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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bs Sep 11. 2019

정보를 구조하라.

Information Architecture.

정보를 구조하라

2019년 현재의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자유롭게 얻을 수 있습니다. LTE를 넘어 5G를 제공하는 통신망,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무선통신 요금 플랜, 지하철에서도 사용 가능해진 wifi, 하루 온종일 사용해도 방전되지 않는 배터리 용량의 스마트폰 등... 아무리 이러한 좋은 인프라를 지녔다고 하더라도 정보가 뒤죽박죽 보기 힘들게 구성되어 있는 서비스라면 고객들은 외면할 것이고 조금 더 직관적으로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 것입니다. 정보 콘텐츠의 질 뿐만 아니라 정보 전달의 질이 중요해졌습니다. 결국 질 좋은 '정보'를 제대로 '구조' 하지 않으면, 우리가 기획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위기에 빠질 것입니다.

정보 구조화(IA; Information Architecture)란,
주어진 정보를 목적에 알맞도록 논리적이고 간결하게 정리하는 것

그만큼 정보의 구조화는 너무나도 중요한 기획 과정인데 생각만큼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단 한 번도 찝찝함 없이 마무리했던 적이 없는 과정 중에 하나가 IA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하면 마음에 안 들고, 남이 하면 근사해 보이는 IA 문서. 과연 어떻게 접근하고 실행해야 하는 걸까요? IA에 대한 원론적인 원칙들을 이야기하기보다 저의 생각을 펼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보를 구조해야 하는 이유

1. Blue Print

잘 정리된 IA 문서는 한 프로젝트의 거대한 청사진 (Blue print)의 요소중 하나입니다. 청사진에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미래 구상과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IA 문서에는 우리가 수집하고 정리한 중요한 정보들이 담겨 있고 그것들을 청사진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해야 합니다. 기획자로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거나 팀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그것에 있어서 IA는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명확하고 선 굵은 희망찬 그림은 관련된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 구조화를 잘하는 것은 프로젝트의 첫걸음을 잘 내딛게 해주는 중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2. Review

정보 구조화를 잘해두면 지속적인 확인 검토를 통해 누락된 정보를 늦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을 하다 보면 처음부터 완벽하게 모든 것을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초안은 무엇인가 구멍이 있기 마련입니다. 정보 구조화를 통해서 우리는 어떤 정보가 누락되었는지, 어떤 정보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우선순위에 맞게 깊이가 잘 정리되어 있는지 쉽게 검토하고 정보를 보강할 수 있습니다.


3. Dictionary

정보 구조화를 한다는 것은 하나의 프로젝트 사전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정리 없이도 어떤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머릿속으로 기억해 낼 수 있겠지만,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렸을 적 한 권씩은 꼭 책장에 꽂혀있었던 국어사전, 백과사전을 생각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뚜렷한 색인으로 구분되어 있고, 우리는 그 색인을 통해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요즘 시대가 디지털화가 잘 되어 있다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정보는 내가 알아보기 쉽게 정리해야 합니다. 정보 구조화를 잘해놓는다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누구든 원하는 정보들을 국어사전에서 국어 단어를 찾아내듯 찾아내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 구조가 힘들었던 이유

1. 자꾸 남의 것과 비교했다

IA 문서를 작성하다가도 내가 정보 구조화를 잘 해내고 있는 건지 스스로 의문을 품게 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그래서 웹사이트에서 IA를 검색하거나, 동료들이 작성한 프로젝트 IA 문서를 확인하고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이 작성한 IA는 depth 도 적절하고, 메뉴 간 정보의 연결성도 매우 매끄럽고 간결하게 잘 정리되어 보입니다. 반면 내가 작성하고 있는 IA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다른 사람의 IA를 비슷하게 따라 해 봅니다. 그래도 뭔가 답답함은 풀리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당연히 정보와 서비스의 형태 그리고 목적이 다른데 같은 IA 가 작성될 리 없습니다. 다른 이의 IA는 반드시 참고로 그쳐야 합니다. 결국 나의 정보는 내가 하고자 하는 서비스에 알맞게 정리가 되어야 합니다. 정답은 없기 때문에 너무 남이 한 것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의 정보에 집중하고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2. 목적이 없었다

보통의 저는 키워드 정리를 따로 마인드 맵핑하지 않고 IA 문서 템플릿에 바로 내가 생각하고 있는 키워드들을 즉석에서 나누고 배열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IA 문서에 담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목적이 불분명해지기 일수였습니다. 최초 정보 단위를 미리 여러 방면으로 구분해보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적습니다. 적으면서 그 구분이 수백 번은 바뀝니다. '이 정보는 여기 들어가면 좋을 거 같아' '아냐, 아냐, 아냐. 여기보단 여기.' '아니, 여기보단 저기'... 내가 우유부단한 건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전 정리, 탐색이 없는 상태에서 실전 돌입은 방향을 잃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를 미리 나열해보고 이 정보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지 에 대한 큰 그림을 스케치해놓는 과정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보를 구조하는 연습, 역기획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단순히 남들이 작성해놓은 IA를 보면 오히려 나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합니다. 왜냐하면 실제 그 서비스가 어떻게 구현이 되어있는지, 어떠한 서비스를 하는 것인지, 어떤 목적으로 정리된 IA 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크게 와 닿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정보 구조화를 제대로 연습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IA의 정의, IA의 목적, IA 템플릿 등을 참고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직접 해봐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서비스를 역기획 해보는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서비스를 역기획하여 IA를 작성해 본다면, 이 서비스가 담고 있는 다양한 기획 의도와 정보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우리 삶의 깊숙이 파고들어 있는 카카오톡의 정보 중 [설정]에 대해 IA 역기획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카카오톡의 [설정] 메뉴는 그동안 덩치가 커져버린 서비스 볼륨만큼 컨트롤할 부분을 많이 포함해야 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카카오톡이 커다란 볼륨 대비 설정 정보들을 잘 구조화했다고 생각합니다.


