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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바인스 Oct 14. 2020

Hey Michelle,

Don't do that. Michelle.

밤이 되니,
주위는 온통 암흑의 시간으로 채워졌고, 예상치 못함 긴장감이 차 안팎으로 다가왔다. 혹시 모를 야생동물의 갑작스런 출현을 주의해야 했고, 맞은 편 혹은 백미러에서 자동차 불빛이 우리를 따라붙을 기세로 달려올 땐 더욱 바짝 긴장을 해야했다.
그래봐야 지금껏 내가 본 자동차는 장거리 운행 중인 트레일러 몇 대가 고작이었지만.

그런데.

미쉘이 아까부터 아무런 말도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그저 앉아만 있다. 그러고보면 차 안의 긴장감에 비하면 밖의 그것은 대수롭지 않은 것에 가까웠다. 끝내 동행을 사양하고 혼자 떠나오지 않었던 것이 후회가 될 지경이었다. 이런 건 너무 불편하다.

- 너 왜 그래?
- 뭐? 내가 뭐?

날이 선 목소리였다. 미쉘은 뭔가 불만이 가득한 상태이다.

- 그냥 말해 뜸들이지말고. 불안해.

잠시 멈칫거리던 미쉘이 이내 말문을 연다.
넌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잘 알지? 라는 뜬금없는 말로 이야기룰 시작한다. 글쎄, 잘 안다고 해야 하는거야? 라고 되묻는다.


자문에 대한 답을 쉽게 내놓지 못한다. 아니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본다면 딱히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쪽에 가깝다. 그간 보통사람들이 겪지 않을 힘든 삶을 살았고 두 아들들이 건강하고 훌륭하게 잘 자라주었다는 정도.
그리고 본인도 이젠 소형 전세기 항공사의 캐이터링 서비스 담당 책임자라는 근사한 직장인이 되어 적어도 예전처럼 안드레아 누나의 델리에서 빵을 얻어다 아이들에게 먹이지 않아도 된다는 정도.
내가 미쉘에 대해 아는 건 딱 그 정도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 난 네가 날 좀 더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 이해를 하면? 그 다음엔?

질문이 어리석었다. 미쉘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의 시간들을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위로라는 걸 하고 싶을지도... 바람난 배우자, 이혼 그리고 상실과 부재의 시간들을 견뎌내지 못한 채 스스로 자신의 삶울 마감하려했던 시간들.
미쉘은 이런 이유로 나와 동색의 삶을 겪고 있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같은 색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은 같은 색이라는 이유만으로 습관처람 보듬으려 할테니까.

연민이라고 해야하나...

- 넌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무심하고 어설퍼. 그걸 다 겪으면서 내 생각은 안났어? 아... 미쉘도 예전에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했을 법도 한대 말이지.
- 안그래?

다 알고 있다는 저 표정.
어머니에게 미쉘이 생각보다 많은 얘길 들은 것 같았다. 괜히 울컥거리는 마음을 다 잡기기 위해 핸들을 양손으로 더욱 단단히 움켜잡아야 했고, 전방을 직시해야만 했다.

미쉘은 묘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 한 없이 깊은 생각과 신중한 언행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의지하고 신뢰하게끔 하는가 하면, 때로는 직설적이고 도발적이다. 타인의 상처를 찌르고 도려내는 재주가 그런 감성에 기인한다. 지금의 미쉘은 어떤 감성으로 나에게 말문을 열고 있는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만일 후자라면 난 위험해진다. 늘 그랬듯이 난 미쉘이 파고드는 날카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이었다.

- 얘기 안한건 사실이지만 굳이 너한테 사과하고 싶진 않네. 너도 어머니한테 그런 얘기까지 묻는다는 건 좀 과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이 내가 미쉘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과격한 표현의 짜증이었다.
미쉘이 나를 다시 뚫어지게 바라본다.
나는 여전히 전방직시.

- 그냥 페어팩스로 와. 여기서 같이 있자.

아까 얘기했던 직설이고, 도발적인... 감성.

- 아, 같이 있자는 말에 당황할건 없어. 예전 네가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나랑 안드레아 언니가 널 보살피면 되지.

자신이 뭔가 결정을 내렸고, 넌 그냥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익숙한 결론.
네, 혹은 아니오로 답하시요.
이런 식.

담배를 피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불빛 하나없는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는 미쉘이 건네준 담배를 들고 내린다.
헤드라이트는 켜놓고, 시동은 걸어둔 채.

늦가을의 밤.
바람이 제법 차고 강렬하다. 이런 날씨에 피우는 담배일 수록 더욱 깊은 들숨이 필요하다.

험께 내린 미쉘이 자동차 보닛 앞의 따뜻한 온기에 기대에 멀리 밤하늘의 어스름한 불빛을 바라본다.
셀레그먼 카운티의 불빛이다.
그 불빛을 찾아가서 루트66이라는 지금은 사라진 미 대륙횡단 도로의 끄트머리에서 6번 고속도로를 갈아타는 게 중요하다. 잘못 들어서선 안된다.

미쉘이 춥다는 핑계를 대며 곁으로 와, 팔짱을 파고든다.

- 돌아가야지. 산이도 있고, 부모님도 있고... 그리고 또...

나의 대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그저 미소만 짓는 미쉘.
그녀가 향한 시선을 직선으로 따라가 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뿐이다.

말문이 막힌다. 스스로 생각해도 돌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아니 그곳이 어디든 내가 머무르지 못할 이유 역시 없다.

난 그저 지금의 여정에서
무언가를 더하고,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지 않을 뿐.

온 마음으로 지나온 길에 버렸던 상념들이
2016년식 포드 픽업트럭보다 빠른 속도로 나를 따라잡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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