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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Sep 07. 2020

코로나 이전에도 있었던 언택트 면접

스페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기 # 26 언택트 면접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단어 중 하나가 아마 언택트일 것이다. 언택트 마케팅, 언택트 소비, 언택트 교육 등 수도 없이 많은 단어 앞에 언택트가 붙기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언택트가 유행하면서 이직과 취업에서도 언택트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바로 언택트 면접이 그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코로나가 퍼지기 한참 전인 2013년에 이미 언택트 면접(화상 면접)을 접한 언택트 면접 유경험자이다.


스카이프로 면접을 본다고?


내 첫 언택트 면접은 스페인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 봤던 인턴 면접이었다. 대학원 졸업 학점에 실습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어서 한 학기 동안 꼭 실습 즉 전공과 관련된 인턴을 해야만 했었다. 그 실습을 위해서 다양한 회사의 면접을 봤었는데 그중에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던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회사도 있었고, 좀 외곽에 위치한 회사도 있었고,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약 800킬로나 떨어져 있는 마드리드에 있는 회사도 있었다.


마드리드에 있는 회사에 이력서를 보내고 얼마 되지 않아서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마드리드 여행 겸 면접 겸해서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까지 왔었다. 첫 면접은 현직자와의 미팅이었다. 그 미팅을 끝낼 때쯤 담당자가 한 말이 그 당시 나에게는 꽤 충격이었다. 솔직히 나는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연락 안 할 예정으로 화상 면접을 제안한다고 생각했다...


담당자: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지금 해당 부서 팀장이 여름휴가를 가서 2 정도 뒤에 그녀가 돌아오면 2 면접 일정이 정해질 거고 따로 연락이  거예요.

:  그래요? 면접일과 기한을  두고 일정을 알려   있나요? 제가 바르셀로나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마드리드까지 오려면 미리 티켓도 사야 하고 시간이 걸려요.

담당자: 아~!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마드리드까지 꼭 올 필요 없이 스카이프로 면접 보면 되니까요.

나: 스카이프요? 그렇게도 면접을 보나요?

담당자: 물론이죠.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친구들 면접을 볼 때도 스카이프를 많이 이용했어요. 그러니 문제없어요. 면접 한 번 보겠다고 멀리서 여기까지 올 수는 없잖아요.

나: 아... 그렇죠. 다행이네요. 그럼 스카이프로 뵐게요.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진짜 2차 팀장 면접과 3차 인사팀과의 계약 내용 조율 모두 스카이프로 통화하면서 했었다. 말 그대로 언택트 면접과 채용이었다.


그 후 독일에서 이직 제의가 왔을 때도 회사는 독일에 있고 나는 스페인에 있으니까 면접은 당연히 언택트 면접이었다. 그리고 예전 회사에서 대만에서 일할 담당을 뽑을 때 한 면접 역시도 화상으로 두 번에 걸쳐 이뤄졌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최근 이직 때는 3차 부서장 면접을 화상으로 진행했었다. 왜냐하면 부서장은 미국에 있고 담당자는 아시아에 있고 나와 같이 일할 팀장은 스페인에 있는 관계로 서로의 시간을 조정한 뒤 화상으로 면접을 봤었다.


사용한 프로그램은 스카이프, 구글 행아웃, 시스코 웨벡스,  등등으로 다르지만 내가 스페인에서  많은 면접들이 화상으로 진행한 언택트 면접이었다. 나와 같이 해외에 살고 있다면 혹은 외국 회사에 지원을 했던 사람이라면 언택트 면접을 코로나 시대 이전에 아마도  번쯤은 경험해 보았 지 않을까?


언택트 면접의 장단점은?


언택트 면접에는 다양한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물론 생각하기 따라서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하고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단점을  나열해 보면 


내 공간에서 좀 더 편하게 면접에 임할 수 있다.

어느 기사에 나온 사례를 보니 지원자가 면접장까지 가서 면접관과 대면은 하지 않고 화면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코로나 시대 언택트 면접이라고 나왔다. 물론 서로 한 공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언택트는 맞지만 코로나 예방을 위해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목적인데 해당 장소까지 오라고 한다면 과연 언택트 면접을 하는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경험했던 모든 언택트 면접은 이동 없이 내 공간에서 내 컴퓨터를 사용해서 하는 것이었다. 면접을 보러 직접적으로 가지는 않더라도 화상으로 면접을 볼 때도 화장도 하고, 머리도 단정히 하고, 옷도 단정히 입는다. 다만 상반신만 나오기 때문에 때로는 위에는 깔끔하게 입고 아래에는 그냥 집에서 입는 평상복을 입고 면접을 본 적이 있었다. 물론 내 경우에 한정될 수도 있지만 타이트한 면접용 정장을 입지 않고, 불편한 하이힐을 신지 않고 면접을 보아도 되면 조금 더 편안한 기분으로 면접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처음 보는 공간이 아니라  공간에서 면접이 이루어지는 것은 생각보다   편안함을 준다.


면접 시 언급해야 할 내용을 간단하게 노트북 또는 태블릿에 메모해 둘 수 있다.

