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같아서는 여행 중에 매일매일 당신에게 편지를 쓸거라 생각했었죠. 후훗. 정말 마음과는 달리 매일매일 뭐가 그리 바쁜지 드문드문 연락하더니 벌써 귀국날이네요. 호텔이나 다른 에어비앤비의 경우엔 이미 체크아웃을 해야 할 시간이지만 이번 숙소의 주인장이 비행시간에 맞춰 나가도 된다 하여 모처럼 여유를 부려보는 오전입니다. 항상 떠나는 날 아침은 바빴어요. 말도 안 통하는 타국에서 실수라도 하면 골치 아파지니 되도록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짐을 싸고 다시 한 번 더 체크를 하고, 그러다 체크아웃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숙소에서 나오죠. 그리고는 공항까지 가는 남은 시간을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돌아다녀야 했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으니 좋네요. 하지만 떠나는 아쉬움과 돌아간다는 설렘이 뒤섞인 마음, 그러니까 마냥 아쉽기만 하거나 마냥 좋기만 한 게 아닌 여러 감정들 사이에서 차분히 여행을 돌아봅니다. 마음 같아서는 또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그동안 써놓은 기록들을 수정 보완하려 했던 일이었어요. 생업에 집중하다 보니 번번이 못하고 있던 일이죠.
이번 여행에서 꼭 하리라 마음 먹었는데.. 정말 마음만 앞섰나 봐요. 이제 돌아가서 해야 할 것 같아요. 욕심만 가득해 마음으로는 이것저것 다 할 것처럼 대단한 포부를 펼치고 온 여행이었지만 한 달 동안 그냥 잘 쉬고 잘 놀고 아무 생각 없이, 마음에 두었던 욕심도 잊은 채 건강하게 비엔나를 즐겼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구석구석 비엔나의 숨은 명소를
찾은 것도 좋았고, 오토 바그너 투어, 바르셀로나로의 신년 여행, 빈뮤지엄 연간회원권이 허락된 모든 박물관 미술관 기념관 순례, 비엔나의 음악회들.. 참 좋았네요. 어쩌면 저는 출발 이전부터 이러려고 비엔나에 왔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