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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4_3110

퍼플아티스트의 답문



  안녕하세요, 20201224_3110 님 :)

  오늘은 어떤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어요?




  닮다 못해 같아 보이기까지 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도 다른 삶이었던 당신의 이야기.. 저는 몇 번이고 새어 나오는 탄식을 참아내었습니다. 너무 많은 순간을 이 악물었던 건 아닐지, 너무 홀로 감당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은 아닐지. 당연해서 가슴 시린 말이지만 저는 당신이 살아내기 위해 견뎌낸 시간을 도무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간신히. 정말 간신히 꺼낸 "그동안 살아내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한 마디를 듣고 터져버린 당신의 울음. 그동안 소리내 우는 법을 잊고 있던 것인지, 듣는 이의 가슴이 저려올 정도로 울던 당신이었지요.


'계속 흘려내기를. 삼키는 법만 알았지 내뱉는 법을 모르는 이 사람의 기억들이 댐을 부수고 나와 마음껏 방류되기를..'


꺼낼 수 없는 말들이 마음에 방울지었기에 그저 "괜찮아요, 울고 싶은만큼 우셔도 괜찮아요" 말만을 거듭하며 다독이는 손에 진심을 전하려 애썼더랍니다.




  당신과 저의 가장 큰 공통점은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죽음이 항상 곁에 있어온 것'이지만, 이보다 더 큰 차이점은 '나의 죽음(직접 경험)'인지 '다른 이의 죽음(간접 경험)'인지에 있었지요. 당신은 직접 생(生)과 사(死)를 오고가며 죽음을 마주했고, 저는 사랑하는 이가 (生)과 (死) 그 사이 어딘가에 아슬하게 있는 순간들을 통해 죽음을 마주해왔지요.


어느 쪽 하나 쉽지 않았을 겁니다. 어느 쪽 하나 괜찮았을리 없고, 아무리 반복되어도 무뎌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무서웠고, 두려웠고, 힘들었고, 고통스러웠고, 슬펐고, 고독했고, 외로웠을 거예요. 아마도 우리는 괜찮지 않았을 겁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죽기 전까지 삶을, 순간을 살아내야 하는 인간이기에.. 괜찮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썩 괜찮은 찰나 역시 마주하며 살아왔을 당신과 저.


그런 우리가 이렇게 마주할 수 있어서, 서로를 다독이며 눈물 흘릴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했던지.. 분명 모든 감정, 상황을 저보다 훨씬 더 분명하고, 예리하게 느꼈을 당신이 기꺼이 당신의 이야기를 내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 답문을 빌어 다시 한번 온 마음 다해 감사드립니다.




  건강과 행복. 이 두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 기본적인 안전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 거듭 강조하던 당신. 삶의 모든 것은 내가 행복하지 않거나, 내가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던 당신의 말을 가슴 깊이 공감하면서도, 그 말의 화자가 당신이었기에 더욱 깊숙한 울림과 여운을 느낍니다.


잘 죽기 위해서 운동한다고 '깨끗하게', '간단하게', '쉽게' 죽고 싶다는 바람을 인터뷰 내내 반복하셨지요. 지금껏 나 자신을 위해 처음으로 선택해본 것이 잘 죽기 위한 '운동'이었고, 지금 인생의 그 어느 시기보다 '하루하루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던 당신을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죽음의 시기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의 노력이 가미되면 조금이나마 원하는 쪽으로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당신이라면 분명 그리 만드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당신의 지금, 당신의 삶, 당신의 죽음. 오늘도 '건강한 죽음은 건강한 삶'이라는 생각을 행동으로 빚어내고 계실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살아내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늘 당신과 따로 또 함께 하고픈 마음을 담아

  죽음을 그리는, 퍼플아티스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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