오픈북 시험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리 예상 질문을 준비하고 답을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면접에 들어가면 잊고 언급하지 않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언택트 면접에서는 이런 일들을 약간은 방지할 수 있다. 간략하게 꼭 언급하고 싶은 내용을 노트북에 메모해서 화면 분할로 띄워두거나, 혹은 듀얼 모니터에 창을 띄워놓고 면접 시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면접 답안을 문서로 적어두고 그걸 보고 읽으라는 것은 아니다.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와중에 모든 내용을 찾아서 보고 읽을 수도 없을뿐더러 보고 읽으면 허둥대고 시선 처리가 다르기 때문에 표가 나기 나름이기에...


예전에 스페인어도 아니고 영어로 면접을 처음 봐야 했을 때 내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도 아니고 내 모국어도 아닌 언어로 면접을 본다는 부담감에 예상 문제를 뽑아서 답을 모두 다 스크립트로 적어두었었다. 그리고 듀얼 화면에 그 내용을 띄어 두고 면접에 임했었다. 과연 성공했을까? 답은 "아니오"였다. 예상 질문과 동일한 질문이 나왔지만 스크립트를 보고 말할 정신이 없었다. 물론 예상 문제였고 답을 적어 본 질문이어서 대답은 할 수 있었지만 스크립트에 있는 것처럼 기승전결이 있고 문법적으로 완벽한 답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일단 해당 질문을 스크립트에서 찾을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을뿐더러 읽는 것도 버벅 거리며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리스트로 적어둔 팁을 약간 참고만 하며 말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모든 내용을 적어두고, 그것을 읽으면서 면접을 마쳤고, 취업에 성공했다고 해도 업무는 실전이다. 실제  언어 실력이 혹은 상황 대처 능력이 면접에서 보여줬던것과 다르다면 언젠가는 들통이 나기 때문에 위의 방법은  그대로 중요한 내용 메모, 그리고 참고로만 사용하기를 추천한다.


면접관의 반응과 분위기를 파악할 수 없다.

면접관과 한 공간 안에 있지 않기 때문에 긴장이 덜 되고 마음이 편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화상으로는 내 대답에 대한 면접관의 반응과 분위기를 살피기 힘들기 때문에 때로는 상황에 맞는 대응이 힘들 수도 있다. 생각해 보라. 면접관이 숨은 의도가 담긴 질문을 던졌는데 나는 문자 그대로의 질문으로 받아들인 경우를... 화상 면접에서는 이런 경우를 캐치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상대의 화면이 꺼져 있는 경우라면 더 많이 당황스럽다. 실제로 내가 경험했던 한 면접에서는 면접자인 나는 오후 면접이기에 카메라를 켜고 대기를 했지만 면접관인 상대는 너무 이른 아침이라서 비디오를 켜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었다. 당황스러웠다. 다행히도 여러 번의 언택트 면접 경험이 있었기에 적절하게 잘 넘어갈 수 있었지만 만약 내가 언택트 면접이 처음이고 외국어로 면접을 처음 보는 경우였다면 어쩌면 실수를 연발했을지도 모르겠다.


외국어로 말할 때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전화로 대화하는 것인데 그것을 면접에서 한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것이다.  모국어도 아닌 외국어를 억양만으로 모든 뉘앙스를 파악하고 긴장한 상황에서 가장 알맞은 대답을 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내가 파악한 질문의 의도가 이것이 맞느냐고 다시 물어보면서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괜히 짐작해서 틀리는 것보단 솔직하게 묻는 것이 때로는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상황을 내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이것은 일종의 팁이기도 한데 화상 면접이라는 것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면접 중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거나 혹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때 한 번쯤 이용하면 괜찮은 방법이 바로 커낵션 핑계이다. (절대 한번 이상은 쓰지 않기를 권한다.;; 어차피 여러번 반복하면 상대도 눈치를 채고 안 좋은 인상을 받을 것이 분명하니까...)


요즘은 핸드폰도 5G 시대이고 산골 오지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지는 시대이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인터넷 연결의 품질이 좋아도 순간순간 문제는 발생하기 나름이다. 면접 도중 연결된 상대가 한 번이라도 "잘 들리세요" 혹은 "다시 말해 줄래요 잠시 연결이 안 좋았어요"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나도 내가 필요할 때 한 번쯤 이런 문장을 이용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답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리고 진짜 질문을 잘 못 알아 들었다면 그때는 저런 핑계를 한 번쯤 이용해도 된다. 잠시 연결이 안 좋아서 잘 못 들었는데 질문을 다시 한번만 말해 줄래요? 혹은 내 목소리 잘 들려요?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좀 벌 수도 있고, 이해 못한 질문을 한번 더 들을 수도 있다.




코로나 시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모르고, 어쩌면 한 동안은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직 혹은 취업을 할 때 언택트 면접이라는 것이 일상화될 수도 있다. 새로운 문화고 경험이라서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이것도 그냥 면접의 종류 중 하나일 뿐이다. 혹시 언택트 면접을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택트든 대면 면접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니 자신을 믿고 임해서 다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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