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카카오벤처스와 함께 인지장애 치료의 미래를 열어가다

카카오벤처스 with 이모코그 노유헌 대표

카카오벤처스 파트너사들 간의 모임이 자주 있어요. 
함께하는 파트너들과의 시너지가 정말 커요. 


이모코그 노유헌 대표


이모코그는 카카오벤처스 디지털 헬스케어 패밀리 기업 21개 가운데 1호 기업이다. 노유헌 중앙대 의대 해부학 교수, 이준영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윤정혜 차의과학대 상담심리학 교수가 합심해 2021년에 설립한 이모코그는 카카오벤처스에서 초기 투자를 유치하고 인지장애와 치매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 3년간 치매의 선별에서 진단, 치료까지 퇴행성 질환 초기 단계에 있는 경도 인지장애 환자가 스스로의 여정을 잘 헤쳐갈 수 있도록 케어하는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는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이 되기 위해, 그간의 수많은 도전들에 대해 노유헌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치매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의학 교수들이 힘을 합쳤어요. 창업의 계기가 있었나요? 

이준영, 윤정혜 교수님과 저는 연구 동료로, 10년 전부터 치매 환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제품과 약물 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왔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인지장애 환자들의 병원 방문이 줄어들자, 현장에서 환자를 보던 이준영 교수가 ‘병원에서는 이분들에게 해줄 게 없다’며 상당히 안타까워했지요. 치매는 초기 단계에서 제대로 관리만 해도 발전을 지연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연구한 검증된 치료법을 활용해 환자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치료 서비스를 만들기로 힘을 모았습니다. 


병원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치매 환자분들이 있겠네요. 그렇다면 집에서 하는 치료 방법이 정말 효과적일 수 있을까요?
이모코그는 단순히 특정 분야의 인지 능력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기억을 형성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을 활용해요. 이걸 ‘인지중재치료’라고 부르죠. 어떠한 방식으로 연상할 수 있는지, 기억이 자리잡을 수 있는지 훈련을 통해 학습시키는 것이에요. 젊었을 때는 기억하는 행위가 자연스럽잖아요. 하지만 퇴행성 인지장애 환자들은 ‘기억하는’ 행위를 처음부터 새롭게 배워야 합니다. 꼭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이러한 훈련을 하다 보면 차츰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어 치매로 발전되는 것을 늦출 수 있어요. 


카카오벤처스 디지털 헬스케어의 1호 투자를 받았는데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먼저 현재까지 치매는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어요. 만약 치료제가 나오더라도 병리학적 원인을 제거할 뿐이라서 일상에서 꾸준히 인지재활을 위한 훈련이 필요하죠. 치료제와 서로 경쟁하지 않으며 시너지를 낸다는 점이 카카오벤처스와 우리가 함께 본 시장의 기회였어요. 두 번째로는 카카오벤처스 헬스케어팀 역시 단순히 디지털로 행동을 유발하는 방식으로는 치매 치료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고 해요. 하지만 ‘인지중재치료’를 기반으로 우리가 제안하는 인지 훈련 방법의 가능성을 높게 샀지요. 


카카오벤처스에서 초기 투자를 받으면서 이모코그의 방향성이 변화했나요?
우리는 처음부터 기억 훈련을 통한 치료제 외에도 인지 검사 등을 통해 치매의 전 주기의 과정을 우리의 디지털 기기들로 관리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방향을 정했어요. 이러한 청사진을 투자 유치 이후 더욱 구체화할수 있었지요. 그 결과 현재는 경도인지장애 디지털 선별 도구인 ‘기억콕콕’은 출시를 앞두고 있고, 혈액 기반 치매 진단 기기 ‘코그체크’는 임상 준비를 마쳤어요. 개별 맞춤형 경도인지장애 개선 치료제인 ‘코그테라’는 유럽 연합(EU)에서 의료기기 CE 인증(마크)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정식 승인을 앞두고 있고요. 


