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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 함께 행복해질 '모두가 이동할지도'

카카오같이가치 모두의행동 with 협동조합 무의 홍윤희 이사장

장벽을 허무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중에서도
‘마음의 배리어 프리’가 필요합니다. 열린 마음이죠.
특별한 사람만 휠체어를 밀거나 도울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마음의 배리어 프리’가 있으면 정보나 인프라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이동의 자유가 생길 수 있어요. 

협동조합 무의는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편의 및 접근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배포하며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홍이사장은 지난 장애인의 날을 맞아 펠로우로서 카카오 같이가치·카카오맵과 함께 이동약자를 위한 ‘모두가이동할지도’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장소를 촬영해 인증샷을 올리는 행동 참여 프로젝트였다. 

무의, 홍윤희 이사장, 그리고 카카오는 뜻과 결을 함께한다. ‘모두의 당연한 일상’을 지향점으로, 다양한 가치에 공감한 사람들이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이게 하는 활동을 벌인다.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 접근성 개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딸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함께 지하철을 이용하며 휠체어로는 갈아타기 쉽지 않고, 환승 정보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 내용을 2015년 카카오 스토리펀딩에 올렸고, 유튜브 ‘지민이의 그곳에 쉽게 가고 싶다’ 비디오에도 담았죠. 휠체어가 쉽게 다닐 수 있는 길은 모두에게 편한 길이라는 것을 알려야 했어요. 그 후 여러 과정을 거쳐 ‘주민들이 참여해 필요한 지도를 만든다’는 개념의 커뮤니티 매핑을 적용해 시민 200여 명이 참여한 무의의 대표 프로젝트인 ‘서울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카카오임팩트 펠로우1기로 활동하셨죠. 어떤 지원을 받으셨나요? 

먼저 활동비를 월 200만 원씩 지원받았습니다. 사용처 제한도 없었고 증빙도 필요 없었어요. 여기에는 ‘우리는 당신의 활동을 존중하며 가치 있는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뜻이 담겨 있었습니다. 물질보 다 큰 믿음이 느껴졌고, 활동가로서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었어요. 다양한 분야의 사회혁신가들이 연결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빼놓을 수 없죠. 또 카카오 공동체와 연계해 변화를 이끄는 활동을 전개한 것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펠로우십 활동이 외부로 향할 뿐만 아니라 카카오 내부로도 스며든다는 느낌이었어요. 


변화를 이끄는 활동 중 하나가 카카오같이가치에서 진행한 ‘모두가 이동할지도’ 프로젝트죠.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식당·카페·편의점·약국·공연장·미술관 등의 장소와 경사로를 촬영해 인증샷을 올리는 프로젝트였어요.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맵에 ‘이동약자접근’ 장소가 표기되죠. 하나의 프로젝트만으로 모든 게 완성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아이디어를 내고 요청하면서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어요. 


2020년 7월부터 카카오맵 내 지하철 노선도에도 ‘교통약자정보’가 탑재됐어요.

행정안전부에서 ‘서울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에 관심을 보였어요. 그런데 굳이 앱을 별도로 만드는 것보다 카카오맵처럼 대형 지도 플랫폼에 탑재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휠체어 이동 정보가 교통약자만 을 위한 별다른 앱이 아닌 국민 모두 쓰는 앱에서 공공 데이터로 활용된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죠. 카카오맵도 그 의도에 호응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침 국토교통부 철도산업정보센터에서 구축한 전국 도시철도 환승 정보가 잠들어 있었고요. 한편, 교통 약자 지도는 넓게 보면 시장성도 충분히 있어요. 전체 인구 중 교통약자 비중이 약 30%예요. 거기에 외국인 휠체어 관광객 등 새로운 수요도 생길 수 있어요. 그들의 보호자, 가족까지 생각하면 상당수가 활용하게 되는 거죠. 



‘모두가이동할지도’를 진행하며 인상 깊은 경험도 있으신가요? 

평소 무의의 활동이 서울 위주여서 지방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모두가이동할지도’는 카카오맵 베이스여서 전국 단위 프로젝트였거든요. 부산에 계신 분에게 “열심히 참여하면서 이곳저곳 찾아다니는 재미에 빠졌고, 더 활발하게 외출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최근 35년 만에 중학교 동창회에도 다녀왔다”는 메시지를 받고 참 뿌듯했어요. 


데이터 수집 이상의 기분 좋은 수확이네요.
제가 품고 있는 미션 중 하나죠. 2015년 막 활동을 시작할 무렵, 도쿄올림픽 유니버셜 디자인에도 참여한 일본 츠쿠바대 이승희 교수님이 “힘들더라도 딸과 함께 자꾸 나가라”는 메일을 보내셨어요. “학생들에게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과제를 내면 주변에서 장애인을 보지 못해 잘 모르겠다고 한다”며 “나가서 도움을 받으면 그분들도 도와주는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인식도 조금씩 변할 것”이라고 조언하셨죠.

장애는 다양성 인식과 존중으로 가는 첫 관문이에요. 장애인들이 계속 밖으로 나와야 해요. 그런데 나오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있어야 하고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법적 근거를 위해 활동가들이 싸우는 것이죠. 법과 제도, 인프라, 인식, 정보 등 4가지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야 해요. 


2019년 ‘휠체어 탄 라이언’ 챌린지 캠페인도 전개했어요.
앞서 말한 4가지 모두 어렵지만, 특히 사람들 인식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휠체어 탄 레고’처럼 상징적인 것이 필요했는데, 우리나라에선 라이언만 큼 파급력이 큰 캐릭터가 없었어요. #휠체어탄라이언챌린지 해시태그 캠페인을 펼쳤고, 나중엔 손그림도 꽤 올라왔죠. 이후 서울시 공식 마스코트 해치, 대구시 공식 마스코트 도달쑤가 휠체어를 탄 이모티콘이 등장했어요. 카카오에서도 수어(手語) 이모티콘을 만들었죠. 모두 일상에서 다양성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베이코리아에서 CSR 업무를 오랜 기간 하셨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입장도 잘 이해하고 있어요.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도 하고, 특히 여러 CSR 이슈 중에서도 장애는 다루기 까다로운 편이죠. 장애 감수성 없이 시혜적인 태도로 접근하면 기술이나 서비스만 보여요. 리스크 때문에 아예 건드리지 않는 기업들도 많죠. 그런데 분명 공익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활동인데 공공자원의 투입이 어려울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카카오임팩트를 비롯한 카카오 공동체가 펼치는 여러 활동이 참 감사합니다. 


모두의 행동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을까요?
장벽을 허무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중에서도 ‘마음의 배리어 프리’가 필요합니다. 열린 마음이죠. 특별한 사람만 휠체어를 밀거나 도울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장애인 지원센터, 장애인 콜택시 등의 역할로만 치부하죠. ‘마음의 배리어 프리’가 있으면 정보나 인프라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이동의 자유가 생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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