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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May 02. 2022

아... 나 이제 아빠 없지...

나는 이런데... 너는 어떠니? #02 시간이 흐르면 다 괜찮아져...

제목을 적고 나니 또 울컥한다. 그리고 아마 이 글을 쓰면서 몇 번은 더 울컥할 것 같다. 아무래도 오늘은 아빠 생각에 눈물 흘려야 하는 날인가 보다. 

오랜만에 휴일의 느긋한 아침을 즐기고 있는데 구글 사진첩이 몇 년 전 오늘이라는 제목으로 멍게를 먹고 있는 사진 알림을 보내줬다. 가끔 있는 일이라 사진첩을 열어 멍게를 보면서 

'벌써 멍게 철인가? 우리 아빠 멍게 좋아하는데 주문해야겠......'까지 생각하는 순간

'아 맞다... 우리 아빠 돌아가셨지, 나 이제 아빠 없지'가 떠오른다. 그리고는 여지없이 뒤따라 오는 울컥함과 눈물...


아빠가 돌아가신 지 벌써 7개월이 흘렀다. 


코로나 때문도 아니고 가지고 있었던 지병 때문도 아닌, 그리고 너무 갑자기는 아니지만 갑자기 그렇게 아빠가 돌아가셨다. 오히려 돌아가셨을 때는 주변 친지들에게 알리는 것부터 장지 선정까지 모든 것을 3일 안에 처리해야 해서 너무 경황이 없었고, 그리고 장례를 치르고 나서는 정리해야 하는 서류와 법적 절차들이 너무 복잡해서(누군가가 사람의 일생은 서류로 시작되고 서류로 끝난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을지도...) 아빠가 돌아가셨음을 오롯이 느끼지 못했고 눈물을 많이 흘리지도 않았었다. 

또한 멀리 살아서 1년에 한두 번 보는 나보다 매일 얼굴 보며 산 엄마가 받은 충격을 케어하느라, 또 다행히(?)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과 후에 한국에서 근무를 할 수 있어서 혼자가 아닌 동생 가족과 엄마가 옆에 있었기에 순수하게 아빠의 죽음, 그리고 그에 대한 내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가족과 떨어져 다시 내가 살고 있던 스페인의 내 일상으로 복귀를 했고, 이미 아빠가 돌아가신 지 반년이 더 지났기에 이제 괜찮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어떤 슬픔은 시간이 한참 지나, 잊고 있을 때쯤 한꺼번에 몰려오기도 한다는 것을,

또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음식이나 물건을 볼 때 불쑥불쑥 찾아올 수 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리고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어서 '이미 시간이 지났으니 다 괜찮아'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복귀한 일상 속에서 나는,

바쁘게 일하는 도중 동료 직원의 배우자가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전이까지 된 암이었지만 8년 넘게 치료받고 잘 살아왔던 아빠가 불쑥 떠올라 울컥하기도 하고,
휴일 오전, 전혀 상관도 없는 스페인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는데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 마실을 나가던 아빠가 갑자기 생각나 울컥하기도 하고,
자기 전 SNS를 보다가 뜬금없이 뜬 고스톱 게임 광고를 보며 고스톱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게임 상에서 1억을 벌었다면서 자랑하던 아빠가 모습이 생각나 울컥하기도 한다.


정작 어버이날이 다가와 동생과 어버이날 선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나, 엄마와 통화를 하며 아빠 이야기를 할 때는 아빠 생각이 나긴 하지만 울컥하거나 눈물이 나지는 않는데 오히려 혼자 있을 때, 저렇게 잔잔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아빠를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고 그럴 때는 여지없이 눈물이 난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어차피 사람은 다 죽는데 뭐하러 이렇게 아등바등 사나 싶어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 다 괜찮아져


부모님과 떨어져서 산지도 15년이 넘었고, 그중 10년은 스페인에 사느라 많이 봐야 1년에 한두 번 보는 게 다였는데도 이러면, 부모님과 자주 보던 사람들은 아빠나 엄마의 부재에 얼마나 많은 슬픔을 느끼는 걸까...? 아니면 떨어져 있어서, 못해 준 것들이 많아서 내가 더 슬프게 느끼는 걸까...? 구글 사진첩이 계기가 된 아빠 생각이 아빠의 죽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만들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게 만들지만 언제나처럼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며 우울증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지난 1년이 육체적으로도,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기에 오는 번 아웃이라고도 한다.
또 누군가는 네가 혼자 있어서 잡생각이 많이 나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경우, 따라오는 말은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거라고 다 경험에서 나온 말이니 믿어도 된다고 하기도 한다. 


벌써 반년이 넘게 지났는데... 과연 시간이 얼마나 흐르면 아빠가 떠오르는 횟수가 줄어들고, 울컥하기보단 '그땐 그랬지'라고 웃을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 다 괜찮아진다는 말은 사실일까?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가고 있으니 사실이겠지?

나만 이런 걸까? 아니면 가까운 이들을 잃은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걸까? 

나는 이런데... 너는 어떠니?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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