이모코그의 디지털 치료기기를 통해 전 주기의 치매를 관리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디지털 생태계를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치매가 되기 전 단계에서는 스스로 자신을 충분히 챙길 수 있어요. 문제는 병원에 가는 일이 굉장히 괴롭다는 거예요. 검사를 하고 며칠 후에 다시 가서 진단을 받고, 다시 예약하고 정밀 검사를 하는 등 단계가 너무 많기에 심리적 장벽이 높지요.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몇 개월씩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요. 이 모든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간단한 자가 테스트, 그리고 치매의 유형을 분류해주는 검사까지 집에서 미리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또한 인지 기능 저하의 원인도 파악할 수 있는 혈액 검사도 있고요. 이러한 검사 결과는 의사가 환자를 더욱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죠. 이렇게 진단이 나오면 의사가 디지털 치료제인 코그테라를 월 단위로 처방해줘요. 환자는 다시 집에 돌아가 주기별로 혼자서 훈련을 하고 그 결과들을 병원에 전달되도록 합니다. 의사는 장기적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환자의 개선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이러한 검사 및 치료 서비스를 디지털화하는 데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고령의 환자들이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제일 중요했어요. 그래서 따로 앱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링크나 QR 코드를 통해 바로 검사를 시작하도록 했어요. 또한 버튼과 같이 자극이 될 수 있는 비주얼 요소들을 최대한 삭제하고, 모든 과정은 음성을 지원해 서로 대화하듯 사용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코그테라를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에게 제공해 사용성을 테스트했는데, 1년 6개월 동안 사용자들의 순응도가 90%를 넘었어요. 매일 하루에 두 번씩 하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서비스의 시장성은 확실해졌네요. 그렇다면 이모코그의 제품들을 의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카카오벤처스와 의논한 전략이 있을까요? 

가급적이면 신속하게,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을 낮게 출시하자고 결정했어요. 이를 위해 최대한 많은 국가에서 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급여 인정을 받아 출시하려는 노력을 했어요. 현재 독일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 급여 시스템인 디가(DIGA)를 얻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독일에 지사를 세웠고, 코그테라는 유럽에서 의료기기 CE마크를 받았지요?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일본, 그리고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어요. 미국 시장은 현재 임상 진행을 위한 FDA 확인 중인데, 카카오벤처스의 김치원 부대표가 기술적인 도움을 많이 주고 있어요. ‘미국 의료 시스템과 지불 제도’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관련 리포트를 꾸준히 보내주시죠. 이러한 기술적 자문이 큰 힘이 됩니다. 


피투자자로서 카카오벤처스에게 받은 가장 큰 도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카카오벤처스 패밀리(피투자사) 간의 모임이 자주 있어요. 다른 분야의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자문이나 인력을 구하는 등 함께하는 패밀리들과의 시너지가 정말 커요. 또한 다양한 미디어들과도 교류할 수 있는 한 브라운백 미팅이 있어서 각 회사들의 강점과 경쟁력, 계획을 외부에 알릴 수 있어요. 이모코그는 2022년 디지털 헬스케어 패밀리를 위한 브라운백 미팅에 참여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덕분에 이모코그는 3년만에 많은 성장을 해왔어요. 요즘 고민은 무엇인가요? 

역시 매출이지요.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려면 저희의 생태계가 잘 작동한다는 것을 국내에서 우선 보여줘야 하지만, 이를 시행할 수 있기까지 필요한 기간이 있으니까요. 그 기간을 스스로 버티고 자생을 하려면 자체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키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초 ‘해피마인드’를 자회사로 편입했어요. 해피마인드는 국내 1,700여 개 병원에서 소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주의집중력검사(CAT) 검사 및 학습장애(난산증 또는 난독증 등) 검사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인데, 이모코그와 함께하며 대상을 성인으로까지 확대하며 디지털 치료 기기를 출시할 예정이에요. ADHD가 많이 알려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리적 현상으로 수용하게 됐듯, 난독증이나 난산증과 같은 학습장애 역시 삶을 살아가는 데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치료 단계가 필요하다는 걸 인식시키고 싶어요. 


이모코그의 앞으로의 목표가 있을까요?
의료 현장에서 좀 더 쉽고 행복하게 진료를 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행복과 건강에 기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AI나 첨단 기술을 활용해 의료를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첫 번째 대상은 치매 환자와 그들의 가족이었고, 두 번째는 아이들이지요. 습관이나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치료까지 확대할 예정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니어랩을 통해 가족의 성장과 행복을 배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