전자의 택시 자진반납은 일본에서 앞서 시작됐다. 그러나 단순 면허 반납을 종용하는 대신, 고령자에게 위험이 덜한 2인용 초소형차를 대여해주기도 하고, 스펀지와 천을 뼈대로 만든 자동차를 시험적으로 디자인하기도 했다. 도로에서 고령 운전자를 지우는데 몰입하는 대신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2019년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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