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지태
오늘 기억을 더듬어 만나볼 배우는 편안한 인상이 매력적인 유지태.
8년 전, 직접 연출한 영화 <마이라띠마>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단정한 자태 위로 고고한 인품이 넘쳐흐르는 사람이었다. 시시껄렁한 농담이 아니라 부드러운 분위기를 위해 꼭 필요한 위트, 진부하지 않고 명확한 직업정신, 경계심이 아닌 신뢰감을 느끼게 하는 진중함 등 그를 이루는 요소들은 무엇 하나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고 적정했다.
마당 한가운데 적당히 담긴 연못이 집의 습도와 채광을 알맞게 조절해주듯 그의 내면에는 성품을 온유하게 유지해주는 마음의 중정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도 했다. 무엇에 관해서든 중도를 지키며 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실감하며, 8년 전에 블로그에 남겼던 인터뷰 뒷이야기와 인상적이었던 답변들을 옮긴다.
영화 <마이라띠마> 연출을 맡은 유지태 '감독'과 약 50분동안 대화를 나누며 가장 마음을 끌었던 점은 진솔함이었다. 사람 좋다, 여유 있다, 유머러스하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호감을 북돋웠지만 과장이나 숨김 없이 성심성의껏 대답해주는 모습이 그에 대한 이미지를 훌륭하게 완성시켰다. 사실, 작품 얘기 외에 일상을 나누는 얘기는 무척 꺼리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정 반대였다. 질문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관념, 일상, 일화 등을 들려주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감독이든 배우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전 그냥 유지태일 뿐이에요. 이 시대에는 자신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해졌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저예산 영화라 하면 흑백에, 로퀄리티인 것으로 인식돼 있어요. 하지만 아니거든요. 감독의 열정만 있다면 충분히 영화 퀄리티가 달라질 수 있는 시대가 왔어요. 난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사람 위주에요. 스태프 중에도 보면 까칠한 사람이 있죠. 하지만 전 오히려 그런 사람들에게 신뢰가 가요. 알고 보면 더 진국일 수가 있거든요. 물론 본질적으로 정말 까칠한 사람도 있죠(웃음). 상대방의 배려를 권리라 생각하며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요."
"저는 소위 말해서, 똥줄이 타요. 정말 원하는 것이 생기면요. '아, 저게 진리야. 바로 이거야' 하며 똥줄이 타요(웃음). 이건 진짜에요."
"저는 좋은 영화를 보면 3일이 행복하고 배우로 출연을 하면 2년이 행복해요. 이번처럼 좋은 작품을 만들게 되면 5년이 행복하고요."
"제 아내는 클래식을 좋아해요. 하지만 어디가서 클래식을 좋아한다 하지 않고 경음악이나, 피아노 연주곡을 좋아한다 말해요. '클래식'이란 단어로 인해 사람들이 편견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참 현명한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