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는 이유로 그만두면서...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해
자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서툴며,
무엇을 할 때 가장 기쁘고,
어떤 것들이 나를 슬프게 하는가,
내가 갖고 싶은 행복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띄고 있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망은 얼마나 하잘 것 없이 크기만 한가...
아직,
그 자문의 끝에 다다라진 않았지만,
평생 그 길의 끝을 볼 수는 없겠지만,
이런 질문에
서툴게나마 답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요즘은 정말 값진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쓰고 있어요.
요즘.
한국에 있을 때 어느 유명 순수문학 작가님 밑에서
작문과 윤문을 배우고
글을 읽고 섭취하는 좋은 습관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음에도
이건... 참... 나 원 참....
여전히 글 위를
걷고 달리고
넘어지는 시간들이 벅차기만 합니다.
공대 출신에
공학 전문기업을 다니고
철저하게 엔지니어링 스펙을 쌓던 제가
처음 썼던 글을 지금 보고 있자면...
두 손발이 모두 오그라들고
얼굴이 시뻘게지는
해리가 일어나곤 하네요.
나는 작가인가?
라는 자문에 흔쾌히
넵넵
하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