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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아는 Aug 03. 2021

한마디만 할게요, 아삭 바삭 꼬슬

나를 움직이는 단촐한 밥상


꼬슬꼬슬한   밥은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을  큰술 가득 뜨고,  위에 아삭한 김치를 얹는다. 만든지 시일이 지나 제법  맛이 나면서도 새콤한 김치.  위에 아슬아슬하게 달걀 스크램블을 얹는다. 만든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아직 뜨겁고, 노른자가  익질 않아 줄줄 흐르며,  위에는 소금과 후추 간이 적당히  달걀 스크램블이 아슬아슬하게 밥과 김치 위에 얹어져 있다. 아직 다가 아니다. 소금 간이 쳐진 김을  위에 얹고 입을 있는 힘껏  하고 벌린다.



그러면 단숨에  안은 바삭함과 아삭함, 쫀득함과 시원함과 따뜻함이 섞여 버무려진다. 단맛과 매콤 새콤한 , 고소함과 짭짤함을 씹는다. 씹으면 씹을수록 서로에게 서로의 맛이 베어 맛은 더욱 풍성해진다. 충분히 씹은  꿀꺽 삼킨 다음,  물을 꺼내어  안에 가득 한모금 털어넣은 다음 목구멍 뒤로 넘긴다.


이제 이런 저런 모양으로 썰린 두부가 가득 찬 된장찌개로 숟가락이 향한다. 재료라고는 된장과 약간의 쌈장, 두부가 전부이지만 꼬소한 된장 냄새가 코 끝으로 훅 들어오고 입맛을 다시지 않을 수 없다. 숟가락을 그릇 깊숙이로 넣어 있는 힘껏 두부와 국물을 적당히 섞어 건져 올린다. 입 안에서 침샘이 폭발하였는지 한 번 침을 꼴깍 삼키고 한 입 가득 두부와 국물을 넣고 오물오물 씹는다.


이렇게 한국 음식이 소중한 줄 알았을까. 곱씹을수록 단 맛이 배어나는 쌀알처럼, 계란과 흰 쌀밥, 김치과 두부 된장찌개라는 단촐한 식사 앞에서 황홀함을 감출 수 없었다. 기숙사 방 안에 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오두방정을 떨며 누군가와 '역시 한식이 최고!'라고 호들갑을 떨 수가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간 나의 식사



시리얼과 토마토, 호밀빵과 초코과자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끝에, 입 안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했다. 먹어도 먹어도 무언가 결핍되었다는 감정을 지울 수 없었고, 괜시리 밤마다 외롭고 목적지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어딘가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주변의 대만 친구들, 한국인 언니들에게 묻자 그건 homesick라고 했다. 그리고 유일한 약은 엄마와의 통화와 고향의 밥이라고.


눈을 뒤집어지게 한 한인 마트
김치, 김치, 김치!


아직 독일에 온 지 채 두 달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집밥이 그립다니.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한국에선 샌드위치와 파스타를 줄 서서 사먹던 내가, 사실은 한식을 미치도록 그리워하던 사람이라니! 그리고 이 단촐한 식사를 차리기 위한 여정은 고되었다. 김치를 주변 마트에서 팔지 않는 탓에 기차를 한 시간 타고, 뒤셀도르프라는 한인들이 많이 사는 도시에 가서 김치 한 통을 샀다. 더불어 된장과 쌈장도 보이길래 쓸어담다시피 하며 장바구니에 넣어왔다. 하나로마트 라는 곳이었는데 (농협의 하나로마트가 아니다..^^) 김치와 라면, 삼겹살, 고추참치를 봤을 때의 흥분이란..



냄비밥을 할 줄 모르는 탓에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오는 이모에게 간이 밥솥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이모를 볼 겸, 밥솥을 찾으러 갈 겸, 야간버스를 타고 쾰른에서 파리까지 넘어갔다. 그렇게 이모를 만나 하루 밤을 함께 보낸 후, 멋쟁이 파리지앵들 사이 한아름 밥솥을 들고 트램을 타고 다시 버스 터미널로 가서 밥솥을 품에 안고 열시간을 넘게 달려 다시 쾰른으로 왔다.



유럽에서 쌀을 사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선별절차를 거쳐야 한다. 자칫 잘못하여 생수가 아닌 탄산수를 사는 실수를 범하는  처럼 꼬슬꼬슬 쌀밥이 아닌 보슬보슬한 베트남식 쌀밥을 사게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보통 요거트에 넣어 먹는다는(?!), 푸딩으로 만든다는 Milchreis 구매해야 한다.

이후에도 만들어 먹은 한 상


그렇게 온갖 여정을 거쳐 간단한 식사가 완성되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온 몸이 풍성해지는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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