1. 목적 확인

연습 대상 서비스의 의도와 목적을 먼저 생각본 후 진행한다면 이 연습은 더욱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카카오톡 [설정] 메뉴의 목표는 <원하는 설정 정보를 빠르게 찾아 쉽고 안전하게 변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서비스의 [설정] 메뉴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 입맛에 맞게 세부적인 설정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됩니다. [설정]이라는 메뉴 자체가 잡다한 정보들을 많이 들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카카오톡에 붙은 여러 부가 서비스를 생각한다면 그만큼 제어해야 할 정보는 타 서비스 대비 더욱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더욱 간결하고 중요도가 뚜렷한 정보 구조화가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2. 정보 나열

저는 서비스의 모바일 앱 화면을 보면서 mindnode라는 마인드맵핑 앱을 이용하여 모든 정보를 마구 적어 나열합니다. 이때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최대한 눈에 보이는 내용을 진입 경로별로 모조리 적어 내려갑니다. (사실 굳이 mindnode로 정리하지 않고 바로 스프레드 시트에 해도 됩니다. 다만, 저는 정보를 막 정리하는 과정에서는 이게 빨라서..)

모조리 적어 낸 카카오톡 [설정] 정보의 mindnode


3. 정보 덜어내기

정보를 모두 나열했으면 중복되는 정보나 정보 구조에 필요하지 않은 부수적인 정보들을 덜어내고 간추리는 과정을 진행합니다. 자유자재로 정보를 수정하거나 이동시키기에 아주 편리하기 때문에 이 작업 역시 mindnode를 이용합니다. 이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면, 다음 단계에서 실질적으로 스프레드시트나 엑셀에 IA 문서 작성을 할 때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어떻게 해야 할지 당혹스러움을 겪는 경우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보에 대해 depth를 잘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정보를 잘 정리하다가도 플로우나 기능적인 것과 같은 생각이 매몰되어 정작 해야 할 정보 구조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준을 가지고 나열된 정보를 간추렸습니다. 기능적인 상세 컴포넌트를 제외하고 정보의 depth에 집중하여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과정은 실제 IA 문서화할 때에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정보 다이어트를 실행한 mindnode


4. 문서화

정보를 덜어내는 작업을 마쳤다면 이것을 깔끔하게 문서화하는 과정으로 마무리해야 합니다. 그동안은 mindnode로 내가 편한 대로 정리를 했다면, 이제는 이것을 모두에게 공유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서화합니다. 이 문서는 정보 depth, 화면 id 값, 부가적인 세부 정보 등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 문서화를 통해 완성하는 과정에서 괴로운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정리하고자 했던 depth가 4 depth, 5 depth, 6 depth.. 점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어났습니다. 사실 depth가 많아도 상관없지만 정보의 depth가 많다는 것은 복잡도가 높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고수들은 당연히 복잡한 정보도 간결하게 잘 정리할 수 있겠지만, 아직 연습을 하는 단계에 있는 우리는 조금씩 얕은 depth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무조건 많이 덜어내고 중요한 정보를 남겨서 간결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잘 정리할 수 있게 된다면 하나하나 점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정보를 늘려나가면 됩니다.

스프레드 시트로 문서화한 IA (@damon's templete)


5. 회고

정보를 문서화하는 것을 마무리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반드시 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해보며 정말로 목적에 맞게끔 구조화된 정보들인 건지, 아쉬웠던 점은 없었는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없는지 정리해보는 시간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과정을 해낸다면, 구조화된 정보가 실제 사용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정보로서 활용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도 있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인사이트도 얻게 될지 모릅니다.

저는 역기획 연습을 통해 카카오톡 [설정]에 대해 두 가지 정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첫 번째,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메신저이고 다양한 서비스에 연동되어 사용하는 통합 ID으로 사용되다 보니 개인/보안과 관련된 약관 정보가 많이 담겨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만큼 서비스 덩치가 크다는 것이고,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두 번째, 모든 설정 내용에서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안내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대부분 서비스의 설정 메뉴에는 수많은 정보가 단순하게 나열되어 있고 이에 대한 설정 변경을 할 수 있는 컴포넌트만 놓여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에서는 설정 정보마다 안내문구들이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용자는 이 안내문구를 통해 이 정보가 무엇인지, 정보를 변경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등을 쉽게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며,

역기획 연습을 해보니 정보 구조화를 한다는 것은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모든 정보가 중요해 보이고, 모든 정보가 모두 다 담겨야 할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정보를 골라내고 적절한 위치에 정리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보의 늪에 빠지는 순간 잊기 십상이었습니다. 내 눈에도 보기 힘든 정보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더욱 힘든 정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수많은 정보를 추리고 추려서 목적에 맞게 논리의 연결성을 갖추면서 간결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이 정리는 단번에 잘할 수 있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습니다. 계속해서 많은 정보를 접하고 정리하는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만이 정보를 제대로 구조(rescue)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감을 갖고 내가 좋아하는 서비스도 좋고 기능 단위부터 작게 시작해도 좋습니다. 다양한 역기획 연습을 통해 정보 구조화를 익히고 벤치마킹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이것이 정답은 아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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