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논문
사실 직접 해보기 전까지 관심있는 분야, 키워드로 논문을 찾고 차근히 읽어보는 게 이토록 재미있는 일일지 상상도 못했어요. '죽음', '죽음교육', '웰다잉' 등을 키워드로 논문을 찾아 읽기 시작한 건 몇 년 전부터인데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어하며 논문 읽는 것이 취미라고 소개할 정도랍니다.
『중학교 도덕 교과에서의 죽음교육 내용 검토』 논문 제목을 읽고 관심이 생긴 포인트는 '중학교', '죽음교육' 부분이었어요. 저자가
-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죽음교육'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죽음'을 키워드로 한 프로그램, 수업, 선행연구들을 어떤 기준으로 정리하고,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 이 연구를 통해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어떤 교육을 제안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 논문을 읽으면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어떤 교재로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겠다'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답니다. 특히 집중하고 반복해서 읽은 부분은 다음 다섯 챕터였어요.
Ⅱ-4. 죽음교육 현황
Ⅱ-5. 중학교 도덕 교과에서 진행하고 있는 죽음교육
Ⅳ-1. 죽학교 도덕 교과에서 더 다루어져야할 죽음교육(2015년 개정 교육 과정 도덕 교과서를 중심으로)
Ⅳ-2. 중학생 대상 죽음교육을 위한 선행 프로그램 분석
Ⅳ-3. 현행 도덕교과서 죽음교육 수업 내용 보완 재구성
2021년도 서울문화재단 <생활을 바꾸는 예술> 심사 당시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사업계획서에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행되는 죽음 프로그램들은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편중된 모습을 보인다. 첫 번째, 연령 편중화. 두 번째, 직업 편중화...' 내용을 적었었는데, 관련한 분석 및 근거 자료들을『중학교 도덕 교과에서의 죽음교육 내용 검토』논문에서도 발견할 수 있어 반가웠어요.
그리고 '노인기 > 대학생(돌봄 관련 학과 학생) > 성인기(돌봄 관련 직업군, 환우가 있는 가족) >>> 청소년, 아동기' 순서로 죽음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유아,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에게 실시된 죽음교육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들을 대상으로 죽음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한 논문 역시 매우 적다는 사실)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연령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죽음교육'이라 생각하기에, 현재 필드에서 활동하고 계신 죽음교육자 분들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와 존경의 마음과는 별개로 객관적으로 현재의 죽음 시장을 바라보고 분석하며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퍼플아티스트'로서, '죽음학교' 대표로서 '편안하고 다채로운 죽음 소통 문화 형성'을 위해 할 수 있는, 해야하는 작업이 무엇일지 생각하기 위해서였지요.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현재 우리나라의 중학교 도덕 교과에서의 죽음교육이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시리라 생각해요. 다소 놀라울 수 있지만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2015년 개정 교육과정 도덕 교과서를 중심으로) 중학교 '도덕 2' 한 권에서 2차시 시수로 구성되어 '죽음의 특성 이해',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삶의 의미 찾기'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해요.
사실 부족한 부분,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끝도 없을 뿐더러 저보다 더 먼저, 훨씬 많이 활동하고 계신 영향력 있는 죽음교육자 분들이 충분히 말씀해주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죽음', '죽음교육', '죽음소통'이라는 분야가 어떤 입지를 가지고 있는 지 글을 읽어주고 계신 여러분들께서도 어렵지 않게 떠올리실 수 있고, 대체로 그 생각이 맞을 거예요.
그렇기에 더더욱 '그래서 퍼플아티스트는, 그래서 죽음학교는 무엇을 어떻게 해갈 것인가'에 관해 치열하게 생각하고 행동해가야 한다며 마음을 다잡곤 한답니다. 제가 받은 영감과 생각들을 그저 '아쉬움'만으로 뭉뚱그려 흘려보내지 않고자 브런치에 기록을 남기고, <10th MUSE>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마포FM '나 뿐 라디오'에서 '커피 한 잔, 죽음 한 모금' 코너를 진행하고, 여러 작업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다시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돌고 도는 듯 해요. 그리고 이런 마음을 따로 또 함께 해갈 수 있는,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풀어내는 사람(기업)들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소망 또한 늘 마음 한 켠에 희망으로 자리내어 주고 있답니다.
『중학교 도덕 교과에서의 죽음교육 내용 검토』 논문을 읽으며 가장 신이났던 순간은 'Ⅳ-3. 현행 도덕교과서 죽음교육 수업 내용 보완 재구성' 부분을 읽을 때였어요. 저자는 도덕 교과서(도덕 2)를 주 교재로 진행하되 6개의 내용(비탄, 연명의료결정법, 존엄사와 안락사, 나의 죽음, 호스피스, 자살 등)을 추가하여 45분 수업을 기준, 총 16차시 프로그램을 재구성 한 운영계획을 제안하고 있거든요. 단순히 16차시의 주제, 활동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수업의 흐름을 도입, 전개, 정리 단계로 분류하여 각 단계에서의 활동을 제시하고, 수업 시 유의점, 수업에 도움이 될 만한 질문과 활동의 추가 소개 등의 지도안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더욱 신이 났던 듯 해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모임, 클래스 뿐 아니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모임, 클래스를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저에게는 충분히 참고할 만한 가치가 높은 논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